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호]국적이 다르다고 인간의 존엄까지 다를 수 없다 미얀마 이주노동자 피예이타옌의 명복을 빌며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10-21 15:36
조회
811
게시글 썸네일

미얀마 이주노동자 Pyay Thein(피예이 타옌)
장례 투쟁위원회



9월 11일은 피예이 타옌이 한국에 온 지 6년이 되는 날입니다. 고인은 스물일곱 해 중 마지막 6년을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타옌이 마지막으로 받은 체류 자격은 인도적 체류자. 쿠데타 이후 돌아갈 수 없는 미얀마인에게 주어진 임시 비자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살인적인 군사 쿠데타 때문에, 맏아들을 여러 해 동안 볼 수 없었던 고국의 어머니는 이제는 영영 아들을 만나지 못합니다.
이 무서운 나라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책임을 지는 이가 없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깔고서라도 길을 닦고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까. 어찌하여 이 나라가 가난한 나라 이주노동자의 죽음과 희생 위에서 번영을 이루는 곳이 되었습니까.
기업은 이윤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외국인노동자에게 사고를 발생하더라도 아무런 책임도 부담도 지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구조가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많은 회사들이 싼 임금, 고위험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몰아넣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입니다.
생명의 가치는 국적에 의해 나뉘지 않습니다. 노동의 가치도 국적에 의해 나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노동자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아무도 모르게 반복되어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국적에 관계 없이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같이 나아갑시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까지 자신만의 축구 실력으로 미얀마 민주화 혁명의 기금 마련을 도왔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의무를 다했습니다.
우리는 미얀마를 위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과제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때까지 계속해서 노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친구인 피와이 테인 씨, 다음 생에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고,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고 평안한 삶을 살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사람답게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를 말 잘 듣는 노예로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일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 우리는 지난 코로나때 경험했습니다. 마스크 한 장도 구할 수가 없었고 사장들은 기숙사를 나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코로나를 만든 사람이 이주노동자라고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그럴 때 대구경북의 이주노동자들은 뒤로 숨지 않고, 당당히 모여서 이주노동자에게도 평등한 코로나 정책을 해달라고 집회를 했습니다. 몇 명이 모일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 성서공단역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친구들이 왔습니다.
우리에게는 노동자의 생명을 값으로 매기는 사회가 아니라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회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나서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때 정부도, 사회도, 우리가 사람이고 노동자라고 인정해 줄 것입니다.

우리는 노동자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이 될 때까지, 이주민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피와이티엔의 영전에 바칩니다.

9월 10일 오늘을 이주민노동자 생명안전의 날로 선포하고 매해 이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수 있는지 살피며 반성하고 각오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안전에서 차별이 없고 희생에 대한 보상에서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피와이티엔의 극락왕생을 빌며 함께하신 여러분들의 평안함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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