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호]노동건강권 확보를 위한 현장대응의 과제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01-22 13:34
조회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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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민주노총경남지역 본부 부본부장


오랫동안 노동현장은 다치고 병들고 죽는 일이 당연시 되어 왔고,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이라는 미명으로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해 왔다. 우리는 노동건강권을 지키고, 확장시키기 위해 그 기나긴 세월을 저항하며 투쟁해왔는데, 2022. 1. 27.에서야 비로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그런데 위 법률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이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공무원 처벌 삭제 등 반쪽짜리 법률이며, 그 시행령에서는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24개 급성중독으로 한정하고, 민간위탁을 허용하는 등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등 자본과 정권의 의지가 관철되고 있을 뿐만아니라 경총, 전경련, 건설협회 등 사업주 단체들은 법개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경영책임자 처벌 회피와 손해배상 대응 전략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냉정하고 보고, 노동건강권을 확립하기 위한 노동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현실화하자

1.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의 예방의무를 규정함으로써,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은 제정 이후 오랫동안 법이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법률이었으며, 사고 발생시에나 적용되는 사문화된 법률이었고, 급격한 비정규직의 증가와 산업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였으므로 사고 발생시에도 제대로 적용될 수 없었다. 그러다가 2019. 1. 15.에 28년만의 전면 개정(2020. 1. 16. 시행)으로 그 적용대상을 노무를 제공하는 자에게까지 확대하였고, 원청이 안전 및 보건조치를 취해야 하는 범위를 사업장 전체와 원청이 지정하거나 제공하는 장소 중 원청이 지배 및 관리가 가능한 장소로 확대하였으며, 처벌 수준도 강화시켰다.

그렇지만 이렇게 강화된 예방 대책도 곧바로 실효성을 거둘 수 없었고, 중대재해는 끊임없이 재발하고 있다. 2009년 이후 산안법 위반으로 재판이 이루어진 6,144건 중 0.57%인 35건만 금고 또는 징역형이 선고되었고, 13.4%가 선고형의 집행유예 처벌을 받았으며, 67.33%는 벌금형의 처벌을 받았을 뿐만아니라 항소가 제기된 1,486건 중 6건만 금고 또는 징역형이 선고되었을 뿐이다. 지난 10년간 98만여명이 재해를 당하고, 2만여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이고, 봐주기 처벌이었다.

그런데 2019년 법 개정 이후에도 산안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는 개정 이전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법 개정 이전 10여년간의 평균 벌금 420여만원이었던 것이 법 개정 이후인 2019년의 평균벌금액 450여만원으로 조금 증가하였을 뿐이며, 여전히 57% 정도는 벌금형으로 처벌받고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2019년 산안법 위반 재범율도 2017년 76% 수준과 비슷한 정도이며, 사망자의 80% 정도가 50인 이하 사업장에 집중되어 있다.

더 나아가 개정 법이 시행된 2020년에도 882명이 산재 사고로 사망함으로써 2019년 855명보다 늘어나는 등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재해예방이 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2. 지방자치단체의 산업재해 예방 사업

병들고 죽고 다치는 노동재해의 지속은 당연하게도 강화된 산안법에 맞춰 안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졌으나, 노동부는 2021년 현재까지 산업안전감독관 1명이 4천여개의 사업장을 담당하고 있다는 등 인력부족을 내세웠고, 스스로 산업재해 예방업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한계를 드러내었다.

그러던 중 2021. 1. 26.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법제4조1항 3호)를 사업주가 이행하도록 함으로써 지자체가 산재예방과 노동안전보건에 관련된 책무와 역할을 맡게 되었다. 여기서 지자체의 산재예방 관련 조례 제정등의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지자체가 산재예방업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5. 1.부터 2017. 6.경까지 공공기관 소속 환경미화원 15명이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이어지자 2018. 1. 24.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이 전국 243개 지자체장을 고발함으로써 17곳의 지자체 장이 처벌받게 됨으로써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2018. 1. 10.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서 근무하던 민주연합노동조합의 조합원인 환경미화원이 인근의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길이 2.5m 쇠파이프가 떨어져 머리를 덮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그 즈음인 2018. 3. 경기도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가 제정되었고, 2019. 9. 경상남도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가 제정되는 등 2020. 6.경까지 전국 13개 광역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하였다. 이와 같이 지자체들은 지자체에 속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관련 지원을 하기 위한 규범을 제정한 것은 지자체 스스로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질 뿐만아니라 노동부만으로 산재예방 업무를 처리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위 조례들은 지자체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로서 부담하는 의무를 이행하는 방식이거나, 지자체가 발주한 사업에 대하여 발주자의 지위에서 점검감독하는 방식 또는 지자체의 권한에 속하는 인가권이나 허가권을 매개로 사업장에 개입하되 사전적 예방활동을 하는 수준이므로 산재예방의 실효성을 갖기는 힘들다.

그런데 2022. 1. 27.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지자체의 노동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개선, 시정명령이 책무로 부여되었으므로 고용노동부의 산재예방 기본계획 수립 참여(산안법 제7조, 제8조), 안전보건정책의 집행 참여, 산안법 준수 여부 감독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위 지자체의 조례들은 중대재해법에서 정한 책무의 이행을 위해 노동안전보건계획 수립, 노동안전조사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또는 노동안전지킴이, 노동안전보건자문위원회의 설치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경상남도의 위 조례는 노동안전조사관 또는 노동안전지킴이, 노동안전보건센터, 경남형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 적극적인 사업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조속한 개정이 요구된다.

3. 노동의 적극적 개입으로 노동현장안전보건 토대를 구축하자.

지자체의 산업안전보건분야 사무 이양은 2011. 9. 21.경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분야 사무 중 6개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한다는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제시한 내용은 노동부 업무 중 비정규직 관련 업무를 중심으로 한 11개 기능, 37개 사무의 이양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위원회의 위 제시안은 초반부터 지자체가 노동안전에 대해 무관심한 점, 산업안전에 대하여 준비된 예산이나 인력이 없었던 점, 당시의 정부 정책이 기업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었던 점, 비정규직에게 산업재해가 집중되고 있었던 점 등 주요 쟁점들로 인해 노동안전에 대한 규제완화를 목적으로 함이 명확하였으므로 드센 반발에 부딪혔다.

그리하여 입법예고 당시에는 지자체에 이양하는 사무를 6개 분야로 축소시켰지만, 그 내용이 지방자치강화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책임회피와 규제완화를 주목적으로 함이 분명하였으므로, 노동단체들은 지방분권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유연화 정책을 확대시키는 점, 노동부의 산재예방 포기의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지방공무원들은 정부의 업무를 지자체에 떠넘기는 태도라며 제정과 인력, 권한을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경총은 노동부와 지자체로부터 동시에 안전감독을 받게 되어 이중 감독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심지어 노동부 내에서도 산업안전보건업무의 통일적 추진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위 입법추진은 중단된 경험이 있다.

이러한 과정들을 보면, 산재예방이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부족한 전문성과 산재예방 의지가 없는 노동부 감독관의 넋두리, 권한을 요구하는 지자체,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사업주들이 모두 산재 예방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확인되는 것이다.

재해 예방은 모든 인간이 누려야할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며, 노동건강권은 일부 관료들의 권한을 위해 내맡겨질 수는 없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의 시행에 즈음하여 노동이 개입하는 산업재해예방의 과제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경총은 경영책임자의 의무 규정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노동자에게도 안전, 보건의무를 부여하고 위반시에는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고, 중대재해법 관련 대응책으로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4조와 제5조에 따라 안전보건 목표를 설정하고, 의사결정의 일반적인 지침을 수립하며, 안전과 보건에 관한 인력(전담조직), 시설, 장비의 구비와 유해, 위험 요인의 개선(위험성 평가) 등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하고, 중대재해 발생시 조치를 위한 매뉴얼을 작성할 것과 안전보건 의무 이행 사항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대응 방침을 세우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위와 같은 사업주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여 중대재해법 해설서(2021. 11.)를 발간하였는데, 중대재해법에서 경영책임자등이 준수할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법제4조)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운영과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 수립하고, 전담 조직을 둘 것과 예산편성 및 집행하며,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 할 것)를 하라는 내용이다.

이와 같이 오랫동안 노동안전보건 규제 강화를 요구해 온 우리의 주장이 이제 겨우 반쪽짜리 법률을 적용하려고 하고 있는 이때에도, 자본의 규제 완화 요구와의 사이에는 끊임없는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2011년의 노동안전보건 행정 지방이양은 규제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도였으며(중대재해법상 지자체의 안전보건 책무는 중앙과 지방간의 역할 공유 또는 분담이므로 안전보건 행정의 권한 이양이 아님), 중대재해법은 규제강화를 위한 시도이다. 이와같은 대립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와같은 상황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현재의 조건에서 노동이 적극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더 이상의 규제완화 시도를 차단하고, 노동건강권 확보의 범위를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그러므로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는 이 즈음에 노동이 전략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면, 첫째, 산재 예방사업에 있어서 노동자 참여권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의 노동자 참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의견청취 등 소극적 참여권인데, 이러한 상태로는 산재예방이라는 적극적이고도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사업장 단위로는 단체협약으로 노동현장 안전 감독권한을 부여해야 하고, 지역적으로는 지역 노동안전감독관, 노동안전지킴이, 노동안전보건 센터등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관리하는 등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중소영세사업장과 특수고용노동자등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지역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지역노동안전보건위원회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내고, 지자체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과 결합하여 전체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구체적 안전보건 활동을 실행하기 위하여 현재 안전보건공단에 배치되어 있는 1,800여명의 안전보건 전문가가 산업안전감독관의 권한 범위 내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맡아 왔던 것에서 사업장 출입권한과 조사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적극적인 현장 안전보건 점검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지자체가 산재예방 활동을 수행함에 있어서 직접 결합하여 수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업에는 지역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지역노동안전보건위원이 직접적으로 결합하여, 노동현장의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참여형 사업이 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2022. 1. 10.에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및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1조9백여억원의 산재예방 지원사업을 함으로써 현장 안전과 기업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위 예산의 10%는 기업의 유해위험 시설 개선 지원비이고, 30%는 노후위험 공정개선과 위험기계기구의 교체비용 지원이며, 나머지 절반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산재보험료 감면, 중소 건설사에 대한 안전보건컨설팅, 경영책임자 및 안전관리 담당자 대상 교육, 30인 미만 사업장 작업환경측정 비용 지원, 소규모 사업장 기술지도, 직업병 모니터링 센터 운영등에 투입되는 것으로 실질적인 노동현장의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아니다.

노동현장의 접근성이 가장 높은 전국의 노동조합 노동안전 담당 간부와 현장 위원, 그리고 산업안전감독관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안전보건 공단의 안전보건 전문가 및 지자체 소속의 노동안전감독관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노동안전 지킴이들이 지역을 분할하고, 전문성을 결합함으로써 먼저 현장안전보건의 조건과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노동재해 예방을 현실화 시켜야 할 때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이 현실에서 존재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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