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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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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벌금은 맞더라도 체불임금은 지급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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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에서
벌금은 맞더라도 체불임금은 지급못한다?
김중희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 사무국장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 사무국장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사무실 외벽에 새터가 뭐하는 단체인지 알리는 광고 현수막을 제작하여 부착했다.
사무실 주변도 주택가라 오가는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새터를 알리고자 하는 의미였다.
지나가다 한두분씩 광고 문구를 쳐다보는 분들이 늘어났고 처음으로 광고 문구보고 연락했다며 상담이 들어왔다.
“저, 여보세요. 거기 상담해주는 곳인가요? 제가 퇴직금을 못받아서 그런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조금은 어리숙한 말투였지만 A씨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조곤조곤 말을 이어갔다. 내용을 요약하면,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업체 물량팀 소속 노동자로 3년 가까이 일하다가 퇴사를 했는데 물량팀장이 퇴직금을 주지 않고 있는데 어떡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근로계약서는 작성했나요?”, “네.”
“4대 보험료는 들어갔나요?”, “네. 4대 보험도 가입했습니다.”
물량팀 노동자로 3년 가까이 일하면서 근로계약서도 작성하고 4대 보험도 다 가입되어 있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퇴직금은 받을 수 있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면 될거라고 안내 해주었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통화를 마쳤다.
이후, “노동부에 진정하면 블랙리스트에 걸리는거 아닙니까?”, “노동부에 진정 한다고 다 블랙리스트에 걸리는 거 아닙니다. 퇴직금은 받아야 되는데 팀장이 안준다고 하면 어쩔수 없이 노동부에 진정서 넣고 받는 방법 밖에 없잖아요. (블랙리스트)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라고 통화를 한 후 A씨는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지금 노동부인데 근로감독관이 3년치 퇴직금을 1달치 월급만 받고 정리하라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네? 체불임금 확인원 받으셨나요?”. “네”, “그러면 합의 안하다고 하면서 확인원만 가지고 나오셔서 법률구조공단 가셔서 지급명령 소송 진행해 달라고 하십시오. 합의하시면 안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근로감독관이 “조선 경기도 어려운데 젊은 물량팀장이 회사도 어렵고, 재산도 없는데, 괜히 빨간줄 긋게 하지 말고 1달치 월급으로 정리하는게 어때요?”라고 했단다. “퇴직금도 못받았지만 팀장이 월급마다 4.5%씩 별도로 공제한 금액은 어떻게 됩니까?”라고 물으니 담당근로감독관은 “퇴직금이 중요하지 짜잘한 것까지 얘기하면 어떡합니까?”라고 했단다. 더 어이없는 것은 물량팀장인데 “1달치 월급만큼은 줄 수 있는데 언제 줄지는 장담할 수 없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 근로감독관의 태도에 대해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장과 근로개선지도과장 면담 자리에서 문제제기하고 성실히 조사해서 진정이 해결될 수 있도록 촉구하였지만 근로감독관은 A씨에게 전화하여 “당신이 문제제기해서 지청장한테 엄청 당했다. 그리고 언제 임금 착복(공제)에 대해 얘기했었냐? 그거 받을려면 진정서 다시 제출해라.”며 아무런 반성과 태도 변화도 없이 민원인을 압박했다는 전화를 받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근로개선지도과장을 찾아가 항의하자 “제가 다시한번 교육시키겠습니다. 그 감독관 열심히 하는 사람인데 뭔가 오해가 있는거 같은데... 일 빨리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담당 과장이 당황해 했다.
이후 A씨로부터 위임장을 받아서 불법으로 공제된 금액까지 되받기 위해 진정서를 다시 제출하고 확인한 결과 그 금액이 2백3십만원이 넘었다. 앞서 못받은 퇴직금까지 합하면 일천만원 정도 되는 금액이 되었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연신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저한테 사과할 문제가 아니라 A씨한테 하셔야죠.”
그러고나서 아는 사람을 통해 물량팀장을 만났다. “돈 갚으셔야 되는거 아시죠?”, “네. 그런데 제가 사정이 너무 안좋아서요.”. “그렇더라도 단 몇 백만원이라도 먼저 주면서 성의를 보여야죠. 안그러면 검찰에서 벌금 맞을거고. 괜히 빨간줄 생길 필요 없잖아요. 그렇다고 체불임금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저도 아는데 너무 힘드네요. 벌금은 맞으면 내야죠.”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은 맞더라도 체불된 임금은 일부분만이라도 지급하는 것은 어렵다니. 무슨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단 말인가.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업체가 폐업되면서 월급을 못 받거나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체불 노동자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이번 상담처럼 개별적 대응도 있지만 삼성중공업 천일기업처럼 100여명이 집단적으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모든 노동자에게 최소한 임금과 퇴직금에 대해서는 원청이 나서서 지불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제44조의2(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 규정을 확대 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고의적으로 임금체불을 하고 재산을 빼돌리는 자들에겐 법의 엄중한 처벌이 가해져야 할 것이다.
A씨 부인은 사무실로 찾아와 “올 여름에 시어머니까 갑자기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원비도 장난 아닌데.... 어떻게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신경 좀 써주세요.”라고 했다.
벌금은 맞더라도 체불임금은 못주겠다는 물량팀장은 오늘 검찰 조사를 받는다. A씨는 체불임금 중에 300만원은 소액체당금으로 받았으니 이후 업체 폐업을 한 물량팀장이 일반체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준비해 주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는데 물량팀장이 어찌 나올런지......
돈 못받은 노동자가 돈 안준 사람에게 사정해야 되는 이 상황이 참, 뭣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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