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호]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의 의미와 현장활동방향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1-04-02 13:56
조회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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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8일에 제정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
대해 법률전문가의 시각과 노동자가 보는 시각으로 맞추어 기획해보았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입법에 부쳐

 김태형// 민변경남지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2021. 1. 8.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중대재해처벌법’또는 ‘법’이라 함)이 통과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부칙 규정에 따라 시행을 유예하여 2022. 1. 27. 자로 시행되며, 50명 미만의 사업장의 경우는 3년이 지난 다음 시행하게끔 결정 되었다.
상시 근로자 5명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등 노동, 시민 단체의 요구안이나 종래 논의되던 입법안에서는 상당히 후퇴한 것은 사실이나 어쨌든 2000년경부터 시작된 시민, 노동 사회 중심의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입법 운동이 소기의 결실을 거두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하에서는 법 제정 이전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를 우선 살펴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이 무엇인지 간단히 확인한 다음,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법 제정 이전 우리 형사법의 이론에 의하면, 「산업안전보건법」이 안전, 보건 조치 의무 위반 등으로 인한 재해 사망의 경우 최대 7년 및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중대한 책임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윤의 귀속 주체인 기업의 대표이사 등 경영진과 소유주들, 안전, 보건의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책임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 그 자체에 그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였다.
즉 산업 재해 발생 시 형사 책임의 귀속의 전제는 행위자가 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구체적인 과실’, 즉 해당 재해의 발생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나, 실제 산업 현장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리 책임 구조의 단계와 그 복잡성으로 인해 회사 소유주는 물론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자들 즉 소위 ‘높으신 분들’로 사고 현장 근처에도 잘 오지 않았을 자들에게는 이 ‘구체적 과실’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법원 또한 이 구체적 과실의 귀속에 있어 지나치게 소극적인 해석을 해 왔다. 2018, 2019 산업 현장의 사망사고에 대한 1심 법원 사건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법원이 피고인에게 징역이나 금고 등을 선고한 것은 전체 피고인 중 1.9% 로 매년 3~5건에 불과하였으며 대부분 재산형(벌금)이 선고되었는데 그 벌금액은 평균 5백만 원 정도였다.
기업 자체에 대한 벌금의 형 또한 과소하였는데, 예를 들어 2017년의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의 경우,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고작 벌금 300만원이 선고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점으로 입법 된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 중 중요 부분을 살펴본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사업장의 안전과 관련한 일정한 안전, 보건확보 의무를 부담하며(법 제4조, 제5조), 이를 위반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구체적인 주의의무’와는 일단 무관하게, 사망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사망 이외의 경우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고, 벌금과 징역을 병과 할 수 있도록 하였다(법 제6조 제1,2항). 종래 이론상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의 인과관계의 문제를 다소 달리 규정하였다. 그러나 인과관계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안전, 보건 확보의무의 범위가 법에 규정되어 있으나 다소 추상적이며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어 안전,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가 또 다른 논쟁의 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인 기업의 처벌에 관해서는, 경영책임자등이 위 제6조를 위반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 또는 기관에 대해, 사망 사고의 경우 최대 50억 원, 기타 사고의 경우 최대 10억 원의 벌금을 과하도록 규정하였다(법 제7조). 따라서 법인인 기업에 대한 책임요건이 완화되었고, 벌금의 상한이 높아졌다.
형벌이 아닌 손해배상 책임으로서,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의 손해배상액은 그 손해액의 5배 까지를 배상하도록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3자에 대한 도급, 용역, 위탁 등의 경우에도 실질적인 배, 운영, 관리의 책임이 있는 경우 동일한 수준의 안전 보건을 확보하고 이를 반할 경우 같은 정도의 책임을 지게끔 규정하였다(법 제5조). 따라서 위반 규정 또한 동일하게 적용된다.

평가 및 앞으로의 방향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쉽다. 종래 논의되었던 입법안에 비해서는 상당히 후퇴한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 과반 의석의 집권당은 입법 과정에서 1명이 사망한 사건은 중대재해에서 제외하겠다는 등의 납득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다. 지금의 법률안이 그나마 유가족들과 의원들의 단식 투쟁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그래서 기쁨보다는 씁쓸함을 남긴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에서 제외시킨 것은 치명적이다. 민주노총 금속법률원에서 이미 위 규정을 대상으로 헌법상의 평등권, 재판절차 진술권, 근로의 권리 등을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이라는 이우로 헌법 소원을 제기 하였다. 법적인 면에서는 ■ 형사 책임을 지게 되는 ‘경영책임자’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의미하는지 ■ 도급 등의 경우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확대 요건인 실질적 지배 · 운영 · 관리의 책임이 있는 경우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인지, ■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가 어디까지인지 ■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과 사고의 인과관계는 어느 정도의 선에서 인정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가 새로운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책임의 전제가 되는 안전보건확보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게끔 하고 있는데(법 제4조 제2항), 이 시행령의 제정을 앞두고 이미 논란이 한창이다. 얼마 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으로 입법 훼손을 경험한 이상 노동, 시민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의 입법 운동을 통해 노동안전을 위한 법 제정이 이루어진 사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산업재해의 심각성에 대해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동의와 공감을 보인 점 등은 고무적인 것이며 주목할 만한 성과다. 또 법 제정 이후 실행기관으로서의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이 논의되고 가시화 되고 있는 것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 안전 보장 및 노동자 권리 강화를 위한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

다만 근본적인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의 한계는 사고 발생에 따른 처벌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겁을 주어’ 노동 안전을 담보 받자는 것에 있다. 즉 중대재해처벌법이야말로 아이러니하게 노동자의 목숨의 값과 처벌의 불이익의 형량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위와 같은 본질적 한계를 통해 우리는 법 이후의 노동안전과 보건을 위한 운동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즉 노동 현장 안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자 스스로가 안전, 보건 관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사고 대책으로서 산업재해보험의 선급여 후심의제, 트라우마 등 정신적 외상과 재활을 포함한 포괄적인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등의 구상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석상 쟁점, 권오성(성신여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성과와 과제,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한국의 기업살인 운동 : 사회구조와 집합적 주체에 대한 비판적 실재론 분석(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
산재보험의 발전 방향(임상혁, 노동건강연대)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자 지원단 활동 백서(피해자 지원단)
중대재해처벌법 내용과 대응방안(정태원,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 남긴 과제(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이후의 노동현장

 김정열 대우조선지회 부지회장


2020년, 우리는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의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2021년 1월 8일, 마침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었지만 알맹이는 쏙 빠진 껍데기만 남고 말았다. 이를 방지하고자 수 많은 동지들이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 돌입하고, “공동 문자행동”등 다양한 전술로 국회를 압박했지만 끝내 우리가 염원했던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통계에 따르면 중소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즉,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가장 절실한 곳이 바로 중소사업장의 노동자임에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 유예 3년,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의 적용을 제외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22년부터 법이 적용되는 대기업은 발 빠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면책용으로 실질적인 안전보건 비용 설계보다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자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한국 사회에서 반쪽짜리 법 제정은 여전히 노동자의 죽음을 방치하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는 20년 만에 산안법을 전면 개정했다면서 마치 모든 노동자에게 산안법이 적용될 것처럼 홍보했지만, 속속히 들추어 보면 곳곳에 자본을 위한 안전장치로 노동자를 기만했다. 수많은 예외 조항은 여전히 안전교육 면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적용 등 노동자의 권리를 축소 시키며 생색내기에만 바빴다. 실제 투쟁으로 힘들고 어렵게 법을 개정하고 신설해도 실효성을 담보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0년부터 적용되는 공공행정 및 초중고 특수학교 노동자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경우, 거제지역에서는 지난 해,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코로나 19가 핑계의 이유였다.

그렇다면 중소·영세 사업장을 비롯한 대공장은 어떠한가? 중대재해와 직결되는 위험작업의 거부할 권리가 보장되고 있으며, 실제 개별 노동자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가? 산재은폐 금지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공상을 거부하고 제대로 치료받을 아주 기초적인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고 있는가? 아마 중대재해기업처벌은, 이처럼 법이 있어도 실효성이 없으니 사업주의 강력한 처벌을 통해서라도 최소한의 안전보건조치 이행을 강제함에 있을 것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현장의 관심과 목소리가 없다면. 우리의 권리는 사문화 되어 오히려 사측의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역할로 둔갑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다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화제를 전환하여, 대공장 노동자들은 사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대부분 예외 조항 없이 법의 적용을 받고 나름 사측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영세 사업장보다는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고, 특히 노조가 있는 사업장일 경우 보다 많은 권리를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사측은 노동부에 보여주기 위한 면피용으로 서류상의 조치에 중점을 둘 뿐, 현장 노동자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안전보건 활동에 참여한다면, 노동자의 참여가 없었음에도 직접 참여한 것처럼 서류가 조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대우조선은 산안법과 단체협약으로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노동자에게 알리고 설명회 개최를 보장하고 있다. 하청노동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대부분 조회 시간 등을 이용하여 설명회를 실시한 것처럼 서명으로 대처한다. 이에 작업환경 측정 결과나 개선조치사항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는 노동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노동자가 관심이 없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음에는 먼저 사측의 의무 위반을 꼬집을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주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또한 이러한 사례의 연장선이라 본다. 법이 있어도 사문화 되지 않고, 더이상 법이 개악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은 노안 전담자가 선임될 수 있도록, 또 노안활동가들은 익숙함에 길들여 지지 않도록 사업장 곳곳에서 모세혈관처럼 움직이는 활동이 절실하다. 이러한 현장 시스템 구축이야 말로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 출발이 아닐까?

지금도 쉼 없이 울리는 코로나19 문자에 마음이 무겁다. 노동자 직업병은 역학조사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개월이 걸리고, 해마다 2천 4백여명의 노동자가 노동재해로 목숨을 잃어도 그동안 노동자의 아픔은 재난이 아니었음에 화가 난다. 정부의 코로나 19 대응을 보며, 그 동안 우리의 요구가 현실 불가능이 아니라 묵살 당해 왔음에 함게 분노해야 한다.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쟁취하고,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현장의 문제의식을 고취하고 이러한 목소리를 사회적 문제로 이끌어 내는 시스템 구축에 함께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부터 익숙함에 길들여 지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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