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호]자살로 몰렸던 현대중공업 故 정범식 하청노동자 마침내 산재를 인정받다!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09-20 10:31
조회
3628

현미향//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무려 5년 4개월 만에 현대중공업 故 정범식 하청노동자의 죽음이 산재로 인정되었다. 지난 8월 14일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중공업 故 정범식 하청노동자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고인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현대중공업, 울산동부경찰서,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서 억울하게 자살로 몰렸던 고인의 죽음이 당당히 산재로 인정된 것이다. 항소심 판결이후 유족과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신속히 근로복지공단과 면담을 갖고 대법원 상고포기를 요구하였다. 결국 공단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여 업무 중 일터에서 사망했음에도 억울하게 자살로 몰렸던 고인의 죽음이 마침내 산재로 확정되었다.
고인은 현대중공업 물량팀 노동자로 일하다 사망하였다. 2014년 한 해 동안 현대중공업에서 9명의 하청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였다. 3월부터 죽음의 행렬이 시작되었다. 3월 25일 하청노동자가 바다에 추락하여 익사하였고 4월 21일 LPG선 화재사고로 2명의 하청노동자가 질식사하였다.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이 연일 현장과 언론의 주요 관심사가 되던 4월 26일 11시 45분경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 13번 셀장에서 블라스팅 작업을 하던 정범식 노동자가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다른 산재사망과 달리 고인의 죽음은 목격자가 없었다. 고인의 죽음이 알려지자마자 현장에선 고인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현대중공업은 울산노동지청에 중대재해 발생보고도 하지 않은 채 고인의 죽음을 자살로 규정했다. 울산동부경찰서는 시신 검안과 부검도 하기 전에 언론에 자살가능성을 흘리며 현장보존은 물론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부사이 갈등과 금전문제 등을 중심으로 조사하며 자살로 몰아갔고 고인의 죽음을 자살로 내사종결 처리했다.
경찰의 결정을 두 아이와 부인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부인이 성남과 울산을 오가며 6개월간 현대중공업 공장문과 동부경찰서 앞에서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과 함께 시위를 하였다. 유족과 울산건강권대책위가 동부경찰서 수사결과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였고 울산지방경찰청이 재수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던 울산지방경찰청의 결과도 같았다. 2014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를 다뤘으나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진상규명을 위한 거듭된 노력에도 울산동부경찰서의 자살 내사종결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유족이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 유족급여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는 동부경찰서와 울산지방경찰청의 조사결과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을 했다.
너무도 억울하고 가혹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유족은 포기하지 않았고 민주노총 울산법률원과 희망법 변호사로 구성된 법률대리인단을 구성하여 소송과정을 밟았다. 소송과정에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사고현장 재현과 검증과정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서울고등법원은 ‘망인이 샌딩기 리모콘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샌딩기에서 분사된 쇳가루가 눈에 들어가는 사고를 당하였고 그로 인해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다리를 통해 내려가려다 바닥에 사려놓은 에어호스에 몸이 감겨 실족하는 과정에서 호스가 목에 매여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논란이 되었던 망인의 자살 가능성에 대해서도 ① 사고가 일어난 곳은 망인의 작업구역에서 떨어진 동료의 작업구역인데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굳이 타인의 작업구역까지 이동할 이유가 없는 점 ② 망인이 사고 발생 전날까지도 배우자와 통화를 하고 사고 당일에도 동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등 자살의 동기가 확인되지 않고 관련 전문가 의견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점 ③ 눈에 쇳가루가 들어간 사람이 높이를 가늠하여 목을 매기는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이 자살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간 진상규명 과정에서 유족과 노동자들이 일관되게 주장했던 내용들이 항소심에서 인정된 것이다. 늦게나마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어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고 유족들의 억울함이 다소나마 풀리게 된 것이다.
항소심 판결 후 유족과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근로복지공단 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의 요구는 ‘대법원 상고 포기’였다. 면담 시 근로복지공단은 수많은 사고재현과 검증,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여 결정한 34페이지에 이르는 항소심 판결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유족의 입장이 전달되고 건강권대책위가 현대중공업이 산재은폐행위가 이뤄진 당시 상황과 노동자들의 진상규명 과정 그리고 울산지역 노동자와 시민들의 이 사안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설명하였고 상고포기의 정당함을 주장하였다. 면담 후 근로복지공단은 상고를 하지 않았고 9월 6일 항소심 판결대로 확정되었다.  이제 울산지역건강권대책위는 연달은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에 대해 그 책임을 면하고자 현대중공업이 울산동부경찰서 뒤에 숨어 자행했던 산재은폐행위와 부실수사로 노동자의 죽음을 왜곡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했던 동부경찰서와 울산지방경찰청의 친자본적인 행태와 직무유기에 대해 분명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후속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후속대응까지 철저히 하여 산재사망 은폐행위를 근절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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