[110호]회식 후 음주운전 한 동료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입은 상해는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

[산재 판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09-20 11:16
조회
3586
게시글 썸네일

김명수 노무사


(서울행정법원 2019. 4. 19. 선고 2018구단70168 판결).

A씨는 가설구조물 해체 업체 소속 직원으로 경기도 이천시 소재 공장 건설현장에서 비계공으로 근무하던 중 2018. 1. 11. 근무를 마친 후 사업주 및 동료직원 약 10여명과 오리고기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다. 20:30 경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술에 취한 동료 직원이 운전하는 승용차에 동승하던 중 고속도로 굴다리 옹벽을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뇌진탕, 외상성대량간파열, 외상성신장손상, 경추 및 흉추 골절 등의 상해를 입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회식이 근로자들 자율의사로 이루어져 업무의 연장이라 볼 수 없고, 이 사건 교통사고는 동료근로자가 음주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제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승하여 발생한 교통사고로서,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것으로 정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해당하여 업무상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불승인처분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취소하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한 쟁점은 1)회식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회식에 해당하는지 여부 2)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한 것이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는데, 우선 회식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사업주가 회식을 제안하고, 회식 장소를 정했으며, 회식비용을 부담하는등 사업주 주최의 회식이었던 점 △직원들이 수사기관 등에 직원들 격려 목적의 회식이었고, 급여일 즈음의 정기적·관례적 회식다고 진술한 점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직원들 대부분이 회식에 참석한 점 등을 종합하면,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는 업무상 회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음으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산재보험급여는 근로자의 과실을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거나 책임 범위를 제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인 점 △재해자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방조죄)로 기소되거나 처벌된 바 없고, 재해자가 단순히 차량에 탑승한 행위는 정범인 운전자로 하여금 음주운전을 용이하게 한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고, 운전자의 범행결의를 강화하였거나 이미 이뤄진 범행결의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켰다고도 보기 어려워 형법상 방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점 △설령, 재해자의 행위가 음주운전방조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교통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직접적인 원인은 어디까지나 운전자의 음주운전 행위라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교통사고가 동승한 원고의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 없어 업무와 교통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산재보험제도는 근로자의 생활을 보호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지므로, 그 보상에 있어서 근로자의 과실이 있어도 그것이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폭넓게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음주운전을 제지하지 않고 동승한 것이 과실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으나, 그것을 이유로 산재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재해자가 그 과실의 정도를 초과하여 생활이 무너지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교통사고의 음주운전자는 음주운전으로 처벌됨에 따라, 그 역시 많이 다쳤으나 범죄행위에 해당하여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와 같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근로자의 과실이 다소 있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범죄행위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여 산재보상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산재보상보험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전체 421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여는 생각] [132호]피 흘리는 현실 앞에, 치료마저 외면당한 노동자들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813
2025.06.02 0 813
420
[노동재해직업병소식] [132호]2025년, 산불과 산재로 시작한 한 해 이지만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65
2025.06.02 0 65
419
[현장 보고] [132호]절대 안전 수칙 도입, 협의 없는 일방적 시행 심각하다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112
2025.06.02 0 112
418
[건강하게 삽시다] [132호] 기립성저혈압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210
2025.06.02 0 210
417
[노동몸삶] [132호]빠른배송뒤에 가려진 물류노동자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63
2025.06.02 0 63
416
[산재 판례] [132호]만 18세 현장실습생 업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투신자살 업무상재해 인정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119
2025.06.02 0 119
415
[영화로세상일기] [132호]애순의 꿈, 금명의 삶, 더 넓은 해방의 비전
mklabor | 2025.06.02 | 추천 1 | 조회 90
2025.06.02 1 90
414
[만나고 싶었습니다] [132호]편견과 차별없는 세상에서 동행을 꿈꾸다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114
2025.06.02 0 114
413
[인권이야기] [132호]중요한 건 미성년자가 아니라 위계와 대상화라고!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62
2025.06.02 0 62
412
[상담실] [132호]업무상 사고와 질병의 구분 방법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119
2025.06.02 0 119
411
[일터에서 온 편지] [132호]다시 한번 광장으로!!!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112
2025.06.02 0 112
410
[초점] [132호]정의롭지 못한 반도체산업, 재벌만을 위한 ‘반도체특별법’ 반대한다.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111
2025.06.02 0 111
409
[현장을 찾아서] [132호]서면시장번영회지회 물러서지 않을 용기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117
2025.06.02 0 117
408
[132호]카라 노동조합 투쟁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70
2025.06.02 0 70
407
[활동 글] [132호]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건설노동자들이 말하는 노동, 삶, 투쟁기록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111
2025.06.02 0 111
406
[활동 글] [132호]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현장의 고용불안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108
2025.06.02 0 108
405
[노동재해직업병소식] [131호]탄핵과 함께 나오는 우리의 목소리
mklabor | 2025.02.06 | 추천 0 | 조회 530
2025.02.06 0 530
404
[현장 보고] [131호]윤석열 탄핵으로 만들어갈 세상
mklabor | 2025.02.06 | 추천 0 | 조회 467
2025.02.06 0 467
403
[건강하게 삽시다] [131호]뇌출혈
mklabor | 2025.02.06 | 추천 0 | 조회 551
2025.02.06 0 551
402
[산재 판례] [131호]경비원 실명, 과로 원인 배제할 수 없음 산업재해 인정
mklabor | 2025.02.06 | 추천 0 | 조회 500
2025.02.06 0 500
401
[영화로세상일기] [131호]금지로부터 앞으로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감독 엘리자베스 차이 베사헬리 외, 미국)
mklabor | 2025.02.06 | 추천 1 | 조회 296
2025.02.06 1 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