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호]조작된 건폭 빼앗긴 권리 - 경남도민일보 기획기사 요약

[현장을 찾아서]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4-01-18 11:57
조회
352
게시글 썸네일
마창거제산추련은 공안 탄압으로 인한 건설 현장의 변화와 탄압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내고 건설 노조 투쟁의 정당성과 건설 노동에 대한 사회적 존중을 공감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경남도민일보와 함께 기획취재를하였다. 9월부터 3개 지부의 200여명의 소환조사를 받은 노동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에 응답한 68명을 대상으로 한 20명 내외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토론회도 열었다.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경남도민일보에 7개의 주제로 기획기사로 실렸다.

불법 양산하는 건설업 구조

건설산업은 부정부패 온상으로 여겨진다. 왜곡된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그런 현상을 부추긴다. 1990년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건설사들은 하도급의 하도급을 양산했다. 대다수 건설사는 ‘이익 챙기기’에 급급했다. 현장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래층에 있는 노동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하찮은 ‘노가다’는 그저 부려 먹기 편한 소모품이었다. 그런 현장에 불만을 제기하는 노동자는 있었지만 ‘노가다’ 투정에 귀를 기울이는 사용자는 없었다. 건설사는 공사 때마다 일할 사람을 따로 구한다. 고용된 노동자는 대다수 소속이 없다. 대부분 계약직 아니면 일용직이다. 연평균 9개월 일하고 3개월은 실업 상태로 보낸다. 그나마 안정적인 일자리를 공급하는 주체는 속칭 ‘오야지’(현장팀장)다.

“업계에 오야지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게 도급 불법 하도급이 되거든요. 오야지가 사람을 고용하고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시켜요. 구조가 그러니 일하는 사람들은 힘들지요. 오야지도 돈을 더 벌려고 그러면 사람들에게 일을 많이 시켜야 하니까 힘들고요.”

건설현장에서 하도급 구조는 발주→원청→1차 하청→2차 하청→현장팀장→건설 노동자 순으로 형성된다. 주로 2차 하청에서 불법 하도급이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1997년 7월 1일 시행된 건설산업 기본법 제29조(건설공사의 하도급 제한)는 건설업 등록 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하도급 제도를 허용했다. 법률을 보면 건설업자는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다고 돼 있지만, 2인 이상에게 분할 도급을 할 때는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 공사에서 건물을 잘 짓는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불법과 비리가 난무하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을 부실한 공사로 보전하는 구조다. 저가 수주 경쟁은 다시 노동 착취와 저임금으로 이어진다.

“국내 건설업체들에게 기술적인 수준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로비, 임금 착취, 저가 하도급 이런 과정을 통해 이윤만 보장하는 형태로 고착돼 있어요. 하도급 관계라는 것이 기술적인 축적이라든가, 회사의 노하우나 이런 것은 상관이 없어요. 단계별로 발생하는 이득을 어떻게 보장받을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우리가 바꿔낸 현장

건설 노동자는 일명 ‘노가다’로 불린다. 실제로는 멸칭에 가깝지만 건설 노동자에게 멸칭이 붙은 이유는 그들의 노동 가치가 하찮게 매겨져 있기 때문이다.
건설 노동자는 위험한 노동 환경, 불안정한 고용 형태, 장시간 저임금으로 건설 산업의 오래된 악습과 관행을 건설노동조합을 만들어 현장으로부터 바꾸어가면서 건설 현장을 민주화 시켜 내고 사람다운 일터로 만들어가는 투쟁의 중심에 있었다.

"노동조합 없을 때만 해도 일손이 달리면 회사들이 임금을 조금 올렸다가 일이 끝나면 다시 내렸어요. 그렇게 해도 누가 따지지 못했어요. 따지는 순간 다른 사람을 좀 더 싸게 불러 썼지요. 노동조합이 그런 업체를 악덕 업체로 규정짓고 파업까지 하니까 인건비를 올렸다가 깎는 일이 완전히 없어졌어요. 조합원들이 노조를 신뢰하게 됐지요. 지금은 타설분회 조합원이 800명 정도로 늘었어요."

노조 결성 이후 하루 10시간 이상 공사와 휴일 공사가 사라졌다. 1일 8시간 노동으로 업무 시간은 줄었다. 휴일에는 쉴 수 있게 됐다.

"아무리 밑에서 막 소리치고 해도 위에서는 듣지 않는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불법적인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정부는 건설노조를 탄압하지 말고 좋은 일을 하도록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최고 방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노가다에서 건폭으로

지난해 윤석열이 신년사를 통해 노사 법치주의를 언급한 이후 건폭 몰이로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전국건설노조의 1,700여명에 대한 경찰소환조사가 이루어지고 많은 노동자들이 구속수감 되어 있는 상황이다.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은 노사 법치주의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억압하기 위한 정치적 탄압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탄압의 과정에서 양회동 열사는 스스로 산화해가면서 진실을 알리고 투쟁을 촉구하였다.

“우리 건설 노동자는 80년대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이제는 죽지 않고 일하고, 힘든 일 하면서 천대받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제발, 노조 탄압 중단시켜 주세요.” (양회동 열사가 쓴 글)

노조 활동으로 인해 노가다의 삶에서 ‘노동자’의 삶으로 가는가 싶었는데 탄압 이후 현장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건폭’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 때는 ‘노가다’, ‘노가다’ 하더니 다시 ‘노동자’가 되나 싶더니 다시 ‘건폭’이 돼 붓네. (공사 현장에) 젊은 사람이 없어서 이대로 간다면 노동자가 설 자리가 없어질 겁니다. 앞으로 4~5년 후에는 그런 현상이 표면적으로 나타날 거예요.”

검경은 타임오프 전임자 입금지급, 불안정한 일자리를 안정화시키는 조합원고용사업, 노조 조직화 사업 등 정당한 노조 활동을 공갈, 갈취, 강요, 업무방해라는 죄명으로 몰아가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도 인정 안하는 법적인 테두리와 법으로는 절대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임을 콘크리트 펌프카 기사가(34년차) 건설노조 탄압 실태 설문지에 적어 낸 글처럼 임금체불은 노조 말고 누가 해결 해 주겠는가!
법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건설 현장의 복잡한 특성을 고려하면 노동자들은 집회·시위가 최후 수단이고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법적으로 크레인 기사는 1인 사업자, 즉 특수고용노동자라고 하는데 그럼 우리는 임금 체불이 생기면 어디에다 하소연해야 합니까. 밀린 돈 달라고 해도 안 주는데,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떼쓰는 거밖에 더 있겠습니까. 나라에서 알아서 잘해주면 우리도 집회할 필요없지요. 우리가 권력 가진 사람들도 아니고 힘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오로지 똘똘 뭉쳐 싸워야 해서 그러는 건데 이렇게까지 탄압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건설노동자를 변론하고 있는 조애진 변호사는 “노동3권은 법률로 구체화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사용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효력을 가지는 것”이라며 “건설노동자가 직종 간 이해를 넘어 큰 틀에서 연대하여 건설 자본에 대항하겠다고 하는 것은 교섭 목표이자 전략으로 이해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무너진 일상

폭력배로 낙인 찍힌 노동자들은 광범위한 혐오와 과도한 수사에 신음하고 있었다. 건설 노동자들이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시기는 수사기관에 밥 먹듯 불려가던 지난 상반기다. 지난 9월 건설노조 조합원 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58.8%가 ‘심리적으로 위축됐다’고 답했다. 또 73.5%가 ‘가족들이 걱정한다’고 밝혔다. 2023년 6월 13일 전국건설노동조합이 발표한 설문에서는 경찰·검찰·법원 등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조합원 1027명 가운데 30% 이상이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고 답하기도 했다.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해서 떳떳하게 경찰에 출석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황당한 겁니다. 제가 안 한 것을 한 것처럼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안 했다고 하면 넘어가야 하는데 다른 질문을 하다가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는 식이니 속이 탔습니다. 겨우 재판에 들어갔는데 이것도 언제 끝날지 몰라 답답합니다.”

“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씻으려는데 집 앞이라는 경찰 연락을 받았어요. 집에 들어와서는 다 뒤지려는 기세였습니다. 그래서 막 욕을 하면서 그냥 휴대전화고 뭐고 다 주겠다고 했어요. 집에 애도 있는데 온 집안을 들쑤시는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더라고요.”

후퇴하는 건설 현장

건설 경기 침체에 건설노조 탄압까지 겹치면서 임금체불이 빈번해지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공사 일정이 조금만 달라져도 불안해한다. 언제, 어떤 이유로 또다시 임금이 밀리고, 해고 통보를 받을지 몰라서다. 김해종합운동장 건설 현장에 한숨 소리가 끝나지 않는 이유도 임금체불 문제 때문이다. 건설공사 기간 단축도 건설사가 요구하면 떠밀려서 현장으로 나가야 했다. 현장에서 빨리빨리 죽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임금체불도 살인인데, 해고는 죽인 사람 한 번 더 죽이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 “컨테이너 아래에 앉아 한숨을 내쉬는 동료를 보면 나도 미치고 환장 하겠다”

“다시 건설 현장에서 ‘빨리빨리’라는 말이 나온다. 바쁘면 일요일에도 나와서 일하라고 한다”

이주노동자에게 가해지는 고통

정부는 이주노동자 인력을 내년도 4만 5000명 더 늘리기로 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들이 꺼리는 건설업과 제조업, 농축산업 현장을 채울 예정이다. 정부는 바뀌지 않은 건설 현장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이주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한국은 민주주의의 나라고, 인권을 소중히 해야 한다. 이주 노동자를 향한 차별을 줄여달라”

건폭몰이에도 다시 앞으로 가는 노동자

1년 사이 건설 노조는 양회동 열사의 죽음, 20여 차례의 압수수색, 19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의 수사 그리고 35명이 구속 되었다. 건설현장 특별단속은 건설 노동자를 지독히 괴롭혔다. 경남과 부산·울산 지역 건설노조 조합원 68명에게 그만 두고 싶지 않은지를 물었다. ‘아니다’라는 답변이 52.94%로 가장 많았다. 건설 현장을 떠나지 않은 이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건설노조는 ‘건설산업 개혁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건설산업기본법과 건설근로자법, 국가계약법 등을 개정해 건설노동자의 권리를 되찾을 계획이다.

“건설 현장에서 불법하도급, 임금체불, 고용불안, 안전사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건설산업 개혁을 위한 입법이 절실하다”며 “공사를 누가 했는지 확인하고,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임금을 받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석현수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부장은 “사회적으로 건설노동자를 보호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건설노동자들끼리 더 강한 연대를 하고, 폭넓은 조직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0

전체 359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여는 생각] [128호]가짜 뉴스로 시작된 고용노동부 특정 감사와 산재보험 60주년 (6)
mklabo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412
2024.04.11 0 412
32
[현장을 찾아서] [128호]외투자본에 대항하여 우리 노동자의 매운맛을 보여주자!
mklabo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114
2024.04.11 0 114
31
[현장을 찾아서] [127호]조작된 건폭 빼앗긴 권리 - 경남도민일보 기획기사 요약
mklabor | 2024.01.18 | 추천 0 | 조회 352
2024.01.18 0 352
30
[현장을 찾아서] [126호]수많은 위기들을 헤쳐 온 모트롤! 또 다시 유래없는 위기
mklabor | 2023.10.21 | 추천 0 | 조회 592
2023.10.21 0 592
29
[현장을 찾아서] [125호]건설노동자 '양회동열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mklabor | 2023.07.21 | 추천 0 | 조회 1040
2023.07.21 0 1040
28
[현장을 찾아서] [124호]한국카본 사포공장 폭발사고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1130
2023.05.15 0 1130
27
[현장을 찾아서] [123호]누가 뭐래도 연대!
mklabor | 2023.03.09 | 추천 0 | 조회 1868
2023.03.09 0 1868
26
[현장을 찾아서] [122호]노란봉투법=노동 3권 회복법
mklabor | 2022.11.04 | 추천 0 | 조회 1814
2022.11.04 0 1814
25
[현장을 찾아서] [122호]국민여러분 이대로 살 수 없지 않습니까?
mklabor | 2022.11.04 | 추천 0 | 조회 1776
2022.11.04 0 1776
24
[현장을 찾아서] [121호]한국지엠 불법파견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mklabor | 2022.07.27 | 추천 0 | 조회 1399
2022.07.27 0 1399
23
[현장을 찾아서] [120호]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과 후, 현장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26)
mklabor | 2022.04.21 | 추천 0 | 조회 1484
2022.04.21 0 1484
22
[현장을 찾아서] [119호]“빨리 가려면 혼자가라! 그렇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mklabor | 2022.01.22 | 추천 0 | 조회 1609
2022.01.22 0 1609
21
[현장을 찾아서] [118호]사라진 나의 일터... 나의 일상... (26)
mklabor | 2021.10.11 | 추천 0 | 조회 1799
2021.10.11 0 1799
20
[현장을 찾아서] [117호]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의 싹을 피우기 위해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1780
2021.07.08 0 1780
19
[현장을 찾아서] [116호]경남지역 투쟁하는 노동자들 (26)
mklabor | 2021.04.02 | 추천 0 | 조회 2386
2021.04.02 0 2386
18
[현장을 찾아서] [115호]코로나 보다 더 무서운건 해고다. 폐업을 철회하라 !!
mklabor | 2021.01.12 | 추천 0 | 조회 2163
2021.01.12 0 2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