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호]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규정 노동법 노동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져야한다

[일터에서 온 편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10-21 15:40
조회
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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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이 마산회원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민주노총에서 운영하는 마산회원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에서 올해부터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일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임금체불, 부당해고, 산업재해 등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무료 노동법률 상담 외 선전홍보활동, 노동인권 인식 확산을 위한 실태조사, 사회의제와 관련된 연대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상담활동가로서 제몫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담 내용은 임금관련 문의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부당해고, 산업재해 등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로 겪은 부당함과 불이익에 대한 구제방법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다. 산업재해 상담이나 부당해고 상담의 경우는 경위서나 신청서 등 필요서류 작성을 도와 권리구제 업무를 지원하고, 많은 경우 노무사님의 자문을 구해 답변을 하고 권리구제 절차를 안내하는 정도에서 마무리 하고 있다.

무료 노동법률 상담이라고 하면 노동자만 상담이 가능할 것 같지만, 사업주도 참여할 수 있다. 간혹 사업주나 관리자로부터 전화를 받을 때도 있는데 사업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하고 챙겨야 할 노동법률을 안내한다. 덧붙여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노동과 노동자를 존중하는 노동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강조해서 전하기도 한다.

상담 접근경로는 현수막이나 배포한 홍보물을 보고 전화 상담을 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상담 받은 분들이 지인을 소개하거나 홍보물을 접한 주변의 소개로 상담을 해 오는 경우가 다음 순으로 많다. 전화 상담을 하는 분들의 연령대는 인터넷으로 정보 접근이 능숙하지 못한 50대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이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종사하는 직종은 제조·기능, 경비·미화, 음식 서비스업 등 단순노무직이 주를 이룬다.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은 어디에 내놔도 기죽지 않는다는 오퍼레이터로 일하는 50대 후반 남성 노동자는, 5인미만 사업장에 연장, 야간, 휴일 가산수당이 적용되지 않는 현행 노동법의 불합리한 부분에 노여움을 토해낸다. 회사 규모가 작고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하다 보니 더 낮은 임금을 받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해도 아프거나 집안에 일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잔업과 특근을 해도 가산수당이 적용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의 취약한 노동현실에 일상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는 씁쓸한 토로를 한다.

상담자 대부분은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는 거의 없고, 일터에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아 노동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노동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권익과 관련한 사회적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휴일과 휴가 보장이 안되고, 가산수당 적용이 안되며, 포괄임금제에 묶여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다들 그렇게 하고’ 있어서 넘기거나 부당한지 알지 못해 넘기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어린이집 조리실에서 8년 일 한 여성노동자는 어깨와 팔의 통증으로 팔을 들어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치료를 위해 퇴사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업력으로 인해 생긴 근골격계질환은 아닐까 추정 할 수도 있는데, 통증 치료는 업무수행과 상관없는 오로지 개인이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여 치료비와 이직으로 인한 생계 걱정도 하고 있었다. 다행히 노동상담을 권유하는 지인의 소개로 상담을 통해 병가 신청 과정을 거쳐 산업재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노동법 상담이 필요한 분들은 연령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모두 다르지만 상담을 진행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다. 부당해고, 직장 내 괴롭힘 등 내용은 다르지만 억울한 자신의 이야기를 밖으로 꺼냈을 때 누군가 귀 기울여 들어주고 지지 받는 시간을 통해 문제해결 방법을 찾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는 것을 볼 때 상담사의 역할에 뿌듯함을 느끼고 사회적 완충장치로서 센터의 필요성을 새삼 느낀다.

퇴근길에 현수막을 보고 상담 전화를 걸어온 60대 남성 노동자는 정년퇴직 후에도 계약직으로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일할 수 있으면 어떤 일이든 하고 있다고 한다.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오랜 노동으로 겪는 ‘마디마디가 다 아픈’ 통증을 안고 생활비도 벌어야 되고, 손자 용돈도 주고, 물리치료도 좀 받으면서 생활하려면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생활이 턱도 없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안한 고용환경으로 노동자를 몰아넣는 현실에서 정년퇴직 이후의 노동은 휴식과 여가가 보장되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신념을 다시 확인한다.

상담을 하면서 노동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번 느낀다.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규정인 노동법을 노동자가 이해하고 알아야 최소한의 보호라도 받을 수 있으므로 노동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앞으로도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노동법률 상담뿐 아니라 일터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노동법 교실을 열고, 노동환경 실태조사, 노동인권 의식을 높이는 노동환경개선 캠페인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일에 힘을 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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