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호]작업환경측정이 올때면 작업을 멈추고 피신을 시켰어요

[상담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8-03-27 18:59
조회
119
게시글 썸네일
녹산과 밀양의 공단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납 중독진단을 받고 상담을 오셨다.
일을 했던 사업장은 30여 명 이상 되는 중소 공장이다. 노동자는 15년 정도 주조 작업을 하였는데 동과 납 그리고 아연을 넣어 약 1,350℃로 녹인 뒤 합금을 한 후에 틀에다 붓는 작업을 해왔다고 했다.
이 노동자가 몸이 안 좋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년전이다. 손톱에서 피가 나고 발톱에 진물이 나면서 통증이 발생하였고, 급기야 불면증으로 고생을 하였다고 한다. 또한 관절에 통증과 어지러움 및 구토 등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식사를 제대로 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특히 가족의 말에 따르면 인지 능력까지 떨어져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실제로 이 노동자의 특수 검진 결과상 납수치가 60까지 오르는 등 납중독 수치가 기준치를 넘었던걸 확인할수 있었다. 2015년 이 노동자는 직업병 유소견자(D1)을 진단 받았다. 그런데 아무런 조치도 없이 동일한 업무를 해왔던 것이다.
회사의 태도를 보면 이상했다. 노동자의 증언에 의하면 작업환경측정을 할 때는 미리 청소를 시키고 해당 작업을 중지하거나 작업자를 다른 곳으로 보냈다고 한다. 사업주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정상적인 작업 시 작업환경을 측정하면 법적 기준치를 넘어 설 것이고 이는 노동부로부터 개선명령을 받는 등 감독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업환경이 문제가 있으면 개선을 통해서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이지만 이 사업장은 사실상 은폐를 시도한 것이다.
하루빨리 산재요양신청을 하고 납중독에 대한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사업장이 있던 녹산의 상담소와 연계하여 지난 11월 산재신청을 진행하였다. 산재신청을 한 뒤 근로복지공단은 12월 말이 되도록 조사과정도 없이 차일피일 시간이 흘러갔다.
그래서 지난 12월 27일 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자 건강권대책위와 녹산노동자희망찾기는 납중독 직업병이 발생했으나 제대로 된 대책이 진행되지 못한 것을 규탄하고 노동부가 확실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책임기관인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아가, 올해 1월 12일과 2월 6일 두 차례에 걸친 면담을 갖고, 고용노동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하여 항의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해당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사업주 처벌, 타 주물사업장에 대한 재발방지 계획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부산고용노동청은 여전히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만아니라 노동부의 부실감독이 노동자의 질병을 발생시키게 하고 더욱 악화시키는 것을 묵인 방조하였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소속 북부지청은 2016년 해당 사업장 정기감독을 실시했으나 교육 미실시에 대해 과태료 부과만 하였을 뿐 보건관리와 관련해서는 잘되고 있는 사업장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해당 사업장이 녹산에 소재할 당시 환기팬 하나만 천장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북부지청 정기감독에서 핵심적인(산업안전보건법 24조 등) 위반에 대해 처벌과 개선명령을 하지 않음으로 현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부산청은 관할지청이 위법, 부당한 직무를 수행했다고 볼만한 사항이 없다고 답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해당 공장이 밀양으로 이전하면서“문제가 됐던 주물 공정은 이전하면서 라인이 없어졌다”고 발표했다.  납중독 된 노동자는 밀양으로 공장을 이전 한 후에도 일주일에 3일씩 주물 작업을 해왔고 게다가 해당 사업장이 밀양 용전산업단지로 이전한 후에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한 개의 국소배기시설이 설치되어 있을 뿐이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산업안전보건공단도 고용노동부도 사업주의 말만 믿고 불법적인 주물공장 운영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부산청은 해당사업장에 측정을 실시한  작업환경측정기관의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측정기관이 지정 반납하여 조사실익이 없다고 하였고 검진기관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2015년에 처음으로 납에 대한 특수검진이 진행되었다면 이전 측정에서는 누락되었을 것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2015년이전의 측정과 특수검진에 대해서는 자료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노동부의 탁상행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있다. 납중독 발병 폭로 후 부산청이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퇴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전화 설문으로 진행하여 심층조사가 필요없다는 무성의한 답이었다.
또한 퇴사한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는 주물 작업당시 혈중 납수치가 허용기준의 두 배에 이르렀으나 체류기간 만료로 아무런 조치 없이 본국으로 귀국한 바 있다. 부산청이 이에 대한 추적조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이와같은 관행대로 업무가 진행된다면 향후에도 주물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유해작업을 시킨 뒤 병들면 본국으로 돌려보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을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발방지대책 또한 너무도 허술하고 형식적이다.
부산청 관할 주물사업장 관리실태와 재방방지 대책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 부산청은“부산에 182개, 울산 18개, 경남 337개 사업장이 주물제조업으로 분류되어 부울경에 총 537개사(6776명 노동자 종사)가 있으나, 최근 3년간 중독발생 현황은 0건이고, 소음성난청으로 진단받은 3명이 전부”라고 답했다. 5000여명 노동자중 소음성난청 진단이 3명이라니 믿을수 없는 결과임을 반증한다.  유해한 작업환경을 사업주는 은폐하고, 작업환경측정기관은 겉핥기식 측정하고, 검진기관은 검진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관리감독하고 조사해야 할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뒷짐만 지고 있다.

이번 납중독 사건은 단순히 이 노동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과 독성이 높은 중금속 및 화학물질을 취급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 제대로 된 작업환경측정과 특수 검진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이와 유사한 고통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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