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호]산추련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참가기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03-09 14:12
조회
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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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그루 금속노조서부산지회 조합원 / 마창산추련 회원


금속노조 서부산지회 상근활동을 정리하게 되면서 시간이 좀 있던차에 오랜기간 녹산공단 조직화사업을 함께해 온 이은주 동지의 제안으로 경남지역 금속노조사업장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강의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었고, 노조 상근당시 조합원의 근골격계질환 산재신청을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본 경험도 있긴 했지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말만 들어봤지 직접 참여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래도 되나~ 나 같은 초짜가? 하지만 관심도 있었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부족한 것은 선배 활동가들이 카바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현장조사단으로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현장에서 우리가 직접 수행할 평가도구들은 작업부하지수에 대한 평가인 NASA, 중량물과 작업자세, 반복등에 대한 평가인 ANSI, 전신작업자세를 평가하는 RULA, 그 외에도 QEC평가, HSE... 여기저기 등장하는 영어약자에 약간의 혼미해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교육말미에 김병훈 동지의 한마디가 위로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평가도구가 있지만 복잡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간단하면서도 위험을 드러내는 것, 저평가되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것, 무엇보다도 작업자와 소통 가능해야 한다.”

실제 현장조사일에 노동조합 지회의 간부들과 함께 실행위원이 되어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작업자세를 지켜보며 위에 열거한 평가지를 작성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작업하는 모습 동영상 촬영, 작업강도를 평가하기 위한 심박수 측정, 작업자 인터뷰도 해야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작업자 인터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공정별 세부 작업별로 작업자세 평가와 영상촬영을 마치면 제가 그 작업자에게 다가가 우선 작업부하지수 평가표(NASA)와 QEC작업자용 평가지를 작성하게 한 뒤 작업자가 앓고 있는 근골격계질환, 작업시간 및 작업속도와 물량, 작업환경에 대한 불편함과 개선의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기록했습니다. 처음 할때는 질문이 제깍 떠오르지 않아 급하게 한켠에 해야할 질문을 메모해 컨닝하면서 했습니다. 인터뷰가 젤 마지막 끝나다보니 그 다음 조사할 공정을 찾지못해 홀로 헤매기도 했는데 김영숙 동지가 그런 저를 발견하고 구출? 하기도 했고요.

조사진행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들은 모두 중량물 취급과 반복작업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골병이 들 수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제품을 직접 들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또 다른 사업장은 근골격계 질환도 문제지만 소음과 분진이 너무 심해 그 부분에 대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지회 간부들과 함께 조사를 진행한 것 자체가 참 인상깊었습니다. 함께한 간부들도 평소 각 부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오랜시간 지켜볼 일이 없다보니 평가하면서 생각지 못한 부분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조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조합원들과 이야기나누고 어려움도 듣게되니 소통과 의견수렴의 장이 되었습니다.

근골격계조사는 단순히 현장에서 작업환경과 작업자세, 작업조건을 조사해 정리하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산추련에서는 그간 조사의 전 과정을 노동조합과 함께 <조합원설문–조합원/조사자교육–현장조사–조합원대안토론–조사결과보고서–조합원설명회>로 진행해왔습니다. 저는 모든 과정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창원 삭스 현장조사는 가장 여러 날을 참여했습니다. 삭스지회 대의원들이 조사자로 여럿 참여해 소통하며 진행했던 것이 좋았고 조사 이후 대안토론을 위한 반별 조합원토론회는 인상 깊었습니다. 주야맞교대 사업장이라 조합원토론회는 2주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근골조사에 참여했던 각반 대의원들이 토론회를 위해 작업공정별 사진을 찍어두었고 조합원들과 그 사진을 보면서 작업으로 인해 가장 아픈 부위를 이야기하고 그런 통증을 만드는 작업환경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작업장 개선을 위한 대안토론을 지켜보며 현장 조합원들이 바로 전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조합원 토론을 통해 도출한 대안들은 더욱 실효성이 있겠지요. 노동조합 민주주의라는 단어도 떠올랐습니다.
조합원토론 말미에 한 조합원이 뒤에 조용히 앉아있던 저에게 “삭스 현장이 어떤 거 같응교? 이래해도 뭐 바뀌는게 없는데 어째 생각하요?”라며 돌발질문을 하였습니다. 현장 전문가가 초짜에게 이런 갑작스런 질문을 하면... 산추련 선배활동가들은 바삐 기자회견으로, 사고현장으로 나가고 없는데 말이죠.
산추련 회원이긴 하지만 이번에 처음 참여하게 되어 배우면서 하고있다고 솔직히 말한 뒤, 삭스 근골조사보고서를 보고 인상깊었던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2009년 근골조사보고서를 펼쳤을 때 봤던 “땅을 파서라도 리프트를 설치해야 한다”는 문장. 간부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리프트를 설치하기 시작한게 2017년경 정도라고. 그걸 바꾸는데 8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기어코 바꿔냈다는 것에 감동했다고, 무언가를 바꾼다는 게 그것도 회사를 상대로 한다는게 쉽지 않았겠지만 그렇게 현장이 바뀌어온 것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다행히 추가질문과 반박은 없었습니다.

근골조사는 많이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점만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삭스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장에서도 개별 동작에 대한 업무하중은 줄었지만 자동화를 이유로 하여 할당된 생산물량이 늘어나 노동강도가 높아진 것은 근골격계질환의 커다란 위험요소였습니다. 또한 현장에 비정규직이 늘어났습니다. 작업자 인터뷰나 조합원 토론회를 진행할 때 정규직은 의견이 많은 반면, 비정규직은 너무나 말이 없었고 그나마 했던 말은 괜찮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노동조합과 우리들에게 숙제를 남겼습니다. 아직 근골조사가 다 끝나지 않았기에 배울 것도, 숙제도 더 남아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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