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호]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20년

[여는 생각]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07-21 20:05
조회
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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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 노안국장


2003년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 24조를 개정하면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가 법제화되었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한 체계적인 자료나 제도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에 따라 직업병 인정기준만 있었을 뿐이다. 또한, 노동부는 1997년이 되어서야 VDT(영상단말기) 취급 노동자에 대한 작업 관리지침과 1998년 단순반복 작업 근로자 작업관리지침을 고시하였다.
개별적 연구에 그쳤던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IMF 이후 노동자들의 집단적 해결을 위한 투쟁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경제 위기에 따라 사업장에서는 인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해 대량의 정리해고와 기업 도산으로 인한 실업자의 증가 및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되었고, 한편으로는 정리해고제 및 파견법 등의 도입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고용구조가 매우 불안정하게 되었다.
이는 결국 사업장에서는 작업 조직 개편 및 현장 통제 방식의 변화를 수반하게 되었으며, 인사고과제도의 변화와 중간 관리자를 통한 작업자 통제, 팀제 도입을 시도하였고, 부족한 현장 인원을 대체하기 위해서 2인 1조 작업을 1인 1조 작업으로 전환, 다기능제 확대, 노동시간 연장 등을 시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켰다. 근골격계 질환자 수가 1998년 124명, 1999년 344명, 2000년 1,009명, 2001년 1,634명, 2002년 1,827명, 2003년 4,532명, 2004년 4,112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01년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저지! 노동강도 강화 저지!' 근골격계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근골격계 집단 요양 투쟁을 시작하였고, 이후 금속 산업 연맹을 포함해 민주노총 사업장을 중심으로 근골격계 투쟁이 전국화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24조 1항 5호다(현 제39조 1항 5호).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초기부터 노동계는 현실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하였다. 특히, 근골격계 11대 부담작업의 문제점에 대해서 현장과 맞지 않아 폐기를 요구하였으며, 노동강도 및 직무스트레스를 포함시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꾸준히 하였다. 하지만, 제도는 개선되지 않고 20년이 흘렀다.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이 직업병에 차지하는 비율은 50~60%이지만, 사업장에서의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실행률은 미미한 현실이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미실시에 대한 처벌(2015~2022)은 총 시정지시 124건, 기소송치 207건으로 사실상 처벌을 한 경우는 62.5%에 불과하였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57조 2항 위반 수시유해요인조사 미실시는 시정지시 17건, 기소송치 64건으로 79.0%에 불과하여 사실상 고용노동부의 지도 감독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된 지금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현장 활동을 통한 작업환경 개선 요구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껍데기만 남은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가 되어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투쟁에 다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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