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호] 청소노동자가 없는 대학, 상상이 되십니까?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1-04-02 11:20
조회
3439

남영란 // 변혁노동자당 부산시당
청소노동자가 없는 대학, 상상이 되십니까?
7년만에 다시 시작된 신라대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집단해고 철회와 직접고용이 답이다.
2021년 2월 28일자로 해고통보를 한 신라대 대학당국에 맞서 신라대 청소노동자들(부산지역일반노조 대학지부 신라대지회)이 대학 본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신라대 재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함과 함께 더 이상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신라대 대학당국의 발표로부터 시작되었다. 노예와 다를바 없이 주면 주는대로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했던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투쟁의 연속이었다.
2014년 2월 28일, 신라대는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부당한 근로조건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0여명의 청소노동자들에 대해 일방적인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79일간의 집단농성투쟁과 45일간의 고공단식농성으로 맞섰고, 민주노총부산본부를 포함한 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대책위를 구성하여 이 투쟁을 함께 했다. 용역업체와의 계약만료 시점이 될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고용을 위해 노동조건 후퇴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날들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결기와 연대의 힘으로 승리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직접고용을 쟁취하지 못했지만 노동조합의 힘이 바로 단결과 투쟁, 그리고 연대의 힘임을 확인하는 79일간의 투쟁이기도 했다.
2021년 2월 28일. 바로 7년전 그 날짜로 신라대 대학당국은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대학내 청소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코로나로 대학이 어려운 상황에서 청소 노동을 자동화하고 교직원을 활용하여 자체적으로 청소를 시행하겠다는 것이 신라대의 입장이다. 청소노동은 어디를 가든 필요한 필수노동이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위생과 방역이 중요한 필수노동으로서의 성격이 그 어느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신라대 대학당국은 청소노동을 자동화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대학 곳곳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발길이 가는 곳마다 청소노동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런 청소노동자들의 자리를 자동화를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이 사회의 필수적인 노동이지만 가장 평가절하되는 청소노동에 대한 인식은 청소를 교직원들을 활용하겠다는 신라대 대학당국의 입장을 통해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코로나19로 대학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려진 불가피한 결정이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집단해고라니 참으로 기가막힐 노릇이다. 신라대가 코로나19 시기,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위생과 방역의 일선에 서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중요성과 필수노동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소노동이라는 필수노동이 대학에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 직접고용이라는 해법을 스스로 내놓는 것이 마땅하다. 신라대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신라대는 이번 집단해고를 통해서 청소노동자들이 주는대로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로, 노동조합이 없었던 과거로 돌리고자 하고 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결기는 집회때마다 두드리는 페트병 소리만큼이나 드높다. 투쟁 돌입과 함께 엘지트위타워 청소노동자들은 물론 많은 투쟁하는 노동자들,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신라대 당국의 행태에 분노를 표하고 연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철회와 직접고용 쟁취로 청소노동이라는 필수노동이 이 사회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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