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호]코로나19 바이러스 재난 앞에서

[현장을 찾아서]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0-05-22 17:59
조회
22
게시글 썸네일

조기현 // 대구 마을목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모든 것을 멈춰 버렸다. 31번 확진자가 발표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감염자는 확산되고, 학교는 휴업을 하고, 식당은 문을 닫았고, 거리에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전쟁을 겪어 보지 않았지만 만약 전쟁이 일어났다면 이러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본다. 만약 대구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덮쳤으면 이랬을까 생각해 본다. 너무도 순식간에 덮쳐 버린 재난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대구시민들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노숙인 쪽방 주민 아카데미를 하면서 당사자 모임을 조직하고, 그 모임에는 지하도에서 몇 년간 노숙을 한 사람들과 쪽방주민들이 모여, 당신들도 힘들게 살아왔지만 여전히 지하도에서 노숙하고 있는 분들을 돌보고 돕자는 취지의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 어떤 분이 발을 동동 굴리다시피 한다.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노숙인들이 다 굶어 죽게 생겼다는 것이다.

대구에는 다섯 곳의 노숙인 쉼터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노숙인 지원센터인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구 전 지역에서 홀몸 노인이나 쪽방 주민,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무료 급식을 중단했고, 노숙인 쉼터는 외출을 금지시키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코로나19의 감염을 예방한다는 이유에서 종교단체나 개인이 하던 무료급식소도 일제히 문을 닫아걸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노숙인들이 다 굶어 죽게 생겼다고 발을 동동 굴린다.

대구에 노숙인 쉼터를 이용하지 않는 노숙인들은 두류역 지하도, 반월당 지하도, 대구역 대합실, 동대구역 대합실, 동대구복합터미널 대합실등에서 대략 150여명 생활하고 있는데 이들이 어디에서도 무료급식을 할 곳이 없다고 한다.
2월 18일 밤, 카카오 단독방에 도시락 값은 다울협동조합에서 댈 테니, 우리라도 무료급식을 하자고 짧은 문자를 올렸다. 곧바로 찬성한다는 메시지들이 올라왔고, 앞뒤 잴 것 없이 일단 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 순간 2016년 세월호 때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19로 굶고 있는 저들에게 기다리라고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대구역 뒤에서 도시락 나눔이 시작되었다. 그 첫째 날의 모습을 지금도 있지 못한다. 길게 줄을 선 분들이 “내일도 주느냐”, “언제 주느냐” 몇 번이나 질문을 했지만 시원스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해방글터” 문학 동인들의 밴드에 대구 상황을 공유하고 어떻게 해 봐야 되지 않느냐는 글을 남겼는데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동인들은 백만원을 먼저 보내자고 했다. 해방글터 동인지를 만들기 위해 회원들이 월 1만 5천원씩 쌈지 돈을 모아 오던 그 회비를……. 그리고 매일 매일 노숙인 거리 도시락 나눔에 대해서 페이스북에 소식을 올리고, 상황을 알려 나가기 시작했다.

재난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노숙인의 70%가 일용직 노동자였거나, 현재도 채소 과일 하역 작업을 하거나, 건설 현장에 용역 날품으로 일하러 다니거나, 일이 없을 때는 24시간 만화방을 전전하다가 노숙생활과 쪽방 생활을 반복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노숙인 하면 인생 실패자, 혹은 게으르거나 나태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노숙인들은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자본주의 경쟁의 인력시장에서 고용의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고용을 거부당하거나, 더 이상 자본에게 이윤을 남기는 노동을 할 수 없는 고령자와 장애인과 저성과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현장에서 쫓겨나면서 가정이 해체되고, 쪽방으로 노숙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역 대합실이나, 지하도에서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새벽에 일이 있으면 일을 나간다. 지하철 막차가 지나가고 지하철 입구에 셔터가 내려지는 12시쯤 박스를 깔고 잠을 자고, 첫 자가 들어오기 전 새벽 5시전에 일어나 깔고 자던 박스를 정리하고 길을 나서야 한다.

장애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장애인들 중에서 선천적 장애인은 10%고 후천적 장애인이 90%라고 한다. 그러면서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문제는 모두의 문제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보아 온 노숙인들은 처음부터 노숙인이 되고 싶었던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우리가 사는 경쟁적인 사회에서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재기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산업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되었고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고, 건설 현장에서 다쳐서 더 이상 건설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아무도 그를 부르지 않았고 가정이 해체 되었으나, 이 세상 어딘가에 피붙이가 있어 “의무부양제”라는 악법에 의해 기초 생활 수급자 신청도 할 수 없는 사람들……. 이런 분들이 자신은 원하지 않았으나, 노숙인으로 살 수 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강력 사건이라도 일어나면 가장 먼저 범죄자 취급을 받았고, 노숙인 중에는 신천지 교인도 없는데 코로나19 확산의 잠재적인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이들이 모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무료급식을 중단했던 것이다.

끝이 어딘지 모르고
누가 보균자인지 모르고
어디서 감염이 되었는지 모르면서
재난은 가장 먼저
가난한 사람의 가슴에
과녁으로 꽂히는 화살처럼
날아든다.

무료 급식 중단
반찬 도시락 지급 중단
영업 중단
발길이 끊긴 텅 빈 점포를
지키며
사람이 스쳐 지나는 모든
손잡이에 80% 알콜 세정제를 분무하고
1회용 마스크로 눈만 내놓고
두려움과 공포스러움으로
이웃을 바라봐야 하는
봄의 서막은 잔인하다.
가난한 사람에 과녁으로 꽂히는 화살처럼 재난은 이들 노숙인을 정조준했다. 한 끼라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고, 며칠을 굶게 되면 목숨마저 위험한 이들에게 아무런 대책 없이 무료 급식을 중단한다는 것은 몇 년 전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을 때, 기다리라고 했던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재난은 노숙인과 장애인과 거동불편 홀몸 노인을 겨냥했다. 그런데 이들을 외면하면 그 재앙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집이 없는 이들에게는 자가격리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코로나 확진자가 발견되고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가 생겨나기도 했는데 아직까지 노숙인 중에서 발열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식적인 매뉴얼도 없는 상황이다.
언제가 그 끝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사람을 굶게 내버려 두고 외면할 수 없었다. 사회적 모성애, 아가쏘잉, 우렁이 밥상, 예인다, 전국 민예총, 대구 시월문학회 등 많은 곳에서 십시일반 정성들을 모아 주시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오늘도 거리의 노숙인들에게 정확한 시간에 도시락과 마스크를 배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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