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대로 돈벌지도 못할거 괜히 일찍 치료 종결했습니다. 휴업급여로 생활도 안되고, 손가락 다친 걸로 환자랍시고 일도 안하고 치료만 받는게 사람버릴 것 같더라고요. 의사는 좀 더 치료하자는 걸 움직일만해서 종결하고 일하러 갔는데, 손에 힘이 없어서 망치도 놓치고요, 동료를 다치게 할 뻔했습니다. 그 후로는 더 아파지고, 손가락 신경이 마비가 되었는지 굽혀지지 않습니다. 재 요양해 달라고 서류도 몇 번이나 올렸는지 모릅니다. 아무리해도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승인을 안해줍니다. 어떻게 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김씨는 건설현장에서 일하시다가 전기톱에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절단되어 봉합수술을 하셨다. 6개월 정도 치료를 한 후, '5우수부 좌멸창, 우 제5수지 신건파열'에 대해 병원에서 장해보상청구를 해주었다고 한다. 치료 종결하던 직전에는 손가락이 그래도 좀 움직여서 장해보상은 받지 못했다고 하셨다. 다른 현장에 가서 일을 하다가 더 악화된 후 재요양을 하고자 바로 다음달에 재요양 신청을 했지만, 공단에서 계속 인정받지 못했다고 하셨다. 병원 가면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약국에서 게보린만 가끔 사서 드신다고 했다.
상담실에서는 대서소에서 작성하여 심사, 재심사 청구했다는 서류를 보여달라고 해서 살펴보니, 이것은 재요양에 대한 서류가 아니라 장해등급에 관한 서류였다.
64세의 이 어르신께서는 대서소가 대신 작성하는 장해등급 심사, 재심사청구 서류가 재 요양치료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던 것이다.
다시 재 요양 신청을 하기 위해 치료종결 했던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으러갔다. 그런데 치료했던 의사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없고, 난생 처음 보는 의사는 "악화되었는지 자기는 모르겠고,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소견밖에 못준다"고 했다.
다른 병원에 진료를 받아보았다. 여기서도 역시 "이제는 치료를 해도 큰 효과는 없을것으로 보입니다. 고정된 것 같습니다. 장해는 14급 정도의 상태입니다"였다.
재 요양은 또다시 불승인되었다. 2000년 7월에 재 요양 대상에는 해당이 안되는 후유증상이 있을 경우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새로 생겨 '후유증상진료제도'를 확인해보았지만, 이분에게 길이 막혀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장해급여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야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상태는 장해등급 14급 정도의 상태라고 했지만, 치료를 끝낸 지 이미 1년이 넘어 오래되었고, 치료종결 당시에는 장해상태가 없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정식으로 장해보상신청 소견서를 써주려고 하는 병원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치료를 조금 받으시는 게 장해보상청구에 도움이 되겠지만, 김씨는 가끔 물리치료하는 병원비도 매우 부담스럽다고 하셨다. 그래서 장해보상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공단의 답변은 '재 요양으로 장해의 정도를 새로이 결정할 이유가 없어서 장해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뻔한 답변이었다.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에 가서 "아파도 치료 안 해주고, 장해가 있는데도 장해보상이 안 된다 하고, 후유증상진료제도가 있으면 뭐합니까? 후유증상이 있어도 장해등급 받은 적이 없어서 치료 못 받는다 하고, 아픈 나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여기서 죽을겁니다"해도 근로복지공단의 답변은 "안타깝지만, 규정이 없으니, 방법이 없다"였다.
상담실에서도 규정이 잘못되어 있어 당연히 치료, 보상받아야 할 산재노동자가 받지 못한다면, 줄 것을 주고 규정을 바꾸어라 함께 항의했다.
공단은 일단 얼마간의 치료를 받으시면, 그 기간을 요양기간으로 인정하고, 장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였다.
약사로부터 수개월동안 게보린 약을 사갔다는 진술서를 받았고, 뒤늦게 제도를 알게된 이분은 영세민으로 인정받고, 의료보호로 무료로 치료를 받으셨다. 치료확인서와 장해에 대한 의사소견서를 받아 요양비를 청구하고, 장해보상 신청을 한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산재보험에서 재 요양의 문턱은 참으로 높다.
산재보상보험법에는 치료효과가 기대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경우로 되어있다. 그러나 공단은 "수술을 해야만 재 요양이 인정된다"고 하거나, 굳이 "적극적인 치료효과가 있다"고 적힌 소견서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실제로 재 요양해야 할 산재노동자는 나날이 늘어가고, 다툼이 많아지자 근로복지공단은 싸게 치료시키고 산재노동자의 불만을 잠재우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휴업급여는 안주고, 한 달에 몇 번씩 약만 타가거나 물리치료를 받게 해주는 '후유증상진료제도'라는 것을 2000년 7월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도 장해보상을 받은 적이 있는 산재노동자에게만 해당이 된다. 근로복지공단의 담당자들은 입에 발린 소리가 있다. "우리는 규정대로 합니다. 규정에 없으니, 방법이 없습니다."
제도로 이미 막아놓고, 법에 없으니 못해주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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