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호]장해등급 결정 기준의 공정성과 현실성에 대하여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07-27 14:35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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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욱  바른길 노무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업무상 사유로 재해를 당한 노동자에게 치료가 필요하면 그 치료에 필요한 의료비를 요양비 명목으로 보전해주고, 업무상 사유로 재해를 당해서 출근하지 못하거나 취업하지 못하는 기간에는 휴업급여를 지급하며, 치료가 끝났음에도 장해가 남아 노동능력이 상실되거나 감소된 노동자한테는 장해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기본적인 보상 체계이다. 그러나 실제 산업재해를 당하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재해보상금을 받은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공정한 보상을 받았다고 느낄까. 이번 에세이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등급 결정 기준과 그 기준이 과연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를 충족할 수 있을 정도로 공정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딱 작년 이맘때쯤 일어난 일이다. 대기업의 사내 협력업체에서 도장 직종에 종사하던 60대 노동자가 소형 그라인더로 손상된 도장을 긁어내는 작업을 하던 중 파손된 그라인더 날의 파편이 오른쪽 눈에 튀는 업무상 사고를 당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가 수술을 받았고, 이후 입원 치료부터 통원 치료까지 총 6개월을 요양했지만 결국 오른쪽 눈에는 실명에 준하는 시력 장해가 남았다. 그리고 그 노동자는 “한쪽 눈이 실명되거나 한쪽 눈의 시력이 0.02 이하로 된 사람”이라는 한 줄짜리 장해등급 결정 기준에 따라 제8급의 장해등급 결정을 받았다. 장해등급이 결정되고 장해급여가 지급되던 날, 근로복지공단 담당자는 전화 통화 중 “홍길동 님은 장해등급 8급 받으셔서 장해급여 495일 치 지급되셨어요. 이런 분이 장해 연금을 받으셔야 할 텐데 참 안타깝네요.”라고 말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급여는 제1급부터 제14급까지의 장해등급으로 나뉘어 차등 지급된다. 그리고 제1급부터 제7급까지는 장해급여 일시금을 받지 않는 대신 장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제8급부터 제14급까지는 선택권 없이 장해급여 일시금을 받을 수 있는 것에 그친다. 문제는 부위별 장해등급을 결정하는 기준에 재해노동자의 나이나 직종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사례의 60대 노동자는 일평생 현장에서 육체노동을 했다. 그리고 그 경력을 통해 도장 기술을 익힌 게 그의 밑천이다. 하지만 한순간의 사고로 그 노동자는 한쪽 눈을 잃었고 직장을 잃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사고로 받은 산재 보상금이 전부이다. 가족을 통해 들은 그의 일상은 매일 아침 시장 길목에 나가 앉아 혹여나 사고로 잃은 오른쪽 눈의 시력이 회복될까 하는 희망에 눈을 감았다 떴다, 손으로 가렸다 펼쳤다 하기를 반복한다는 것이었다. 그 좋아하던 텔레비전은 답답해서 보기 싫다며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과연 이 노동자는 작년 이맘때 발생했던 업무상 사고에 대해 공정한 보상을 받고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한 사례에 해당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듯하다.

이 사례를 접하면서 장해등급 결정에 나이와 직종과 같이, 현실적으로 재해노동자가 처하고 있는 상황이 함께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법정 정년인 60세를 넘어선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로 인해 자신이 평생 몸담은 직종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신체능력에 치명적인 장해를 입게 된 때, 그리하여 다시 동일 직종으로 복귀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될 때는 이와 같은 사정까지 고려해서 장해등급을 상향 조정해야 않을까 싶다. 모두가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고, 장해를 입었다고 해서 노동을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업무상 재해 때문에 치명적 장해를 입은 고령의 노동자들은 현실적으로 새로운 직종에 취업하고 적응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 직종 등과 무관하게 단순히 “한쪽 눈이 실명되거나 한쪽 눈의 시력이 0.02 이하로 된 사람”이라는 한 줄짜리 기준으로 모든 재해노동자의 장해등급을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보상이라 할 수 있을까. 나이가 많아 동일한 수준의 장해에도 재취업의 노력이 비교적 많이 요구되거나 재취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 기존에 종사하던 직종이 육체적 능력을 크게 요구하는 것이어서 장해를 입은 신체로는 동일 직종에 복귀할 수 없고 완전히 새로운 직종에 다시 도전하여야 하는 경우 등에는 장해등급을 상향 조정할 수 있는 기준이 추가되었으면 좋겠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그 제도의 취지가 진정 재해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공정하게 보상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라면, 각각의 재해노동자가 처한 현실에 한 발 가까운 보상 기준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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