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호]공단상가 청소노동자 직업성질병으로 산재인정

[일터에서 온 편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01-22 13:35
조회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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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숙 산추련


2021년 11월 어느 날.
겨울 길목을 앞두고 산추련 사무실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산추련 사무실은 내동 공단상가 4층에 있습니다. 이 상가에는 청소 노동자로 오랫동안 근무하신 분이 계십니다. 제가 산추련에서 일할 때는 이미 그 노동자는 무릎 통증으로 산재 신청을 한 상태였고 드디어 산재 승인이 난 것입니다. 상담하고 조사하고 기록하는 그 당시에 전 없었지만 이 소식은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고된 노동으로 인해 발병한 질병이 산재로 인정받은, 정당한 대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산추련 소속 모임인 심심통통에서 창원지역 건물 청소, 경비노동자들의 고용실태 조사를 한 바 있습니다. 그 당시 일하면서 겪게 된 힘든 점, 부당한 대우 등 산추련의 도움을 받았다는 인터뷰 내용이 기억납니다.

공단상가는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6층의 건물입니다.
35개의 점포, 전 층 통로, 남·여 화장실 총 45개, 재활용 쓰레기 매주 배출, 총 243칸의 계단, 외부주차장, 외부 폐지 수거장. 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지요.
청소 노동자는 1950년생으로 결혼 후 돈을 벌고자 전구를 만드는 제조업 회사에 5년 정도 일을 하였습니다. 퇴사 후 쉬엄쉬엄 아르바이트로 청소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친오빠의 소개로 1999년 9월 공단상가번영회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청소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약 21년쯤 근무를 한 상태입니다.
산재 승인된 진단명은 ‘오래된 찢김 또는 손상으로 인한 반달연골의 장애(M232) 및 상세불명의 무릎관절증(M179)’, ‘기타 명시된 관절염’, ‘무릎 관절(M1386) 등’이었습니다. 터직업환경의학과의원 이철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평가를 보면 쪼그려 앉는 자세는 지속적인 관절연골에 부담이 되어 관절연골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자세인 것으로 판단되고 연령을 고려할 때 지하 1층, 지상 5층의 건물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작업도 당해 노동자에게는 슬관절의 부담이 되는 업무로 판단된다고 하였습니다.

노동자가 해온 작업은 화장실 청소, 계단 청소, 통로 청소,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 종이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분리·배출, 외부주차장 청소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대소변기가 있는 45개의 화장실을 매일 90분을 쪼그리고 앉아서 수세미로 닦아야 했습니다. 특히 대변기는 공간도 협소하여 무릎은 제대로 펴지도 못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계단과 통로 바닥 청소는 기본적으로 주 3일 밀대 걸레질을 하는데, 240칸의 계단 청소를 위해서 1일 평균 120칸을 오르내렸습니다. 통로 바닥 역시 1일 평균 50칸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어 버티어 가면서 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35개의 점포에서 투기한 재활용 쓰레기는 종류별로 주 2회 분리하여 매주 목요일에 배출을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분리 작업 때마다 1회에 30분 이상 무릎을 굽히거나 허리를 숙이는 자세를 유지해야 했으며, 목요일 배출을 위해서는 100L에 이르는 10개의 재활용 쓰레기봉투를 혼자 들어 옮겨야 했습니다. 외부에 있는 종이 쓰레기 수거장은 내·외부인들이 담배꽁초나 일반 쓰레기를 종종 버립니다. 그 쓰레기를 분리하기 위해 작업 시마다 허리와 무릎을 굽히거나 쪼그리고 앉는 자세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외부주차장 또한 경사가 심하여 평지보다 더 무릎을 구부려야 했습니다.
정규직 고정 주간 근무이지만 휴게시간은 별도로 정해진 시간이 없습니다. 노동시간은 1일 주 6일 7시간에서 4시간으로 축소되기도 하였습니다. 출근시간은 8시 30분 퇴근 시간은 오후 15시 30분에서 정오 12시 30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줄어들었다고 일이 축소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청소 노동자가 해야 할 일은 그대로이고 근무시간만 줄어든 것입니다.

눈치껏 청소 일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도 하겠지만 그 누구 하나 지저분한 상가를 원치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많은 민원이 들어오겠지요. 내· 외부인들이 상가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쾌적한 장소를 위해 그 긴 세월을 쪼그리고 구부리며 많은 양의 일을 하였으니 몸에 병이 생기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언젠가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겪게 될지도 모를 청소 노동자!
우리 사회에서 청소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업신여기거나 함부로 대하거나 아니면 낙오자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조금은 더 타인의 입장에 서서 노동자를 바라보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오늘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수 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안전한 일터에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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