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호]한국산연 해고 노동자들의 하루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7-02-17 14:46
조회
531
게시글 썸네일
2016년 11월 8일 구름 가득,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

박근혜 하야 국면으로 대한민국이 온통 시끄럽다.
아직 사태 파악을 못하는 박근혜와 새누리당과 그들의 무리들이 아직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려 하고 있다.
그들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모든 국민들은 거리로 나오고 있다.
노동자, 농민, 중.고등학생, 대학생, 교수, 일반 가정 주부들까지 대열에 합류하여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다.
최순실 케이트 문제만이 아니라 투.개표 조작, 세월호, 국정교과서, 메르스, 사드 배치, 지난 시기 4대강 문제등등  지금까지 참고 누르고 눌렀던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오른다.
이 거대한 민중의 도도한 흐름 앞에 한국산연 해고 노동자들도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과 별도로 한국산연 해고자들의 맘은 쓸쓸하고 외롭다...
민중의 투쟁이 거세게 커질수록 우리의 투쟁은 한 켠 뒤로 밀리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한국산연 해고자들은 무거운 아침 하늘과 같이 힘겹게 하루를 시작한다.
어젯밤 천막에서 농성을 했던 동지들은 잘 자고 일어났는지, 서울 투쟁조는 하루 종일 국회앞에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춥지는 않았는지, 몇달째 산연지회 출근투쟁에 결합하는 지역 동지들은 감기 걸리지 않았는지...
모든 동지들이 승리를 기약하며 묵묵히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어제 일만 같고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을 것 같은 하루 하루를 보낸다.
‘다 잘될 거야’, ‘꼭 공장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되새기고 힘을 내지만 삶의 무게는 무겁다.
대여섯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투쟁전선에 매일 나오는 엄마들의 얼굴에는 동지들에게 힘겨움을 보이지 않으려는 억지 웃음이 서려있다.
젖먹이 아이를 둔 아빠들은 혼자 아이를 씻기고 재워야 하는 아내의 노고와 힘겨운 하소연에 묵묵부답 듣고만 있다... 아내에게 뭐라고 할 말이 있겠는가?
끓는 속 담배 한모금으로 삭인다.. 가장이 해고되어 돈 벌 생각 하지 않고 농성장에 있는데...
어떻게 동지들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집에 애 씻기고 재우러 가야 한다고...
철농조가 되어 아이들을 떼어놓고 천막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동지들이 천막 밖으로 나가 몰래 아이들과 통화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면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서글픔이 피어 오른다.
어린 아이들을 집에 두고 천막에서 자야 하는 엄마의 맘이 어떨까...
정말 이래야 하나... 휴..
맘이 고달프고 힘든 하루다.
국회 앞 일본 대사관 앞 응달에서 피켓을 들고 하루 종일 1인 시위를 일주일간 하고 돌아온 동지들이 감기에 걸려 오면 다음 동지들을 서울에 또 보내려고 할 때 맘이 무거워 진다.
정말 이래야 하나... 왜 이래야 하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맘도 머리도 복잡해 진다.
맘을 다 잡고 장기간 일본 원정 투쟁을 떠난 지회장 가족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했다.
부인이 아프진 않은지, 애들은 아프지 않고 잘 지내는지, 애들이 아빠를 찾진 않은지, 신랑이 해고되어 나간 치킨집 아르바이트는 잘 나가고 있는지, 혼자 애 둘과 지내는 생활은 힘들지 않는지... 자주 연락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과 조만간 만나 밥이라도 먹자는 말을 하며
애들이 아프면 연락하라고.. 우리가 챙겨줄 수 있으니 혼자 울고 혼자 애쓰지 말고 연락하라고 하며 전화를 끊고 혼자 몹시 울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해고되면 모두 해고자 가족이 된다...
엄마도 아빠도 아이들도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는 일상생활이 사라진다.
오늘 점심시간 동지들이 모여 천막에서 밥을 먹으려 할 때 일본원정 투쟁을 떠난 부의장 아버님이 갑자기 천막에 찾아 오셨다.
아들이 산연에 다니는데 회사에서 일본 출장을 보냈는데 혹시 아는 사람 있느냐고...
모두 순간 머리가 햐얗게 변했다... 뭐라고 해야 하지..
집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가 아프셔서 거짓말을 하고 일본원정을 떠났는데...
이렇게 천막으로 찾아 오실 줄이야...
우린 모두 거짓말을 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해고 되어서 투쟁 중이고 아드님은 해고 되지 않고 일본 출장을 갔다고... 거짓말로 얼버무리며 자리를 모면했다...
집으로 돌아 가는 아버님의 뒷 모습을 보니 미안함과 죄스럼이 겹친다...
이 일을 어떡해야 하나...
최근 일본원정투쟁을 떠난 우리 쟁의부장은 잘 지내고 있을까...
그의 가정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매일 매일 아들과 딸에게 살가웠던 그와 가족들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해고가 되면 모두의 삶이 무거워진다...
투쟁도 따라 무거워지지만 모두 애써 웃는다... 나도 웃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 준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많은 단체와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분들이 함께 해주고 많은 도움을 줘서 힘이 많이 된다. 그리고 한국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지역의 많은 시민 단체와 노동단체에 소속된 동지들의 연대의 정에 무어라 감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고맙다
꼭 이겨서 동지들에게 이 고마움을 보답해야 한다는 맘이 다시 힘을 내게 한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의 거대한 물결이 승리로 결속될 것을 믿으며 한국산연 해고자들도 꼭 이겨서 공장으로 돌아 갈 것이다.
세상은 공짜가 없다. 무임승차도 없다. 싸운 만큼 딱 그만큼 변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 오른다!! 꼭!! (한국산연지회 김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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