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호]사라진 나의 일터... 나의 일상...

[현장을 찾아서]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1-10-11 14:46
조회
369
게시글 썸네일

강상현 한국공작기계


흠... ^____^

2020년 3월쯤 “50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나의 일터...” 란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벌써 1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다.

몇 달 전에도 글을 써야 될 일이 생겼는데...
내가 하던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글을 쓴다.

사실 내가 실력이 뛰어나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원고 부탁을 받고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
이후 이야기를 적으려니 별다른 이슈가 없고...그렇다고 다른 이야길 적으려니 어중간 하기도 하고...
그래서 내린 결론은 그동안의 진행 상황과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앞 번 글에서도 언급 했지만...

2003년 02월 스물셋 되던 해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그 눈을 밟고 “한국공작기계”에 첫 출근을 하였고...

서른여섯...
2016년 07월 내가 다니던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었고...

서른일곱...
2017년 3월 법원에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었고...많은 이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서른여덟...
2018년은 노동자인 나에게 늘 항상 같은 일상 이었다.
찬바람이 불어 올 때 쯤 한국공작기계 대표이사이자 법원 관리인이 배임죄로 구속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서른아홉...
2019년 10월 회사는 파산 하였다.
얼마 남지 않은 조합원들과 동료들은 2019년 10월 31일을 전후해 모두 회사를 떠났다.
그 날은 서른 아홉 번째 내 생일이었다.
2019년 11월 11일 투쟁 천막을 설치하였고
파산관재법에 의해 2019년 12월 25일까지 고용이 유지되고, 사직처리가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이 성탄절 이었다.
2019년 나의 서른 아홉은 슬픈 생일과 슬픈 성탄절을 뒤로하고 마무리 되었다.

마흔...
2020년 스물 세살 어릴 때부터 다니던 길로 똑같은 시간에 회사로 출근한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투쟁 천막으로 출근을 했다.
회사가 파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머신툴스”라는 회사가 만들어 졌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누가 봐도 한국공작기계인데...
난 노동조합을 했다는 이유로 거기에 함께 하지 못했고, 해고자 신분으로 거리에 나와 투쟁 중이다.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지만 자료 불충분으로 어찌할 방법도 없이 패배를 맛보게 되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투쟁하던 동료이자 동지가 삶의 현실로 인해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 남은 건 단 두 명...
힘들지만 지역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열심히 투쟁했다.

여기 까지가 지난 글의 내용들이고 내가 살아온 내 삶이었다.

지금부터는 이후의 일이다.

투쟁 장기화로 천막이 견디지 못했고
한여름에 컨테이너로 재설치를 하였다.
컨테이너 설치 후 “한국머신툴스”는 투쟁중인 우리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였다.
소장을 받아 들었을 때 기분이 참 씁쓸하였다.
자본의 추악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내 나이 마흔살이던 그해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었고, 노동부 고소사건도 창원지검에서 조사 중이었고,
파산한 공장 터와 건물을 포함한 모든 자산이 경매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고... 나는 나이가 들어갔다.
내 나이 마흔한살...
노동부 고소 사건은 자료 불충분으로 마무리 되었고,
우리에겐 큰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 건은
다행히 노동조합이 거의 승소한 결과로 잘 마무리 되었다.
경매 진행 중이던 공장 터와 건물은 한국머신툴스가 아닌 제 3자에게 매각(낙찰) 되었다.

그 많은 일들을 겪으며 지나온 세월...
벌써 마흔한살 나이에 아저씨가 되었다.

몇 해 전부터 겪지 말았으면 하는 일들을 격으며,
그 새로운 삶 속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여러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근데...
지금 느끼는 가장 큰 느낌은...
힘들다...
이 단어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다른 말은 해서도 안 되고, 하고 싶지도 않다.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누군가는 느낄 수 있는 그 느낌...




.
.
.

지금 바램은
어쩌면 누군가에겐 평범한 삶...
그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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