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죽음의 조선소,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어야 하는가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4-04-11 16:42
조회
131
게시글 썸네일
대우조선지회 김훈민 노안부장

 

“지진 난 거 아니야?” “가스저장고가 터진 것 같다.”

24년 1월 12일 15시 20분경, 이틀 전 발생한 와이어로프파단 사고의 재발방지에 대하여 노사합동 대책회의를 마치고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사고를 전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빗발쳤습니다.

곧바로 사고 현장인 라다제작 2공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가스에 의한 폭발로 추정되었습니다. 사고현장은 폭발로 11M 높이까지 치솟았다 떨어진 철판과 철판위에서 그라인더 작업을 하던 재해자는 철판과 함께 10M정도 떨어진 반대편 공장 벽면에 부딪치고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재해자의 피로 물든 작업복과 안전장구들은 이 곳 저 곳으로 흩어져 있었습니다. 사고현장은 참혹했습니다. 재해자는 긴급 출동한 응급차량에 실려 응급조치를 받으며 병원에 도착하였지만, 27세의 젊은 하청노동자는 결국 자신의 꿈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사고 발생 뒤, 회사 전체 작업장에 대해 작업 중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늦은 밤까지 경찰, 노동청, 산업안전보건공단과 노사 합동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조사 과정 중 기관별 도착시간이 상이하여 수차례의 현장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이로 인한 문제점으로는 주변 노동자들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 땀 흘리며 노동한 재해자의 추모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고 조사는 늦은 밤까지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트라우마 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권리조차도 방치되는 모습을 확인하였고 중대재해 발생 시의 조사체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을 심각하게 느꼈습니다.

중대재해 발생 이후 현장에서 전사안전점검을 통하여 노후된 가스호스류 점검 및 교체 이행점검 등을 실시하였습니다. 또한 전국금속노안담당자 회의,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항의방문 및 기자회견을 통한 전사작업중지명령, 특별감독 요구, 노·사 안전보건진단 및 시스템 진단 요구, 트라우마재해 관련 검사 및 치료 대책 요구, 부족한 현장안전요원 충원 및 안전보건위원 증원 요구, 중대재해시 발생된 하청노동자 임금보전 요구 등을 통하여 중대재해 근절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죽지 않는 현장을 만들기 위한, 연속된 사고의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24년 1월 24일 16시 10분 경 잠수작업자가 의식없는 채로 발견되었다는 신고를 접수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였지만, 30세의 하청노동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배 외판 선저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제거 작업 중이였으며, 작업 종료 시점이 다가와 잠수보조자가 종료 신호를 보냈지만 응답하지 않았고, 의식이 없는 재해자를 끌어 올린 상황이였습니다. 구급대원의 응급조치 및 병원 후송되었지만, 목숨을 잃어버렸습니다. 충격적이게도 현장 조사 시 재해자의 이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안전한 작업을 하기 위한 절차인 작업승인서와 고위험작업승인서, 안전교육서명 등에 재해자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작업도 하지 않은 대표의 이름이 기재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재해자는 하청의 하청인 발판설치해체 물량팀 소속이였지만 조금이나마 더 벌기 위해 잠수작업업체의 대표의 말을 듣고 물량팀을 출근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출입절차, 작업 시작 전 자격증유무확인(잠수기능사미취득), 안전장비(산소탱크,통신장치)없음, 안전교육 미실시, 안전작업지침 미흡 등등 지난 중대재해에서도 지적되었던 문제점들을 포함하여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하였습니다. 매번 지적되고 요구되었던 최소한의 사항조차 지켜지지 않았기에 또다시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소극적 대처가 아닌 적극적 대처, 현장의 안전보건시스템 강화, 안전·보건 투자, 현장안전요원 충원 등 하나라도 이행되었다면 죽음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노동자의 목숨, 자본의 이윤을 위한 소모품이 아닙니다.

한화오션 정문을 지나면 공장 벽면에 ‘안전은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글귀가 보입니다.

그러나 생산현장의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한화자본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고 일어난 재해건수가 1700여 건에 달합니다. 그 가운데 2명의 노동자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러한 재해의 원인은 생산에 쫒기는 빠듯한 스케줄, 현장 안전관리 인원 부족, 다단계 형태의 하도급을 통한 물량처리, 조선업 특성에 맞는 안전체계 및 투자비용 미흡 등 종합적인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이 무너진 결과로 판단합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의 방치, 묵인, 방조하는 정책과 자세가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이와 더불어 또한 2차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고 사고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전사 작업 중지조치를 묵살하는 태도 또한 문제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이 회사에 요구하는 적정한 작업인원 채용, 안전보건시스템 강화, 안전보건투자 강화, 안전요원 충원 등의 주장에 함께 해 왔다면, 분명 지금과 같은 중대재해의 되풀이는 끊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중대재해 발생 후 언론들의 행태 또한 사고소식에 관심을 보일뿐, 예방을 위한 목소리에는 무관심합니다. 이 답답한 현실속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어야만 하는가’

정말, 조선소의 죽음의 행렬이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죽어 나가야 제대로 된 대책으로 멈춰질지, 스스로 수 없이 질문을 던져 봅니다.

 

4.28은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하여 꼭 기억해주시고, 죽지않고 다치지 않을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언제나 적극적으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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