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호]시대와 함께하는 문화행동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0-05-22 17:53
조회
26
게시글 썸네일

 우창수가수/작곡가




나는 가수이며 작곡가이다. 25년 전 서른즈음에 쓴 곡이 있는데, 그 노래가 "더이상 목숨을 팔지마라“이다. 어느 산재추방과 관련한 토론회 때문에 노래를 만들게 되었는데, 뭘 알아야 곡을 쓸 수 있을건데 싶어 한 일주일 가량을 산재관련 자료와 씨름했었다. 그때 노래제목을 ”더이상 목숨을 팔지마라“로 정했던 것은 노동자 스스로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 나름의 결론이었다. 노동자가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지 목숨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니 노동자 스스로 각성하자고 노래로 말하고 싶었다. 가끔 노동자건강권의 달인 4월에 이 노래가 불리워 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25년이 지났는데도 불리는 것은 그만큼 현장의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에 안타까울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지난해 2019년 12월, 나는 또 하나의 노래를 만들어 세상에 묻고자 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였던 고 김용균의 1주기를 맞아 백서발간 북콘서트 자리에서 여러 예술인들이 모여 공연물을 만들었고, 그 공연에서 ”김용균이라는 빛“이라는 노래를 배우들과 함께 불렀다. 여전히 노래는, 예술은 시대와 사람들에게 물어야 할 것이 많다. 시대의 스승이자 실천가인 백기완 선생님은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는 법이다“ 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시(詩)는 시(時)”다. 라는 말이 있다. 돌아가신 소설가 이문구 작가님이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에서 이 문구를 쓰셨는데, 작가는 다른 의미로 썼지만 나는 이 말을 시대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고 나의 해석을 붙인다. 시(詩)는 시(時)다. 노래도 시(時)다. 예술도 시(時)다. 산재와 관련된 나의 두 노래도 시대와 함께하는 노래이다. 아이들의 노래도 있어야 하고, 봄꽃을 노래해도 좋겠지만 시와 노래와 춤이 또 있어야 할 곳이 있기에, 시대와 함께 서야 할 곳을 아는 예술인들은 그곳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길을 나선다.

여기 그 길을 나선 문화예술인들이 있다. “시대와 함께 하는 문화행동”을 꾸려 <거리에서 현장에서>라는 거리공연을 만들었다. 지난해 2019년, 일본 아베정부의 일방적 무역제제와 경제침략, 역사왜곡에 맞서 2019년 8월 5일 이후, 창원민예총의 예술인들 중심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반 아베 거리공연’을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창원 용호동 문화의 거리 정우상가 앞에서 펼쳤다. 올해부터는 문화예술인들의 참여범위를 넓혀 아베정권을 규탄하는 반아베 거리공연과 함께 다양한 시대의 고민과 의제를 말하고자 공연주제의 범위도 넓혔다. 매달 둘째, 넷째 주 수요일마다 창원 용호동 문화의 거리에서 <거리에서 현장에서>라는 공연을 이어가며 공연주제도 시대와 현장의 어려움을 담고자 했다. 때론 공연장소가 정우상가 아니어도 좋고, 가야할 곳이 있다면 예술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연대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9주기를 맞아 “불가역적 탈핵, 기후위기비상행동”을, 3월 25일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들어하는 대구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음을” 온라인 공연을, 4월 16일 세월호 창원촛불모임과 함께 세월호 6주기 추모공연을, 4월 29일에는 삼성크레인사고 3주기 추모공연을 함께 진행했다. 앞으로도 문예적 기재로 시대와 함께 이 ‘문화행동’을 이어갈 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시대와 함께하는 문화행동>은

첫째. 반인간, 반자연과 모든 권력의 횡포를 거부합니다.
둘째.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생명존중, 인권존중, 자연존중을 새깁니다.
셋째. 소수와 약자와 낮은 곳으로 시선을 향합니다.
넷째.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문화적. 예술적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다섯째. 뜻을 함께하는 벗들과 어깨동무하며 건강한 사회를 위해 나아갑니다.
여섯째. 소속 단체와 관계없이 함께합니다.
라고 <시대와 함께하는 문화행동>의 뜻을 밝히고 있다. 물론 나도 이 문화행동의 구성원이며 시간과 힘이 허락하는 대로 함께 하고자 한다. 시대의 아픔과 문제를 고민하고 연대하여 그 대안과 실천을 함께하고자 하는 것. 문화예술인이 시대와 함께하고자 한다면 분명 서 있어야 할 자리이다.

퇴근길, 많은 이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우리의 연주와 노래, 시를 듣는다. 가끔 시간이 여유로운 분들은 걸음을 멈추고 공연장소로 와서 눈과 귀를 연다. 거리를 지나가는 노동자와 학생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길어봤자 5분 정도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지만, 우리의 시와 노래는 허공에 흩어지지 않는다. 그 퇴근길 버스 안에서, 저녁밥상 앞에서 살아날 것을 믿기 때문이다. 노래 한 곡과 잠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 그들은 왜 저리 거리에 나왔을까 생각할 것이며 스치듯 들은 그 싯구 하나가 궁금해질 것이다. 아마 다음 수요일엔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돌려 피켓을 보고 귀 기울여 노래와 시,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화행동의 문화예술인과 거리의 시민들은 똑같은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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