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호]첨단산업증 현실적으로 입증이 곤란한 경우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은 보다 완화되어야 한다
[산재 판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8-12-27 15:06
조회
3280

김명수 노무사
(서울행정법원 2018. 8. 16. 선고 2017구단62399)
A씨는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약 3년간 전자부품 회사에서 일한 후 2001년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2014년에 산재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근무기간이 3년 3개월로 짧은 점 △전리방사선에 노출된 기간은 3개월에 불과한 점 △고체 납에 노출되어 흡수율이 높지 않았을 것인 점 △역학조사 결과 취급한 신나의 벤젠 노출 수준이 상병 유발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 점 등을 들어 불승인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불승인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다.
A씨는 입사 후 보호복과 보호장갑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보호장비 없이 3개월 동안 X-ray검사 업무를 수행하였고, 3년간은 납 도금 후 뜨거운 상태의 납을 핀셋으로 제거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납 분진과 흄에 노출되었고, 생산 장비 세척시 사용한 신나에 포함된 벤젠 및 주입공정에 사용된 에폭시 수지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되었다.
이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는 A씨가 전리방사선, 납 분진과 흄, 벤젠,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각 유해성분에 노출된 수준이 매우 낮아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법원이 진료기록감정을 촉탁한 혈액내과 전문의 역시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것이 거의 없고, 원고의 작업상의 노출기간, 성분, 양 등이 발병 및 경과에 직접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힘듬”이라는 감정소견을 회신하였다.
그러나, 법원이 진료기록감정촉탁을 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전리방사선과 백혈병 발생과의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고, 벤젠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의 관련성이 산업, 직종 노출 매트리스를 통해 보여지고 있음. 포름알데히드 노출과 백혈병 사이의 연관성은 계속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가능한 메커니즘이 제안되고 있음. 복합적으로 노출될 경우 상승적인 효과를 갖는다고 볼 수 있음”이라는 감정소견을 회신하였다.
법원은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는 산업재해 발생원인이 어느 정도 규명되어 있으나, 첨단산업분야에서는 직업병에 대한 연구결과가 부족하고, 화학물질이 빈번히 바뀌고, 법령상 기준 이내라고 하더라도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발병요소와 질병 사이에 인관관계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 곤란하더라도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바탕으로, 납,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이 A씨의 체질 등 다른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백혈병을 발병케 했거나, 촉진한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함이 경험칙에 부합하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이 주목한 사실관계는 △A씨가 전리방사선, 벤젠, 포름알데히드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이 사실인 점 △유해인자의 노출 정도가 노출기준 범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노출기준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노출된 경우에는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점 △A씨가 근무했던 사업장이 매각되어 존재하지 않아, 유사한 업무가 이루어지던 사업장을 측정했는데, 이 노출수준이 실제 A씨의 노출수준으로 단정할 수 없는 점 △노출된 납이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유발한다는 의학적 증명이 뚜렷하지는 않으나, 납 등이 인체에 유해한 물질임은 분명하고, 이로 인해 백혈병이 발병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A씨에게 백혈병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이나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른 만 26세에 발병한 점 △이 사건 사업장과 근무환경이 유사한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발병률이 평균에 비해 유달리 높은 점 등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원은 일하다가 다치고 병든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산재보험의 규범적·현실적 이유에 주목하여, 첨단산업분야나, 새로운 질병 등 연구결과가 부족하고, 여러 제반 조건상 입증이 쉽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입증책임을 완화하여 현실적으로 재해 노동자가 보호 받을 수 있도록 판결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이 따라야 할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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