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산재은폐 근절투쟁 선포, 조금씩 바뀌고 있는 노동현장!
[현장을 찾아서]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0-08-27 12:17
조회
4053

“혹시 다친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실을 은폐하고, 다친 노동자들의 치료받을 권리, 보상받을 권리를 빼앗고 있지는 않을까?” 노안활동을 하며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합원 또는 지인들로 부터 “회사 차 타고 나갔다던데?” “내 아는 형님도 다쳤는데 돈도 못 받고 개인적으로 치료받고 왔다더라” “밖에 나가서 따로 치료받고 했다더라” 라는 식의 산재은폐 정황을 간접적이나마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의구심만 들던 산재은폐에 대한 이야기가 대우조선에서 수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 12일, 사내 하청노동자의 손가락 절단재해 은폐가 노동조합에 적발된 것이다. 대우조선은 노사협의에 따라 재해자를 사내 119를 통해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이송해야 하지만,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재해자를 개인차량에 태워 업체지정병원에 이송 하였고 수술이 불가능하자 다시 부산의 종합병원에 재이송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사고조사를 위해 해당 업체를 방문할 당시 사무실의 분위기는 굉장히 무거웠다. 그리고 사고은폐 조사를 진행할수록 산재에 대한 안전관리자의 의식 부재는 물론 산재은폐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생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재해발생 작업구역(블럭)의 공정에 맞추기 위해 재해를 은폐했다는 관리자의 당당한 답변은 여전히 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소모품 취급하는 노동현실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현장을 바꾸는 것은 결국 노동조합의 강력한 투쟁뿐이다. 이에 대우조선지회는 즉시 산재은폐를 방관하는 노동부 규탄 성명을 발표, 노동부 항의방문 및 대우조선 대표이사 고소 조치 등 사측과 노동부에 산재은폐 근절을 위한 강력한 투쟁을 선포하였다.
조선소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사람은 조선소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인지 그 실태를 잘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현장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여전히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음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원하청 통합 산업재해 현황 수치를 통해, 조선소에서 얼마나 많은 사고가 은폐되고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지회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우조선 원하청 통합 산재현황 자료를 확보하였고 이를 분석한 결과 산재은폐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체적인 산재은폐는 물론 더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 내몰린 하청노동자의 산재은폐가 얼마나 만연하게 발생하고 있는지는 원하청의 산재비율(약 1:2.5)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산재은폐 근절투쟁 선포,
조금씩 바뀌고 있는 노동현장!
노동조합의 투쟁선포를 시작으로 사내 2119로 제보가 이전보다 약 2배 많아졌다. 이는 사고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은폐된 사고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산재피해 제보를 위한 노조 소식지, 대자보, SNS 홍보 등의 선전활동에 조금씩 현장의 목소리가 제보되고 있다.
울타리가 되어 주겠다던 노동조합의 약속에 조금씩 현장의 마음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노동재해, 여전히 감추고
숨길 수만 있다면 은폐하기 급급한 현실!
지회는 선전포고 이후 사측은 더 이상 사고은폐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 호언장담했지만 그러나 지회는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관행이 되어 온 산재은폐가 하루아침에 근절될 것이라 믿지 않았다.
실제 업체 지정병원 몇 곳을 조사한 결과 현장에서 산재은폐를 적발한 것이다.
일부 관리자들은 아직도 사고를 감추고 숨길 수만 있다면 태연하듯 산재은폐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 보장,
노동조합의 강력한 투쟁만이 담보한다!
지금 집행부의 임기가 약 1년 6개월 남아있다. 즉 남은 임기동안 산재은폐 근절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전개한다면, 최소한 대우조선에서 만큼은 산재은폐 없는 현장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지회는 이를 위해 지역 국민건강보험 공단 및 고용노동부, 거제 관내 병원장 면담 등을 통하여 산재은폐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다양한 투쟁 전술을 전개 중에 있으며, 이후 민주노총 거제지역지부와 관내 노동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를 지역의 사업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은폐되고 있는 산재가 드러나고, 재발방지 대책이 재대로 수립되어야 비로소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 동안 산재은폐를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정작 산재은폐를 겪은 노동자의 현실을 마주 했을때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스스로가 부끄럽고, 위축되고, 열심히 하지 않은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노안활동을 하며 안일했던 생각을 깨부시는 나를 마주하며, 산재없는 그날까지 흔들림 없이 나아가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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