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호]안된다고 정해놓은 산업재해...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10-21 15:34
조회
746
게시글 썸네일

전은철 (현대위아비정규직지회 법규부장)



“부장님... 안되는건데..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어느 날 라인 동료들과 식사 자리에서 나온 조합원(노동자)의 푸념과 체념의 이야기였다.

초창기에 걸쳐 전 기수에는 노동안전보건부장을 거쳐 현재는 법규부장의 직책으로 겸임하고 있는 입장에서 동료의 호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고,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대화를 풀어 나갔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일반적으로 서비스 업종 및 조립/생산 라인에서 자주 발생되는 [하지 정맥류]에 대한 이야기였다.

재해자의 이야기는 2007년 입사하여 현재까지 약 16년간을 동일 작업을 임해 왔고, 21년 상반기 무렵 다리 통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통증의 정도가 점차 심해짐에 따라 병원 진료를 보게 되었고,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통해 진단한 상병명은 [하지 정맥류]였다. 그리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었다.
그 후 문제는 듣는 내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정규직이야 회사에서 치료받게 해주고 하청 동료들은 자가보험으로 처리하던데”
“산업재해 신청을 해봐야 불승인만 나는 일인데... 제가 알아서 하는 게 맞는 거죠,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라며 이미 21년 7월 말부터 휴가 기간에 수술을 진행하였고, 현재는 거의 완쾌된 상태라고 이야기하였다.

[참 어렵고 승인률이 극악이다] 라고 인지하고 있던 상병이었고, 스스로도 승인률에 이미 패배 의식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졌다.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경남권 그리고 연대 단위 승인사례를 모아 보기 시작했다.현대모비스 1건, 연대 지회인 광주자동차부품사비정규직지회 2건의 승인사례를 토대로 검토를 하였고, 각 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님들께 자문을 구하였다. 총 3건의 사례에서 2건은 1차 불승인 이후 재심사청구를 진행하여 승인이 되었고, 그 바탕으로 진행된 1건은 1차 승인으로 처리되었음을 확인했다.
현장의 자료는 충분하였기에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어떻게 자료를 만들까’라는 고민을 시작 하였고, 한쪽으로 밀어내 놓았던 불가능이라는 불신이 고민을 만들고 그 고민이 또 다른 고민을 지속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더 만들어내려고 고민을 하기보단 상병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방식, 그것은 “고정 자세”였고, 다른 이유는 따라가는 것으로 정리를 하였다.
라인 작업에 있어서 공정별 작업은 1m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않는 점을 집중하였고, 서브 업무와 병행하는 공정에 대한 문제는 작업의 연속성에 대한 구분을 명확하게 하여 주었으며, 중량물 취급기준에 적용되는 부분을 상세히 정리하였다.

하지정맥류에서 가장 비중있게 정리한 것은 고정적인 자세에서의 작업의 연속성임을 명확하게 정리하였고 그렇게 접수를 하여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사실관계확인서 제출을 받고 현장 조사를 나오게 되었다. 서류상 비중있게 정리한 부분들은 현장 조사를 통해 더욱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 집중했다.

현장 조사 중에 평소와는 조금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 담당자가 현장 조사에 임하는 태도였다. 현장검증에 있어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재해자의 눈높이에서 공감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건의 진행을 하면서 담당자의 적극성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최초 접수를 하고 3개월이 지나 질병판정위원회 일정이 잡혔고, 추가자료 제출 내용이 없을 정도로 충분했다는 판단을 하여 위원회 참석은 하지 않았다. 약 4개월의 기간 만에 최종적으로 [산재승인]이 떨어졌고, 재해자를 비롯해 진행한 본인도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의학계는 말한다. [하지정맥류] 질환은 한 부모가 질환이 있다면 50% 이상, 양부모가 질환이 있다면 80%가 넘게 발병하는 가족력이다. 대부분 유전적영향이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벽을 부순 것이 본인에게도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재해자는 그간 접수부터 현재까지의 진행 과정을 직접적으로 겪으면서 노동조합이라는 울타리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 노고에 감사하다며, 금속노조 조합원으로서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조합업무를 수행하면서 그간 40~50건의 산업재해를 진행하며, 재해자에게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되고, 때로는 실패와 좌절을 겪고 많은 감정들을 오롯이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지치며 무너져가고 있었던 때였다.
그간 많은 사건·사고로 인해 지쳐 가고 있었고 당연히 안 될 거라는 마음에 접으려 했었다. 이러한 나약한 생각과 마음들이 부끄러워지는 승인사례였고, 또한 마음을 다시 잡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초기 시작할 때 담당자로서 되뇌던 말을 다시 스스로 마음에 각인시킨다.
“산재 없는 그날까지”
언제까지 이 업무가 주어질지 알 수 없지만...
허락되는 그날까지 스스로 각오에 최선을 다할것을 다시 다짐해 본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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