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냉소하지 않고 연대하겠습니다.

[일터에서 온 편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4-04-11 16:48
조회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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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 경남도민일보 기자


 

안녕하세요. 언론 노동자 박신입니다. 제가 속한 회사는 <경남도민일보>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경남도민일보>는 도민 6000여 명이 주주가 돼 만든 도민신문입니다. 그래서 대다수 언론사와 달리 사주가 없습니다. 그 영향으로 기자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취재 합니다. 저 역시도 그러하고요.

저는 2020년 2월에 입사해 처음 2년은 편집 기자로 일했습니다. 이후 2022년 1월에 시민사회부로 발령받아 지금까지 같은 부서에 몸담고 있습니다. 마산지역을 2년 정도 맡다가 최근 창원으로 출입처를 옮기게 됐습니다. 여전히 생소하고 적응할 것 천지입니다. 특히 노동 분야를 새롭게 맡으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노동분야는 확실히 생동감이 넘칩니다. 살아있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집니다. 노동자들이 육성으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제 가슴에 날아와 꽂힙니다. 자주 분노하고 자주 슬픕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기자로 일하기 훨씬 전부터 산적했던 문제들이 아직도 그대로인 모습을 볼 때면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노동 이야기가 좋습니다. 기자가 아니면 결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자주 듣습니다. 기꺼이 이야기를 들려준 이들에게 어떤 책임감도 느낍니다. 최근에는 조선소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 기획한 책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에 등장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책을 받아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는 그들의 표정도 인상적이었지만, 책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그들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히 떠오릅니다.

날것 그대로의 표현들이었습니다. 조선소가 그들이고 그들이 조선소인 사람들이 하는 말은 저한테 큰 울림을 줬습니다. 조선소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사실상 저는 그날 처음 조선소 현실을 알게 된 셈입니다. 화나고 슬프지만, 조선소 여성 노동자들이 자기 자리에서 묵묵하게 견뎌내듯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합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조차 모를 정도로 조선소 현실은 암담합니다. 특히나 하청 노동자들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사실상 조선소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바꿔야할 것 투성이고 갈아엎어야할 것 천지지만, 그것들은 제 능력 밖의 문제들입니다. 당장은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변화 불씨를 당기는데 조그마한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한 상식처럼 이야기하는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현장이 너무 많습니다. 노동 분야를 담당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겠습니다. 냉소하지 않고 연대하겠습니다. 삶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 낼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세상이 오기를 고대하고 또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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