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호]한국산연 해고 노동자들의 하루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7-02-17 14:46
조회
2793
게시글 썸네일
2016년 11월 8일 구름 가득,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

박근혜 하야 국면으로 대한민국이 온통 시끄럽다.
아직 사태 파악을 못하는 박근혜와 새누리당과 그들의 무리들이 아직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려 하고 있다.
그들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모든 국민들은 거리로 나오고 있다.
노동자, 농민, 중.고등학생, 대학생, 교수, 일반 가정 주부들까지 대열에 합류하여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다.
최순실 케이트 문제만이 아니라 투.개표 조작, 세월호, 국정교과서, 메르스, 사드 배치, 지난 시기 4대강 문제등등  지금까지 참고 누르고 눌렀던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오른다.
이 거대한 민중의 도도한 흐름 앞에 한국산연 해고 노동자들도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과 별도로 한국산연 해고자들의 맘은 쓸쓸하고 외롭다...
민중의 투쟁이 거세게 커질수록 우리의 투쟁은 한 켠 뒤로 밀리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한국산연 해고자들은 무거운 아침 하늘과 같이 힘겹게 하루를 시작한다.
어젯밤 천막에서 농성을 했던 동지들은 잘 자고 일어났는지, 서울 투쟁조는 하루 종일 국회앞에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춥지는 않았는지, 몇달째 산연지회 출근투쟁에 결합하는 지역 동지들은 감기 걸리지 않았는지...
모든 동지들이 승리를 기약하며 묵묵히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어제 일만 같고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을 것 같은 하루 하루를 보낸다.
‘다 잘될 거야’, ‘꼭 공장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되새기고 힘을 내지만 삶의 무게는 무겁다.
대여섯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투쟁전선에 매일 나오는 엄마들의 얼굴에는 동지들에게 힘겨움을 보이지 않으려는 억지 웃음이 서려있다.
젖먹이 아이를 둔 아빠들은 혼자 아이를 씻기고 재워야 하는 아내의 노고와 힘겨운 하소연에 묵묵부답 듣고만 있다... 아내에게 뭐라고 할 말이 있겠는가?
끓는 속 담배 한모금으로 삭인다.. 가장이 해고되어 돈 벌 생각 하지 않고 농성장에 있는데...
어떻게 동지들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집에 애 씻기고 재우러 가야 한다고...
철농조가 되어 아이들을 떼어놓고 천막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동지들이 천막 밖으로 나가 몰래 아이들과 통화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면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서글픔이 피어 오른다.
어린 아이들을 집에 두고 천막에서 자야 하는 엄마의 맘이 어떨까...
정말 이래야 하나... 휴..
맘이 고달프고 힘든 하루다.
국회 앞 일본 대사관 앞 응달에서 피켓을 들고 하루 종일 1인 시위를 일주일간 하고 돌아온 동지들이 감기에 걸려 오면 다음 동지들을 서울에 또 보내려고 할 때 맘이 무거워 진다.
정말 이래야 하나... 왜 이래야 하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맘도 머리도 복잡해 진다.
맘을 다 잡고 장기간 일본 원정 투쟁을 떠난 지회장 가족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했다.
부인이 아프진 않은지, 애들은 아프지 않고 잘 지내는지, 애들이 아빠를 찾진 않은지, 신랑이 해고되어 나간 치킨집 아르바이트는 잘 나가고 있는지, 혼자 애 둘과 지내는 생활은 힘들지 않는지... 자주 연락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과 조만간 만나 밥이라도 먹자는 말을 하며
애들이 아프면 연락하라고.. 우리가 챙겨줄 수 있으니 혼자 울고 혼자 애쓰지 말고 연락하라고 하며 전화를 끊고 혼자 몹시 울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해고되면 모두 해고자 가족이 된다...
엄마도 아빠도 아이들도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는 일상생활이 사라진다.
오늘 점심시간 동지들이 모여 천막에서 밥을 먹으려 할 때 일본원정 투쟁을 떠난 부의장 아버님이 갑자기 천막에 찾아 오셨다.
아들이 산연에 다니는데 회사에서 일본 출장을 보냈는데 혹시 아는 사람 있느냐고...
모두 순간 머리가 햐얗게 변했다... 뭐라고 해야 하지..
집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가 아프셔서 거짓말을 하고 일본원정을 떠났는데...
이렇게 천막으로 찾아 오실 줄이야...
우린 모두 거짓말을 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해고 되어서 투쟁 중이고 아드님은 해고 되지 않고 일본 출장을 갔다고... 거짓말로 얼버무리며 자리를 모면했다...
집으로 돌아 가는 아버님의 뒷 모습을 보니 미안함과 죄스럼이 겹친다...
이 일을 어떡해야 하나...
최근 일본원정투쟁을 떠난 우리 쟁의부장은 잘 지내고 있을까...
그의 가정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매일 매일 아들과 딸에게 살가웠던 그와 가족들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해고가 되면 모두의 삶이 무거워진다...
투쟁도 따라 무거워지지만 모두 애써 웃는다... 나도 웃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 준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많은 단체와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분들이 함께 해주고 많은 도움을 줘서 힘이 많이 된다. 그리고 한국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지역의 많은 시민 단체와 노동단체에 소속된 동지들의 연대의 정에 무어라 감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고맙다
꼭 이겨서 동지들에게 이 고마움을 보답해야 한다는 맘이 다시 힘을 내게 한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의 거대한 물결이 승리로 결속될 것을 믿으며 한국산연 해고자들도 꼭 이겨서 공장으로 돌아 갈 것이다.
세상은 공짜가 없다. 무임승차도 없다. 싸운 만큼 딱 그만큼 변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 오른다!! 꼭!! (한국산연지회 김은형)
전체 421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여는 생각] [132호]피 흘리는 현실 앞에, 치료마저 외면당한 노동자들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1042
2025.06.02 0 1042
120
[건강하게 삽시다] [108호]발뒤꿈치 통증
mklabor | 2019.04.11 | 추천 1 | 조회 5118
2019.04.11 1 5118
119
[산재 판례] [108호]24년 전에 근무한 사업장에서의 소음 노출도 난청과 인과관계가 있다.
mklabor | 2019.04.11 | 추천 0 | 조회 3637
2019.04.11 0 3637
118
[만나고 싶었습니다] [108호]발로뛰며 연대하는 산추련 조직팀을 소개합니다
mklabor | 2019.04.11 | 추천 0 | 조회 3407
2019.04.11 0 3407
117
[일터에서 온 편지] [108호]커피를 너무도 좋아하던 형이 그립습니다
mklabor | 2019.04.11 | 추천 0 | 조회 3259
2019.04.11 0 3259
116
[초점] [108호]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중 도급금지 및 도급인의 책임 강화의 내용과 실효성 검토
mklabor | 2019.04.11 | 추천 0 | 조회 4319
2019.04.11 0 4319
115
[상담실] [108호]실업급여만 받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안해줍니다.
mklabor | 2019.04.11 | 추천 0 | 조회 5496
2019.04.11 0 5496
114
[현장을 찾아서] [108호]현대중공업 대우조선인수 무엇이 문제인가?!
mklabor | 2019.04.11 | 추천 0 | 조회 3391
2019.04.11 0 3391
113
[활동 글] [108호]2017. 노동절, 삼성중공업 크레인을 추락시킨 다국적 기업들의 책임을 묻고자 한다.
mklabor | 2019.04.11 | 추천 0 | 조회 3245
2019.04.11 0 3245
112
[활동 글] [108호]살점이 떨어져 나가는데 이 악물고 일하고 싶지 않다.
mklabor | 2019.04.11 | 추천 0 | 조회 3386
2019.04.11 0 3386
111
[활동 글] [108호]산재요양 신청서?? 현장에서 일하다 다친건데
mklabor | 2019.04.11 | 추천 0 | 조회 3788
2019.04.11 0 3788
110
[여는 생각] [108호]기다리는 사람들
mklabor | 2019.04.11 | 추천 0 | 조회 4614
2019.04.11 0 4614
109
[현장 보고] [107호]현장보고
mklabor | 2018.12.27 | 추천 0 | 조회 3281
2018.12.27 0 3281
108
[건강하게 삽시다] [107호] 갱년기장애
mklabor | 2018.12.27 | 추천 0 | 조회 4596
2018.12.27 0 4596
107
[산재 판례] [107호]첨단산업증 현실적으로 입증이 곤란한 경우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은 보다 완화되어야 한다
mklabor | 2018.12.27 | 추천 0 | 조회 3297
2018.12.27 0 3297
106
[만나고 싶었습니다] [107호] 동화(마틸다)와 학생인권조례
mklabor | 2018.12.27 | 추천 0 | 조회 3699
2018.12.27 0 3699
105
[일터에서 온 편지] [107호]반올림, 11년 투쟁을 이어온 사람들
mklabor | 2018.12.27 | 추천 0 | 조회 3153
2018.12.27 0 3153
104
[초점] [107호]탄력근로시간제도 시간외수당없는 장시간노동의 합법화
mklabor | 2018.12.27 | 추천 0 | 조회 3642
2018.12.27 0 3642
103
[상담실] [107호]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물량팀장의 노동자성 인정과 산재인정
mklabor | 2018.12.27 | 추천 0 | 조회 3753
2018.12.27 0 3753
102
[현장을 찾아서] [107호] 농성일기
mklabor | 2018.12.27 | 추천 0 | 조회 3260
2018.12.27 0 3260
101
[활동 글] [107호] 건강한 노동을 위한 실천학교 참가기
mklabor | 2018.12.27 | 추천 0 | 조회 3242
2018.12.27 0 3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