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호]중대재해처벌벌 판결과 법정투쟁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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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07-21 20:12
조회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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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김태형법률사무소 변호사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과 시행 이후, 몇 차례 피해자들을 대리하여 재판에 참여하고, 재판외에서 연대하여 조력하였다.

입법 이후, 판결이 더디게 내려지면서 실효성에 관한 논란이 있었으나, 형의 다과와 이에 대한 찬반의 당부를 떠나, 법원이 사업주 내지는 경영책임자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는 것을 포함, 보다 무거운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실효성 논란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판결의 현상이 일부 변화를 겪고 있음에도, 법정에서의, 그리고 법정 외에서의 법적인 투쟁의 모습은,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우리 형사재판이 가지고 있는 체계가 기본적으로 ‘직권주의’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미국의 법정 드라마가 흥미로운 것에 비해 한국의 법정 드라마는, 비현실적인 판타지이거나 혹은 도저히 아무런 흥미도 일으킬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즉 영미권의 경우 형사소송의 기본 구조는, 피고인과 검사가 마치 민사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와 같이 대등한 지위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검사의 기소의 당부를, 판사가 실체적 진실과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며 피고인은 이를 방어하는 입장에 있게 된다. 여기서 피해자와 피해자를 대리하는 사람의 입장은 들어설 자리가 쉬이 보이지 아니한다. 이처럼 ‘직권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형사법 체계에서는, 무엇이 옳고 그름을 떠나,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은 말하자면 오직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가해자인 피고인에 대해 가벼운 형이 내려지는 경우, 고소인이자 피해자가 이에 대해 불복, 항소할 수 있는 길은 원칙적으로 없다.
재판 이전의 수사 단계에서는 오히려 절차적, 실체적 수행을 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재판에 들어와서는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은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다소 이해가 어려운 지점이기는 하다.

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제14조는 ‘심리절차에 대한 특례’라 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을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는 것과, 신문하는 경우,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하는 것이 가능함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러한 규정이 존재한다는 것은 반면에 형사 재판에 있어서 종래 피해자의 지위가 어떠하였는지를 반증하기도 한다.
위 제14조는 몇 차례 형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해 피해자에게 인정된 ‘의견을 진술할 권리’와 대동소이한 내용인데, 중대재해가 아닌 사안에서는 형사소송법상의 의견 진술권이 인정된다.
이러한 형사소송법상의 의견 진술권은, 피해자에게 보장된 권리이기는 하나, 동시에 피고인의 형사 책임을 가리는 것이 사안의 본질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증인으로 하여 그 반대신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무죄추정원칙’이 보장하고 있는 피고인의 헌법상, 그리고 형사소송법상의 권리이기도 하다.
형사소송법은 이런 이유로, ‘실체관계에 대한 판단’을 제외한 다른 진술은 증인신문이외의 자유로운 방식에 따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사항이 아닌 다른 진술은 자유로운 방식에 따라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며, 반대 해석하면,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진술은 ‘증인신문’의 방식으로 선서를 하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실무상으로도, ‘증인신문방식’, 즉 묻고 답하는 방식은 전달과 설득에 한계가 있으며, 특히 전문가가 아닌 피해자 및 그 유족들로서는 ‘날 것’으로 발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발언을 되도록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판장은 절차에 있어서의 지휘재량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날 것’의 피해자 진술은 피해자 본인이나 그 유족들이 아니면 결코 알 거나 느낄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담고 있기에 진정성이 있고 울림이 있다. 가사 판결문에는 그 피해자 진술에 관한 언급이 없거나 혹은 단 한 줄에 그친다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또 하나 피해자에게 절차상으로 인정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권리는 재판 기록의 열람, 등사 권한이다.
피해 노동자는, 사고로 인한 경우도 그렇거니와, 특히 질병을 원인으로 재해를 입은 경우, 그 자신이 재해를 당하게 된 경위와 이유, 그리고 그 책임 소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는, 안전의무를 준수하고 이를 위한 체계를 갖출 의무를 부여받은 자이자, 애초에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자이며, 근로자에 대한 안전의무 등을 지는 사업주 등 사측에 편중 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에 형사소송법이 피해자에게, 그 기로에 대한 열람 등사의 권리를 허락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진술 권한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실현되고 있음에 비해 이러한 재판과 수사 기록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충분히 보장되고 있지 않다. 실제 조력하였던 한 사건에서 변호인단으로서 수사 및 재판 기록에 대해 수차례 열람과 등사를 신청하였으나, 매번, 그리고 대부분 반려된 바 있다. 무엇보다 재판장이 제한할 수 있고, 그러한 제한적 내용의 판단에 대해 불복할 길이 없어서 문제이다.

한편, 최근까지 피해 노동자들에 대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던 모 업체는, 최근 변론기일에서 재판장이, 피해자들에 대해 제대로 피해배상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양형조사관’을 통해 조사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드라마틱하게 태도를 변경하였다.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해석, 적용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엄중한 판단을 한 것이 이 업체가 종전까지의 완고함을 버리고, 태도를 돌변한 것의 원인이 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백 번 실수 혹은 잘못을 하였어도, 한 가지를 잘하였다면, 이를 크게 칭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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