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그림자 노동을 아시나요 - 청소경비 노동자 실태조사에 참여하며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0-08-27 12:12
조회
3666

김종남 //심심통통 팀장
켄로치 감독의 영화 『빵과 장미』를 보면 엎드린 채 엘리베이터 틈새를 청소하는 여성노동자를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 청소노동자들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가 의식되지 않는 ‘투명인간’으로 인식한다. 이들의 노동은 사회가 유지되지 위한 필수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지 않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또한 되도록 청소하는 모습이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띄지 않도록 한다는 암묵적인 가정의 지배를 받기에 그림자 노동으로 불리고 있다.
문제의식의 출발은 그랬다. 사회유지를 위한 필수노동이지만 노동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낮다는 이유로 열악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들의 사회심리적 손상에 대해 알아가고 치유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미 공공기관이나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는 사례가 많지만 소규모 상가의 경우 대부분 1-2인이 근무하는 형태로 그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우리는 창원에 소재한 소규모 상가를 대상으로 그 실태를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파이팅을 외치며 시작했지만 첫 출발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창원에 소재한 소규모 상가 90%는 상가회의나 관리사무소를 두고 있어 청소와 경비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입주해 있는 상가건물에 대해 우선적으로 접근을 검토했었고 청소경비 노동자 섭외에 그들의 협조를 구하고자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았다. 그 또한 시사하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되나 현실의 답답함은 존재했고 조사팀 활동가들이 인근의 상가를 찾아 노동자와 직접 대면하고 그들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자신의 노동실태를 알리고 문제상황을 개선하는 것에 대한 의미보다 당장 생계유지의 수단인 일터에서 고용안정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즉, 눈치가 보여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시다시피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공식적인 통계에서조차 누락된 이들의 노동실태는 예상보다 열악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일상적인 불안감도 만연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업의 1차 설문조사는 완료되었고 심층면접과 현장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차 설문에서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과 역학조사를 진행하여 이들의 목소리로 이들의 노동실태를 전하고자 한다. 전체 사업의 결과가 어떠한 방향으로 귀결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으나 어떠한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사회적 의미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법의 테두리 밖에서 노동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이번사업의 목적은 사회적 차별 속에 존재하는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찾고자 함이다. 법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차별받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노동환경의 문제점을 지역사회에 전달하고 문제인식을 공유하여 개선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을 구성하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솔직히 ‘괜히 한다고 했었나’ 싶은 생각이 중간에 들기도 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로 기초 조사 자료의 신뢰도 및 타당도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들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한정된 인원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물리적으로 적지 않은 분량이었던만큼 그 노고를 함께 해 준 활동가들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연초에 심심통통의 주요 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청소경비 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와 그들의 심리정서적 문제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고민했었다.
그 고민들이 사업으로 구체화되면서 심심통통의 경험들이 쌓이고 내부적 역량이 결집되면 공전되고 있는 심심통통의 전망에 대한 논의도 일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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