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호]윤석열은 고쳐 쓰긴 글렀다.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05-15 17:31
조회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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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금속노조법률원


#윤석열 후보의 말

“사람이 손발로 노동을 해가지고 되는 건 하나도 없어. 그거는 이제 인도도 안해.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고.”
“주 120시간은 일을 해야 된다는 거야. 바짝 일하고 그 다음엔 노는거지.”
“최저시급제라든지 주 52시간이라고 하는게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지장이 정말 많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시절 발언이다. 이 때만해도 설마설마 했다. 손발노동 발언은 노동현장에 대한 철저한 무지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평생을 화이트칼라 노동자로만 살아온 자들이 보이는 폭력적 편견이었다. 누구나 편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대통령후보가 이런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됐다. 주 120시간 발언도 그런 연장선이었다. 자신의 검사시절 노동경험에만 의지한 너무도 단순하고 편협한 인식이다.

최저임금 철폐발언은 더욱 황당했다. 최저임금제의 시행은 헌법 제32조에 직접 규정된 국가의, 헌법기관인 대통령의 의무다. 최저임금제를 폐기하는 것은 위헌적 행위로 탄핵사유가 될 수도 있다. OECD 국가 어디나 시행하는 최저임금제를 우리나라만 철폐했다는 국제적 망신은 덤이다. 그도 헌법을 공부한 법률가가 아니었던가. 노동권을 규정한 헌법 제32조, 제33조만은 그의 관심 밖이었던 것인가.

#윤석열의 취임사

그는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했다. 정부의 규제는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유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는 마치 대부분의 규제가 불합리하고 자유시장질서를 제약한다는 듯 언급했지만 본래 모든 규제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대부분 국민 다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법도 그렇다. 노동법은 헌법에 따라 일하는 국민의 ‘인간다운 노동’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다.

노동법이 없는 시절은 어땠을까. 200년 전 영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3,588시간이었다. OECD 국가 최고 수준인 2023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의 두 배에 이른다. 강요된 노동은 아니었다. 노동자도 돈을 벌기 위해 “자유롭게” 동의한 것이다. 강요된 것만 아니면 아동도, 임산부도 제한없이 일했다. 하지만 일하다 팔이 잘리면 근로계약을 이행할 수 없으니 직장에서 잘렸다. 치료비나 생활비, 장해급여는 당연히 없다. 본인 부주의로 다쳤는데 사장이 왜 물어내냐는 것이다. 그래서 동료 노동자들이 참다참다 너무 부당하다며 항의의 의미로 작업을 중단하는 파업을 하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했다. 그들의 논리는 이랬다.
“내가 아동에게 강제로 일 시켰냐? 애도 부모도 다 동의했다.”
“노동자 본인이 돈을 더 벌려고 새벽까지 일하기로 자발적으로 계약했다.”
“그렇게 주의하라고 했는데 한 눈 팔다 다쳤으니 알아서 해야지.”
“집단적으로 떼를 써서 공갈협박을 해? 감옥에 쳐넣어 법질서를 세워야지.”
노동법이 없던 시절 근로계약은 ‘자유’에 맡겨졌다. 하지만 사용자는 갑, 노동자는 을이다. 공정한 계약이 될리 없다. 그러니 애들도 일하고, 임산부도 일하고, 임금은 바닥이 없고, 새벽까지 일하거나 안전장비 없이 일해도 강요된 것만 아니면 합법이고, 그러다 다치거나 병들면 치료도 못받고 해고되고, 억울하다 항의하면 업무방해죄로 감옥을 간다.
하지만 노동법이 있는 지금은 어떤가. 노동시간은 주 52시간으로 제한되고,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은 노동자가 동의했더라도 사장은 처벌받는다. 아동에게 일을 시켜도 처벌받고, 일하다 다치면 치료비와 생활비, 장해급여가 지급되며, 애초 일하다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 의무가 사용자에게 부과된다.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노동자들의 파업은 합법이고, 파업을 방해하면 그게 불법이다. 노동법의 역사는 사용자의 자유를 제한해 노동자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해 온 역사다. 그런 노동법의 역사를 무시하고 노동현장에 까지 ‘자유’를 강조는 것은 무지를 넘어 인간에 대한 폭력이고 억압이다.

#노조를 때려잡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취임 직후 보여준 그의 첫번째 노동 행보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을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었다. 다단계 재하청 구조 속에 진짜 사장과 말 한마디 섞을 수 없었던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열심히 싸웠다. 그러나 드넓은 조선소 바닥에서 집회조차 제대로 못하게 했고, 애초 집회물품 반입부터 막았으며, 겨우 친 천막은 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구사대를 동원해 때려부쉈다. 지회장은 해고한 뒤 조선소 근무자가 아니라며 출입조차 금지했다. 도저히 이대로 살 순 없어 철창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투쟁했으나 정부는 조율은 커녕 특공대 투입을 언급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사측 제시안을 거의 모두 수용하며 손배소만은 간부들만으로 제한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그 날 밤 거제에 내려온 노동조합 출신 노동부장관은 간부들만으로는 부족하고 일반 조합원들에게까지 손배소를 해야 한다며 타결을 막았다. 그들이 주장하는 손해액은 8,000억원. 노동자들이 평생을 노예처럼 일해도 감히 쳐다볼 수도 없고, 로또 1등에 100번이 당첨돼도 다 갚을 수 없는 돈이었다.

가을에는 화물연대 파업이 북핵위협과 동일하다고 규정한 뒤, 그야말로 정부기관을 총동원해 제압했다. 경찰은 사소한 시비만으로도 득달같이 체포하거나 출석을 요구했고, 언론은 “화물연대 노조원 A씨 협박혐의로 조사 중”이라는 식의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기 바빴다. 초유의 강제 업무개시명령에 이어 재벌기업의 담합을 잡아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화물연대를 때려댔다. 화물연대는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자단체라는 어이없는 논리였다.

해가 바뀌니 노동조합의 회계를 뒤지겠다며 회계장부 제출을 거듭 요구했고, 내지 않으면 세액공제를 없애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규정하며 그간 관행적으로 인정되던 잔업수당인 월례비와 고용협의 과정을 모두 공갈과 강요로 치부했다. 정부가 나서서 건설현장에 누구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고소하라는 사실상 고발사주를 대놓고 했고, 경찰은 광역수사대를 동원해 전방위적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을 했으며, 검찰은 하루가 멀다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규직 귀족노조의 이익만 옹호하는 민주노총이 문제라고 하더니 정작 때려잡은 건 조선소 하청노동자와 운송, 건설 특수고용노동자 등 그들이 보호대상으로 주장한 ‘비정규직’이었다.
왜 노동조합이었을까. 단순한 인기몰이일까. 아니다. 그들은 코로나와 전쟁으로 촉발된 경제위기를 늘 그렇듯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극복하려 하고, 노동자를 희생시키기 위한 노동법과 각종 규제를 개악하려는데 최대 걸림돌이 바로 노동조합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들의 동의 없이는 집단적 노동조건을 마음대로 후퇴시킬 방법이 없고, 단속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문화 시킬 수 있는 파견법, 기간제법, 중대재해법, 최저임금법, 근로시간 제한까지 모조리 ‘준수’시키는 것이 노동조합이기 때문이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라.”가 아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한 이유도 그것이다. 당시에도 노동법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기에 전태일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노동법이 있어도 준수되지 않는 이유, 바로 힘의 불균형이다. 권력관계가 본질인 성폭력이 신고가 어려워 불법임에도 반복되듯, 사용자가 갑이고 노동자가 을인 노동현장에서는 힘의 불균형 때문에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는다. 불이익이 두려워 불법이 판을 쳐도 신고하지 못한다. 그래서 헌법은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했다. 단결하여 힘의 균형을 회복시켜 노동법을 지켜지게 하고, 노동조건도 대등한 교섭으로 직접 만들어가라는 것이다. 그런 노동조합을 악마화하고 박살낸다는 것은 50년 전 전태일이 분신하던 시절로 되돌리겠다는 것과 같다.

# 어떻게 할 것인가

윤석열의 노동정책은 검사 출신 아마추어 대통령의 무지의 산물이 아니다. 노동자의 희생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핵심 경제정책이다. 귀족노조가 문제라면서 비정규직노조를 짓밟고, 법치를 세운다면서 노동법 준수의 필요조건인 노동조합을 악마화하는 도무지 앞뒤가 안맞는 행보도 그래서 나왔다. 그리고는 집회와 파업으로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운동 그 자체를 강요이고 업무방해라며 죄악시하고 있다. 200년전 사고방식이다.

그러니 그들은 설득과 타협으로는 변화시킬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노동자의 무기인 단결과 투쟁으로 윤석열 정부의 총공세를 견뎌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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