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 노동 전문 변호사가 본 노동자 건강권 문제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7-03-24 15:47
조회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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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 (변호사)


최근에 난 2달 간에 걸쳐 뇌경색, 뇌출혈 관련으로 쓰러진 노동자들의 4건의 사건 중 지난한 소송을 과정을 거쳐 3건을 승소 확정 판결 받고, 1건에 대해서는 제1심에 패소하여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모두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가 뇌출혈 관련 질환을 발생시켰음을 입증하기 작업이었다.
모두 3년 넘게 걸린 사건들이었고, 다행히 승소하였지만 기본적으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노동자가 승소할 확률은 11% 정도다 그 중에서 뇌,심혈관계 계통의 행정소송 승소비율은 2% 내외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의학적 인과관계의 입증을 강화한다면서 근로복지 공단에 의해 관리되는 자문의 제도를 이용하여 불승인율을 대폭 올리고 심지어 2007년 산재법 개정 때에는 질병판정위원회를 도입하면서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업무로 인해 질병이 발생했음을 의학적으로 입증하라는 어처구니 정책을 시행한 결과이다.
그 이전에 근로복지공단은 패소율 40% 정도였는데 이 시기를 즈음하여 패소율이 대폭 감소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노동계는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질병이나, 상해, 사망에 이른 경우 산재로 추정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줄기차게 하여왔으나, 국회나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산재 인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데 혈안이 되어 왔을 뿐이다.
뇌,심혈관계 질병에 대해 근복지공단은 노동부 고시로 되어 있는 인정 기준, 즉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 양이나 시간이 일상 업무보다 30% 증가 되거나,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 및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기준에 조금이라도 미달하면 가차없이 불승인 처분을 하고 있다.
승소한 위의 3건의 사례들은 1주 평균 60시간 정도인데 12주에 미치지 못하거나 4주 1주 평균 64시간에 미치는 못하는 경우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근로복지공단의 기준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1주 시간외 근로 12시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1주 52시간이면 장시간 노동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0년 연구자료에 의하면 52시간 초과 노동자 군에서 심혈관계 질환이 40시간 초과 48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 군에 비해 무려 4.09배로 증가하고, 뇌출혈의 경우는 4.18배나 높았던 객관적 자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 그것도 노동조합이 있는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에도 주당 60시간 근무는 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년간 근무시간이 2,200시간 즉 주당 42시간이라는 통계를 믿지 않는다. 그것조차도 OECD 최상급 장시간 노동이지만 내가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은 연간 3,000시간을 훌쩍 넘기는 노동자들을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임금체계가 장시간 근로를 유도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시간외 근로, 휴일 특근 등을 해 할증임금이라는 달콤한 돈과 건강권을 바꾸는 노동관행은 수 십년간 변함이 없다.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노동자대로로 할증임금을 위해 밤, 낮으로 일하는 이 지긋지긋한 노동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운 그러나 한 번 쓰러지면 인생이 파탄 나는 뇌, 심혈관계에 노출될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살인자 장시간 노동에 대해 이제 결단을 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노동 조직은 힘이 없고, 각자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지 말라고 소리칠 수도 없는 이 현실의 벽 때문에 절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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