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


		쥐마왕

		맑스와 엥겔스의 ‘민족’과 ‘민족주의’(두번째 이야기-1)

2. 마르크스 엥겔스에 있어서 ‘민족’과 ‘민족주의’

1) 사적 유물론으로서의 ‘민족’

인류의 역사는 발전한다. 또한 그 발전에 계급투쟁이 존재했으며 이는 원시공산제에서 시작하여 최후 공산제 사회로 이행하는 형태다. 즉, 인류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였으며 결국 마지막 단계인 공산제 사회에서는 계급의 소멸로 인하여 인류 공동체를 열어간다는 것이다. 마르크스 엥겔스의 사적 유물론이다. 그렇다면 사적 유물론에 기초해서 ‘민족’에 관한 그들의 생각을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맑스의 유언에 따라 집필했다고 하는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엥겔스는 각 공동체적 존재 형태에 대해 기술을 하였다.

엥겔스는 가족 제도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았는데 이는 인류 최초의 자연 조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가장 오래된 형태는 ‘군혼’이었다. 다음으로는 혈연 가족(첫 단계는 세대별로 구성) 푸날루아(형제와 자매와의 성교를 배제한 채 이루어짐), 대우혼(푸날루아로부터 씨족이 형성되고 이로서 혈연간 혼인이 금지됨), 1부 1처제로 발전(남편의 지배에 따른 아이의 혈통을 명확히 함)된다. 이렇게 씨족 제도가 발전하게 되고 몇 개의 공동체가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포족’이라 하였으며 이것을 다시 묶어 ‘부족’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포족’을 거치지 않더라도 그룹이 크면 바로 ‘부족’을 형성하였다.

하지만 원시 공산제가 무너지고 계급사회로 이행하면서 ‘부족’이나 ‘부족 연맹’ 등과 같은 사회조직은 더 이상 새로운 사회에 적합하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 최초의 계급 사회라고 할 수 있는 노예제 사회에서는 새로운 사회조직이 대두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준 민족’이다. ‘준민족’ 내부에는 민회나 왕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원래 원시공동체의 민주적 요소를 띠고 출발한 것이었으나 결국 유산계급의 지배를 영속화시키기 위해서 탄생한 국가라는 기관에 흡수당하였다. 이는 원시사회공동체의 부족체제가 노예제에 이르러서는 ‘준민족’이라는 틀에 흡수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봉건적 사회로 넘어오면서 ‘준민족’은 존재 형태를 부정당하게 되고 ‘민족체’로 바뀌게 된다.  ‘민족체’의 형성은 게르만족과 로마제국내의 다양한 부족집단 간에 융합이 이루어지고 봉건적 사회구성체의 전개와 더불어 그것이 발전해 온 결과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공동체의 봉건제적 존재 형태인 ‘민족체’는 자본주의가 발전하기에는 너무 협소하여 더 발전된 형태의 공동체, 즉 ‘민족’에 용해 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민족 개념’과 ‘민족체 개념’은 뚜렷하게 구분되어야 하는데 이는 남프랑스 ‘민족체’의 동화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민족체’는 ‘민족’의 역사적 선행 형태로 규정되었다. 즉, ‘민족’이 자본주의 사회구성체의 발전에 상응하는 공동체적 존재형태라면 ‘민족체’는 봉건적 사회구성체에 조응하여 나타난 것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모든 ‘민족체’가 중앙 집권적 근대 ‘민족’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바스크족이나 브르타뉴인, 북미의, 크리오올족, 보헤미아인 등 이들은 ‘사멸하는 민족체’였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민족체’의 존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 ‘민족체’가 ‘민족’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그들에 따르면 ‘민족’이 자본주의의 요구에 부응하는 부르주아의 인위적 노력의 산물이었다면 ‘민족체’는 종족이라는 자연적 기초위에 성립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인류사회는 사회구성체의 단계적 발전에 따라 사회의 조직형태 또는 공동체적 존재형태를 부족 → 준민족 → 민족체 → 민족의 순으로 발전 시켜왔다는 것이다. 이는 원시공산제 → 노예제 → 봉건제 → 자본주의라는 사회 구성체의 발전과정에 상응하는 조직형태이며 미래의 공산제 사회에서는 민족은 소멸되고 인류 공동체가 실현 될 것이라는 것이다. 국가가 단순히 정치적 상부구조라면 민족은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 및 그에 조응하는 상부구조가 구체적으로 자리 잡은 공간인 것이다. 민족은 인간 존재의 한 본질인 공동체적 삶이 영위되는 사회적 공간의 역사적 한 형태인 것이다.

2) 부르주아지의 인위적 노력으로 만들어 진 ‘민족’

실제로 마르크스가 역사적 형성물로서의 ‘민족’을 본격적으로 고찰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혁명사를 연구하면서 부터였다고 한다. 그 이래로 마르크스는 프랑스 혁명이 민족형성의 보편적 모델이라는 생각을 평생 떨쳐 버리지 못하였다. 이것은 부르주아 혁명을 민족 형성의 역사적 원동력이라고 파악했음을 시사해 준다. 따라서 ‘민족’은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부터 그 근대적 의미를 인정 받기에 이르렀다.

결국 민족의 형성이 정치적으로는 중앙집권적 국가, 사회적으로는 부르주아 계급, 경제적으로는 국민적 시장권의 형성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근대 민족의 형성과정은 민족주의에 대한 분석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민족주의는 봉건귀족이라는 내부의 적과 외국의 부르주아지라는 대외적 적과 투쟁하는 특정 민족 내의 부르주아계급의 이데올로기였다는 것이다. 결국 민족 국가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투쟁을 벌였던 부르주아지가 프롤레타리아에게 호소하는 수단이 민족주의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구에서 발발한 혁명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부르주아지가 노동/농민 계급과의 연대를 통해 그들이 획득하고자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스위스 내전과 프랑스 혁명을 통해 우리는 그것을 확인 할 수 있다.

1830년 7월 혁명 여파로 발발한 스위스의 내전, 부르주아지와 농민이 연대하여 봉건귀족에 대항하여 봉기함으로써 발발한 내전은 1846년 베른과 겐프의 혁명을 끝으로 16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그 결과 1874년에는 부르조아지의 지배권이 확립되고, 스위스는 자본주의적 발전의 길을 걷게 되었다. 부르주아지가 요구한 것은 봉건적 유제를 일소하고 자기 계급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중앙집권적 국가였던 것이다. 이를 통해서 느슨한 연방 체제를 구축하였던 스위스를 강력한 연방 체제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프랑스 혁명 역시 언어, 정치, 인종적 측면에서 철저한 독일인이었던 알사스-로렌 주민들까지 프랑스 민족으로 통합시키는 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즉, 프랑스 부르주아는 이 지역에 남아 있는 봉건적 유제를 청상함으로써 알사스-로렌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프랑스 민족으로 통합되도록 유도하였다. 그 결과 이 지역 농민들은 스스로를 자유로운 프랑스 시민이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따라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있어서 ‘민족’은 결코 ‘민족정신’이 구현되었다거나 혹은 그것이 전개된 결과로서 즉, 관념의 산물로서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본주의 사회구성체의 구체적 역사적 존재형태였던 것이다.

하지만 자본제적 생산관계에 대응하는 공동체적 존재형태라는 사적 유물론의 민족 개념은 동시대의 다양한 민족 운동에 대한 그들의 기본 입장을 미리 규정해 버리고 마는 한계를 노정해버리고 만다. 즉, 그들은 근대 민족의 형성에 이르기 까지 사회구성체의 발전 법칙 속에서 규명하고자 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인류 역사의 특정한 발전 단계에 대응한 사회적 조직형태 혹은 공동체적 존재 형태로 간주되었다. 그 결과 민족 문제의 논의 과정에서 종족적 요소나 문화적 요소는 대체로 간과되거나 배제 되었다. 또한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실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 사회구성체의 산물인 근대 민족에 집중되었다.

그로 인해 모든 민족 운동은 역사적 진보 즉, 사회구성체의 발전 과정에서 그것이 담당하는 역할에 따라 판정되었다는 것이다. 동시대의 민족 운동에 대해서 진보적 평가와 반동적 평가가 함께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즉, 봉건제로부터 자본주의로 이행기에 출현한 민족 운동은 진보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반면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의 국수주의적 민족운동은 역사의 흐름에 거역하는 반동적인 것으로 취급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프롤레타리아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 공세라는 것이다. 또한 민족형성의 물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민족체’의 원칙에 입각한 동유럽 소수 민족 운동도 비판되었는데 그것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는 시대착오적이고 복고적인 시도로 규정되었다. 결국 서유럽의 선진 노동계급에 의한 혁명만이 사회주의를 이룩하고 민족을 해소할 것이라는 것이다.

3) ‘민족’ 소멸로서 노동계급의 역할

맑스와 엥겔스에게 있어서 ‘민족’은 잠정적이었던 것이다. 사회구성체의 몰락과 함께 소멸했던 부족/준민족/민족체 처럼 ‘민족’도 자본주의의 몰락과 함께 소멸할 운명이었던 것이다. 즉, 산업혁명과 더불어 엄청난 생산력은 민족 소멸의 기본적 조건이었고 또한 노동계급의 등장을 촉진시키게 된다. 그로 인해 자본주의는 더 이상 민족 통합이나 국민적 시장권에 만족하지 않게 된다. 즉, 자본계급은 모든 생산수단의 급속한 개선과 한없이 편리해지는 교통수단으로 다른 민족과 가장 미개한 민족까지 문명화 시키게 된다. 즉, 자본의 세계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각 민족간의 차이가 사라지게 되고 인류 통합의 이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민족이 소멸 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인류 통합의 주요 계급은 노동계급의 존재를 전제해야 하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 확산 과정은 그 모순의 확산 과정이며 결국 전 세계 노동계급의 해방으로 귀결 될 것이며 이는 민족의 경계를 뛰어 넘는 전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될 사회혁명에 의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철학 초고에 나왔던 유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기초로서 가능하다. 즉, 인간 해방은 바로 소외된 인간이 유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합치 될 때가능하는 것이며 이는 전체 공동체적 삶으로서 가능하며 이렇게 발생한 사회혁명은 기존 사회 내의 민족과 계급을 철폐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민족 공동체의 일원이라기 보다는 세계 공동체의 시민으로 사고를 하였고 이는 자본주의 발전 방향에 대한 분석과 인류에 대한 신념이 작용한 결과 이다. 그러나 이는 선진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필연적인 후진 자본주의와 식민지 민족 문제를 이해하는데 많은 한계를 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즉, 민족으로 성장할 물적 토대를 마련하지 못한 저개발의 민족의 대중적 역동성이나 호소력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특히 1848년 6월 노동계급이 패배하게 되고 부르주아지가 승리하게 됨에 따라 프랑스 민족은 2개의 민족 즉, ‘자본가 민족’과 ‘노동자 민족’으로 분열 될 것이라고 했다. 자본주의의 확산에 따른 민족적 차이의 해소가 근대 민족이 소멸하는 외적 조건이라면 자본주의 사회의 첨예한 계급 대립은 민족 소멸의 내적 조건이었던 것이다.
또한 노동계급은 그 본질적으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닐 수 밖에 없으며 반민족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엥겔스가 직접 목격한 바에 따르면 영국 노동자들은 영국인이라기 보다는 한 사람의 인간이자 인류라는 국제 가족의, 성원처럼 행동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국제적 형제애가 민족애로 대체 될 것이란 것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외침도 이러한 관점에 서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천적 차원에서 맑스와 엥겔스의 입장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민족 문제와 민족해방운동에 관한 맑스와 엥겔스의 실천적 입장을 보면서 그들의 생각을 추적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