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호]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진단과 우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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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8-01-02 15:27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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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춘 금속노조법률원 경남사무소 변호사


이 글에서는 먼저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을 노동정책의 측면에서 검토하고 이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의 목표를 살펴본다. 이어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이 처한 어려움을 살펴보고 노동계가 비정규직 문제를 역전시키기 위하여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서술한다.

한국경제의 상황 :
1997-98년 외환위기와 노동의 이분화

정부의 노동 정책은 거시적 차원에서 경제 정책, 복지 정책과 연관되어 결정된다. 그리고 노동, 경제, 복지 정책 모두 경제 상황과 이전 정책의 영향력이라는 조건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따라 그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의 경제의 특징, 이전 정부까지의 정책 등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한국 경제의 특징을 살펴보자. 한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미국, 영국과 같은 자유 시장경제(Liberal Market Economy)이다. 여기에 더해 박정희 정부부터 시작된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정책에 따른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이라는 특성이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자유 시장경제와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자유 시장경제는 본래 시장의 원리에 의한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시장에 앞서 국가가 주도하는 성장은 자유 시장경제적인 정책 방향이라 보기 어렵다. 이러한 한국 경제의 특징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원래 국가 주도,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에서 중요했던 것은 안정적인 노동력 공급이었다. 고도 성장 시기에 노동자 대부분은 제대로 된 임금이나 대우를 받지는 못했지만 안정적인 노동력 공급의 필요성에 의해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았다. 다시 말해 한국 경제는 자유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고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1997-98년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신자유주의 경제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경제의 특징은 노동의 유연성 강화와 시장 중심적인 경제 정책으로, 비정규직의 비율도 외환위기 이후 55%로 상승하였고 현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노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분화 되었다. 정규직은 기존의 노동정책으로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였지만, 비정규직은 고용 안정성, 복지 등 모든 측면에서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노동의 이분화는 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넘게 지속되어 왔고 현재 노동 정책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로부터 노동 정책에 있어서 정규직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한편 비정규직 고용 안정 및 임금차별의 해소라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 노동시장정책을 통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노동 정책은 크게 노동보호정책과 노동시장정책이 있다. 노동보호정책은 노동자 보호의 목적으로 임금보호, 고용보호, 실업보호 등으로 나뉜다. 고용보호는 보통 법에 의한 것으로 쉬운 해고를 막는 것이다. 임금보호는 노동자에게 일정한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며, 실업보호는 실업 시에도 실업수당(단기실업자)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기간까지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보호 정책은 주로 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효과를 가진다. 반면 노동시장 정책은 실업보조금(장기실업자)이나 고용창출 등의 정책이다. 노동시장정책은 보다 적극적인 노동정책으로 비정규직이나 실업자,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정책이 많다. 특히 노동시장정책은 경제 정책이나 복지 정책과 연계하여 나타난다.
보통 자유 시장경제에서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고용과 해고가 쉽게 이루어지는 만큼 노동보호정책보다는 노동시장정책이 주로 나타난다. 한국 역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가까이 실시하였고, 이제는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정책의 특성은 크게 약화되고 자유 시장경제 국가의 특성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노동 유연화 정책을 추진하였고 비정규직 문제가 현안이 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인식하에 노동시장정책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패러다임을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로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심각한 일자리 문제와 경제 성장 둔화, 소비 위축의 문제가 지금까지의 시장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인한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와 연관된 노동 정책은 일자리 창출 정책과 고용 안정 정책이다. 일자리 창출 정책의 목표는 공공부문 85만개, 민간 부문 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다. 고용안정 정책의 목표는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이다. 결국 노동시장정책으로 비정규직의 문제와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산업 환경의 변화와
비정규직 확대의 비가역성

문제는 이른바 4차 산업화 등으로 표현되는 산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노동시장정책으로 정규직의 노동권 보호와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다양한 산업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노동의 유연화를 요구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는 인간의 노동이 점차 기계로 바뀌어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생산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주장의 타당성은 별론으로 하고, 산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노동의 유연화의 압박은 더욱 심해져서 비정규직 문제를 심화시킬 뿐 아니라 정규직의 고용안정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거칠게 말하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시장정책, 즉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여 비정규직을 감축하겠다는 것인데 노동의 유연화 요구가 더욱 심해지는 산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그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일자리 창출의 규모도 비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만한 수치도 아니다.
산업 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노동계라고 하여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시작과 함께 야심차게 진행된 노동정책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의 실현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보여준 모습은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재벌노조를 노동귀족으로 공격하면서 노동자간 경쟁을 강화하여 민주노총을 약화시키겠다는 산업계의 전략은 그 성과를 잘 보여준 셈이다.

노동운동의 무력화 :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간 경쟁의 격화

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취업준비생들이 제기하는 한정된 일자리와 고용의 형평성 문제는, 그 주장에 대한 도덕적 비판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그 이면의 문제를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하여 정규직 노동자들이 ‘취업 과정에서의 기회비용과 고통이 컸기 때문에 더 큰 보상이 필요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모습에서,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산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공포심’을 느낀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더 이상 비정규직이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전판’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2017년 12월 8일자 보도에 따르면 하청업체에 아웃소싱했던 업무를 정규직에게 돌려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한국지엠의 이른바 ‘인소싱’ 결정에 정규직 노조가 결국 합의했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모두 전국금속노동조합이라는 단일 노조의 ‘지회’라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지만, 문제는 복수노조 허용을 계기로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간 경쟁을 강화시키겠다는 산업계의 민주노총 무력화 전략이 민주노총의 단일 노조 내에서 실현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취업준비생 등 실업자의 이해관계 또한 문제가 된다. 한정된 정규직 자리에 지금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어 고용을 보호받는 순간 앞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신규채용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이 들고 해고가 어려운 정규직을 갑자기 많이 고용하는 결과를 낳게 되어 앞으로의 고용을 줄이게 된다. 이는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에게는 고용의 장벽이며, 지금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대가로 미래의 비정규직을 늘리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정규직) 일자리 창출이 성공하지 않는 한 취업준비생 등 실업자는 ‘의자 뺏기 경쟁’에서 소외되었다는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한 비정규직 감축은 그 전제를 실현할만한 방안을 문재인 정부가 가지고 있느냐가 진지한 정책 목표인지 면피성 정책인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산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노동의 유연화의 압박을 역전시킬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
연동제로서 정액임금인상제

결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목표로 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산업 환경의 변화에 대한 별다른 대책 없는 장밋빛 대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자들은 여전히 고용불안과 차별에 계속해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간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노동계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먼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앞으로의 산업 환경은 큰 틀에서 모든 노동이 비정규직화로 나아가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대부분은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노동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일상의 모습이 될 것이다. 그러한 미래를 대비하고 지금의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비정규직이 일상인 상황에서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정규직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 계약기간의 단절 위협 상황에서 비정규직은 생활 자체가 어렵고 이른바 노동력 재생산조차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지금 노동계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는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이다. 비정규직이어도 최소한 정규직의 80%의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몇몇 특수한 직종 외에는 어느 정도의 안정된 기간 동안은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비정규직의 임금과 고용이 안정되고 보장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목표여야 한다. 왜냐하면 불행히도 우리는 세계 산업의 흐름을 되돌릴 힘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목을 매고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나누기’에 주목하고 있는 사이에, 산업계는 이미 직무급제의 도입, 노동시간과 임금의 신축화 등 자신들의 요구를 하나씩 실현해나가고 있다. 변형근로제 없는 노동시간단축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또한 임금의 신축화를 상징하는 연봉제 도입을 포기한 바 없다.
노동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축소하여 차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참고로 이탈리아에서는 1969년의 이른바 ‘뜨거운 가을’에서 제1노총이 “모든 노동자에게 5만 리라를”이라는 구호를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반숙련노동자와 숙련노동자의 임금을 동일하게 5만리라만큼 인상하라는 의미다. 산업계가 추구하는 노동의 신축화라는 경향을 막기 위하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이 유일한 방법이고, 그 최소한의 조건은 임금격차를 축소하는 연동제로서 정액임금인상제이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도 어떤 의미에서는 정액 임금인상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온다. 안타까운 것은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의 문제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가 아니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정책으로만 다루어진다는 것이다.
노동계 자신의 힘이 아닌 정부의 정책에 기대어 얻은 성과는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다시 잃을 수 있다.
노동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이루어내고 노동의 신축화라는 경향을 막아내기 위한 흐름의 시작은 추상적이지만 “연대”라는 이름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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