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호]코로나19 가운데서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한다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0-05-22 18:03
조회
3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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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진  // 사회변혁노동자당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고 안정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코로나19팬데믹 확산이 멈추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코로나19팬데믹의 한가운데에 있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코로나19 이후’를 거론한다. 문재인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일상, 새로운 세계의 질서를 준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피엔스><호모데우스> 등의 책을 쓴 저자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이후의 사회를 예측하면서 전 세계가 ‘전체주의적 감시사회 vs 민주사회’ ‘국수주의 vs 글로벌연대’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얘기하였다.
‘코로나19 이후’ 즉 ‘After Coronavirus-19’는 먼 나중의 일이 아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며, 지금부터 우리가 만들어야 하고, 코로나19에 대응해야 하는 당장의 문제-무엇을 할 것인가?-이기도 하다.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방역대책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검사하고, 감염되었을 시 감염경로를 추적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거나 감염자와 접촉하였을 시 격리하는 과정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감염된(혹은 감염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나 공간, 활동을 봉쇄하거나 중지시키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이전과 이후’를 보여주는 사례가 드러났다.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1. 권위주의 vs 민주주의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알람경고를 통해 전달해 주는 ‘재난문자’는 개개인의 정보와 움직임이 데이터로 전송되어, 중앙서버에 저장되었을 때 가능한 기능이다. 확진자의 동선추적과 자가격리 감시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빅데이터’라고 부른다. 이러한 개개인의 정보가 본인의 동의와 무관하게 이용되는 광경을,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한 마케팅용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우리는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있다. 지금은 ‘재난 시기’란 이유로 이러한 모습이 쉽게 용인된다. 재난시기가 아닌 평상시에도 이는 이루어져 왔다. 생체인식기술, CCTV, 위치추적 등 IT기술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동떨어질 수 없는 상태에 와 있으며, 이러한 빅데이터 및 IT기술이 권위주의적인 권력과 자본의 손아귀에 쥐어졌을 때 어떠한 사회가 도래할 지는 충분히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는 예측가능하다. 유발하라리가 ‘전체주의적 감시사회’의 도래를 경고하는 까닭이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권력과 자본이 아닌 인민의 통제하에 두기 위한 ‘민주주의’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사회운동진영에게 완성된 과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구되고, 만들어가야 할 과제이다.

2. ‘물리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연대’

‘사회적 거리두기’, 정확히 말하면 ‘물리적 거리두기’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를 쓰다가, ‘물리적 거리두기’란 용어로 수정하였다. 지역사회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임이나 활동을 자제하거나 금지하는 것을 뜻하는 ‘거리두기’대책의 강제적 실시로 경제활동이 중단되면서 미국에서는 우파정치세력의 지원을 받는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는 공산주의’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두기를 중단하라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물리적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할 조건이 마련되지 않는 사업장(서울 구로 콜센터)에서는 집단감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거리두기’로 인해 생활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이나, 홈리스들의 고통과 삶이 새삼스레 드러나기도 하였다. ‘거리두기’로 인해 많은 집회와 시위가 취소되고, 연기되기도 하였다.
‘거리두기’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드라이브 스루’나 ‘워킹 스루’ 같은 바이러스검사방법의 혁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변화에 민감한 세력은 자본이었다. 배달앱서비스 같은 플랫폼기업의 성장, IT기업의 득세, 데이터 사용의 급증에 의한 서버의 증대로 반도체산업의 상대적 호황 등이 그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회적 연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대규모로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와 경북에 의료진이 달려가기도 하고, 집안과 시설에 갇힌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이 간간이이어지긴 하였지만 사회운동내에서 ‘사회적 연대’의 흐름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거리와 광장에서의 집회와 시위 대신에 다른 방법을 창안하는 것에도 굼벵이같이 느리다. 신자유주의적 ‘각자도생’의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감염병확산을 위한 ‘거리두기’속에서도 ‘사회적 연대’를 위한 운동은 지속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운동은 이제 거리나 광장 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으로까지 확장될 필요가 있다. 온라인(사이버)은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분이다.

3. ‘공공’ vs ‘시장’

코로나 확산초기 가장 쟁점이 된 것은 ‘마스크’였다. 감염방지에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마스크를 써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어떤 마스크가 효과가 있는지 등도 쟁점이었지만, 마스크를 생산하고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문제가 핵심으로 등장하였다. 마스크 생산기업과 유통기업은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재고로 쌓아두어 최대한의 이윤을 올리려 하였고, 해외로 빼돌리는 등의 행태를 저지르기도 하였다. 마스크 생산과 공급, 유통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나오자 정부가 생산과 유통, 공급에 개입하였다. 이 과정에서 ‘마스크 사회주의’란 말까지 생기기도 하였다. 기존의 시장시스템에서는 해결되지 않았던 마스크의 생산과 공급, 유통이 정부가 개입하여 ‘5부제’란 배급제까지 실시하고 난 후에는 안정을 되찾았다.
또 다른 예로 ‘거리두기’로 인해 음식 등 배달서비스업이 호황을 맞고, 자영업자는 고통을 겪는 와중에 가장 큰 배달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체계를 변경하였다가 온갖 비난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배달의 명수’라는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공공배달앱 서비스가 인기를 얻는 광경도 나타났다. 민간배달앱기업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수수료 없는’ 배달서비스를 공공에서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는 기존의 시장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공공시스템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뿐만 아니다. 두산중공업은 시대적으로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핵발전과 석탄산업발전에 매달리다가 경영이 악화되어 1조2천억에 달하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기업의 생명을 연장 중이다. 두산중공업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미치는 경제영향으로 망해가는 기업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그 생명을 연장하는 중이다.

위와 같은 사례는 이제 시장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생명력을 다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자본은 오히려 공공병원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면진료가 어려워진다는 판단속에서 ‘원격의료’의 도입을 다시 시도하고 있고,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한다는 미명하에 바이오의약품이나 의료기술에 대해 효과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규제를 완화하라고 요구하고, 환경규제나 노동규제를 완화하라고 요구한다.
사회운동도 이제는 사회적 필요의 충족을 위해 공공시스템이 중요하고 우선시되는 영역을 설정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운동으로는 의료와 요양, 보육 등의 돌봄과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 그리고 감염병의 원인이 된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운동이 일차적임을 제안한다.

4. ‘모두에게’ vs ‘필요한 곳’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자영업의 몰락, 서비스업의 악화, 제조업의 불황등으로 수많은 노동자, 민중이 생활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재난기본소득’이다.
국민 모두에게 일정액을 지급함으로써 당장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더불어 지역경제활동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안이다. ‘신속하게 당장’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어떠한 기준을 두지 않고 지급하자는 긍정적인 측면은 존재하지만 현실은 ‘100%지급할 것이냐, 70%지급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었다. 물론 각 지자체별로 자체적으로 ‘긴급재난지원비’란 이름으로 다양한 모습의 생활지원이 이뤄지는 데에 ‘재난기본소득’논란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점은 ‘100%냐, 70%냐’를 따지는 와중에 정작 중요하고 필요한 곳에 지원해야 하는 쟁점은 묻히고, 빼먹고 있지 않은가 되돌아봐야 한다. 그 쟁점은 실업급여, 유급병가, 긴급돌봄휴가, 긴급복지지원 등을 말한다.
실업급여는 지금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고, 실업의 고통에 처하고 있는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필요한 제도이지만,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고용보험가입율이 40%정도에 불과해 다수는 일자리를 잃더라도 실업급여혜택을 받지 못한다.
유급병가는 산재보험의 요양급여처럼 질병에 걸렸을 때, 건강보험에서 소득보전을 해주는 제도로 이번 코로나사태로 미국에서도 실시를 하기로 해서 OECD국가 중 우리나라만 도입이 안되어 있는 제도이다. 유급병가는 코로나에 감염된 확진자와 검사 중인 자,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이다.
긴급돌봄휴가는 ‘거리두기’와 휴교, 감염확산 등으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이들을 위해, 부모와 가족 등이 긴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휴가제도이다. 정부에서도 긴급돌봄휴가기간을 일부 연장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하긴 하였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위와 같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것’을 사회적으로 제공하고 보장해주는 것이, ‘모두에게 부족하게’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코로나 이후’에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민주주의’ ‘사회연대’ ‘공공과 생태’ ‘필요’는 ‘코로나 이후’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이자, 구체적인 요구로 만들어야 할 쟁점이다. 이러한 가치와 쟁점을 자각하고 얼마나 실천을 벌이는지에 따라 ‘코로나이후’ 사회의 모습은 지금의 ‘각자도생’ ‘위험사회’ ‘격차사회’ ‘생태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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