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전염병의 원인은 미스테리가 아니다

[일터에서 온 편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0-08-27 13:30
조회
2720
게시글 썸네일

최수빈 //삼성테크윈지회 노안부장


병이 미스테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본 문제는 병도 아니고 그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아니다. 의학은 바이러스성 질병들을 극복하는 법을 오랫동안 알아왔다. 백신의 발달 덕분에 천연두와 홍역은 퇴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과학은 바이러스성 질병이 확산되고, 심각한 전염병이 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알아 왔다.

오늘날 이 질병이 이토록 치명적인 건 정치권이 의학의 연구 결과들을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 간호사, 기술자들과 다른 보건의료인들이 현장에서 발견해낸 구체적인 내용들을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래 미국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보건의료 예산은 크게 감축됐다. 대신 영리 목적의 보건의료 제도가 더 자리를 잡았다. 백신 연구도 줄어들었고, 돈은 제약회사들의 이윤을 늘리는 데 투여됐다. 사회를 위한 공공의료와 기본 의료 연구에 필요한 돈이 도덕적으로 추악한 자본가계급과 그들이 소유한 기업들의 은행계좌로 흘러들어 갔다.

그렇다 해도, 석 달 동안에 많은 것을 복구할 수 있었다.
주식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정부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는지를 보라. 3주도 안 돼 그들은 6조 달러(약 7,500조)를 쏟아부었다. 그 돈이면 대중이 광범위하게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진단키트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었다.

공공의료는 진단검사를 통해 질병의 확산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모든 사람을 가두지 않은 채 감염된 사람들만 격리하는 법을 알고 있다. 의료인들이 스스로 병에 걸리지 않은 채, 환자들을 돌볼 수 있도록 마스크, 장갑, 가운을 충분히 생산할 수도 있었다. 백신을 개발하는 동안,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돈벌이 기계로 전락한 병원들을 순수한 의료 목적을 위한 병원으로 바꾸는 것은 [의지만 있다면] 지금도 가능하다.

대비할 시간은 석 달이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허비됐다.
그리고 지금도 시간은 허비되고 있다.
그래서 질병은 확산되고 있다.

누구도 이 전염병이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사람들은 죽고 있다.
누구도 얼마나 많이 죽을지 모른다.
이 전염병의 원인은 미스테리가 아니다.
이것은 이윤을 최우선에 두는 경제체제의 필연적 결과다.
자본주의는 우리를 죽이는 질병이다.
전체 0

전체 359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여는 생각] [128호]가짜 뉴스로 시작된 고용노동부 특정 감사와 산재보험 60주년 (4)
mklabo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366
2024.04.11 0 366
83
[활동 글] [128호]조선소 이 사나운곳에서도
mklabo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114
2024.04.11 0 114
82
[활동 글] [128호]죽음의 조선소,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어야 하는가
mklabo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113
2024.04.11 0 113
81
[활동 글] [127호]현대그룹에 불어닥친 ‘자회사 꼼수’ 바람..
mklabor | 2024.01.18 | 추천 0 | 조회 381
2024.01.18 0 381
80
[활동 글] [127호]한화라는 거대한 자본과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계속해서 싸울 것
mklabor | 2024.01.18 | 추천 0 | 조회 366
2024.01.18 0 366
79
[활동 글] [126호]국적이 다르다고 인간의 존엄까지 다를 수 없다 미얀마 이주노동자 피예이타옌의 명복을 빌며
mklabor | 2023.10.21 | 추천 0 | 조회 799
2023.10.21 0 799
78
[활동 글] [126호]중대재해 없으면 처벌도 없다.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라.
mklabor | 2023.10.21 | 추천 0 | 조회 608
2023.10.21 0 608
77
[활동 글] [126호]안된다고 정해놓은 산업재해...
mklabor | 2023.10.21 | 추천 0 | 조회 558
2023.10.21 0 558
76
[활동 글] [125호]밥통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연대
mklabor | 2023.07.21 | 추천 0 | 조회 1009
2023.07.21 0 1009
75
[활동 글] [125호]이주노동자는 쓰다가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
mklabor | 2023.07.21 | 추천 0 | 조회 1855
2023.07.21 0 1855
74
[활동 글] [125호]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함께 투쟁하는 조선소를 꿈꾼다
mklabor | 2023.07.21 | 추천 0 | 조회 1035
2023.07.21 0 1035
73
[활동 글] [124호]‘웰리브 근골격계 유해 요인 조사’에 참여하며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1168
2023.05.15 0 1168
72
[활동 글] [124호] 여전히 프리랜서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1052
2023.05.15 0 1052
71
[활동 글] [124호]징계 후 겪는 심리적 디스트레스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1043
2023.05.15 0 1043
70
[활동 글] [123호]외상후 스트레스도 산재승인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합니다.
mklabor | 2023.03.09 | 추천 0 | 조회 1059
2023.03.09 0 1059
69
[활동 글] [123호]“미얀마 군부쿠데타, 올해는 끝장내자!”
mklabor | 2023.03.09 | 추천 0 | 조회 1130
2023.03.09 0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