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호]바다가 위험하다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10-21 15:38
조회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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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철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지난 8월 24일, 일본이 주변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를 시작했다. 1주일이 지난 시점에 후쿠시마 제1원전 3km 이내에서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했더니 이미 검출 하한치를 초과해 바다의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그 와중에 미국은 자국 내 원전의 폐로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전 냉각수의 허드슨강 방류를 금지하였다.
이 냉각수는 핵연료에 직접 닿지 않은 물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싸잡아 반정부세력, 북한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반대하는 여론이 거셀수록 윤석열 정부의 대응도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과학이라는 미신
윤석열 정부가 가장 많이 강조하는 말은 과학과 괴담이다.
한때 과학을 맹신하던 시기가 있었다.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해서 국토가 파헤쳐지고 산업화와 현대화가 진행됐다. 그 결과 사람의 손발을 대신해주는 기계문명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반대로 강과 바다는 황폐화되고 대기는 오염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염된 강과 바다, 재난은 과학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 맹목적인 믿음은 다름 아닌 미신이었고, 과학은 혹세무민하며 돈을 갈취하는 수단이 되었다.

일본의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미신이라는 낱말을 떠올리게 된다. 미신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맹목적인 믿음을 뜻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과학적’이라는 말이 바로 근거 없는 맹목적인 믿음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나 국제원자력기구가 내세우는 ‘과학적인 안전성’이라는 것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대부분의 핵물질을 제거할 수 있고, 다핵종제거설비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는 희석해서 버리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3년 다핵종제거설비를 만든 이래 수차례 고장이 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처리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도쿄전력이 밝힌 내용에 따르더라도 ‘처리수’의 70%가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다. 미국의 국립해양연구소협회도 “희석이 오염의 해결책이라는 가정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주장은 방사성 물질의 유기결합, 체내 축적과 농축이라는 생물학적 과정이나 지역 해저 퇴적물에 축적되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며 방류에 공식 반대했다.

검증되지 않았다면 처리를 미루어야

가설과 주장이 나오면 이를 검증했을 때 과학적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 과학적이려면 시료와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론과 실험 물리학자들이 조사와 분석에 참여해야 한다. 한겨레신문조차 출입을 제지당했다는 현장에 대해서 ‘과학적’이라는 말은 가당치가 않다. 지금 일본정부가 현장을 통제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IAEA조차 일본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하고 있다. 시료와 데이터에 과학자들이 제대로 접근할 수 없으니 과학자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점잖게 ‘판단할 수 없다’ 정도일 것이다.
15~16년 전 4대강사업에 찬성했던 어용학자들은 보로 물을 가두면 물그릇이 커져 물이 맑아진다고 주장했다. 지금 그들은 아무 말이 없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것은 처리를 미루어야 한다. 과거, 과학이라는 미신에 근거해 저지른 숱한 과오들의 과학적인 결과로 우리는 기후재난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정도 매연이야 바람 불면 하늘에 퍼져서 괜찮다’던 대기권도 바다보다 백배 이상 넓지만 지금은 변해서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수시로 재난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은 해양투기를 고집하고 있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그보다 더 안전한 여러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기체로 증발시키고 남은 핵물질을 처리하는 방법, 고체화해서 지하에 매설하는 방법,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25년인 점을 고려해 장기 보관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

도쿄전력 제1원전에는 총 6기의 원자로가 있다. 이중 1~4호기가 2011년 쓰나미 당시 수소폭발하였고, 1~3호기는 노심용융이 일어나 모두 폐로를 계획하고 있다. 폐로에는 30년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는 일반 원전도 노심에 핵연료가 없는 상태를 전제로 30년이 걸리는데, 후쿠시마 원전은 연료봉과 파편까지 880톤에 이르고 노심이 용융되고 있어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사람이 접근하면 즉사할 수 있는 양의 방사성 물질을 내뿜고 있어 아직 몇 그램의 시험추출도 못 하고 있다. 그 노심을 거쳐 나오는 것이 소위 ‘오염수’의 실체다. 정상적인 원전의 냉각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원전사고들이 있었다. 모두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것들이다. 체르노빌에서는 37년이 지난 지금도 핵연료 잔해는 손을 못 대고 있고 반경 30km 이내에는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 여전히 그곳에서는 생명이 살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을 윤석열 정부는 폐기하고 있다. 오히려 원전산업을 육성하고 원전 확대를 꾀하고 있다. 과거 원전이 화석연료를 대신할 수 있어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달로 원전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핵폐기물은 처리할 방법이 없어 쌓아두고 있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비유되는 원전은 안전하지 않으며 핵폐기물의 처리비용까지 상계하면 절대 경제적이지도 않다. 탈원전이 안전한 에너지 정책의 답이다.

나라가 안 하니 '나'라도 해야지

중국은 일본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일본은 마치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화들짝 놀랐다. 후쿠시마 어민들은 법원에 해양투기 중지 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편을 들고 대변인을 자청하고 있다. 해양투기가 한국에게는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백해무익이다.
바다에 투기한 핵물질이 바다생태계를 파괴하기 전에 중단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양투기가 일본에게 불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은 현재 8개현에서 생산된 수산물에 대해서만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일본산 수산물뿐만이 아니라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하였다. ‘나라가 안 하니 나라도 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시작하였다.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지자체마다 단체급식에 일본산 수산물 사용금지를 조례로 만들고, 활어뿐만이 아니라 냉동어류, 가공어류까지 방사성 검사를 확대해서 국민 안전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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