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호]여전히 야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여는 생각]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07-05 10:59
조회
4713
게시글 썸네일
노동자가 사망했다. 자살이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노동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을 했다. 치료, 요양신청준비, 공단의 요양 결정 기간은 더디기만 하다. 그 사이에 노동자는 현장 복귀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양 결정 기간이 길어지면 치료비와 가족과의 생활비 등이 고스란히 재해자 본인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회사 복귀를 결심하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노동자는 복귀 전 회사와 전환배치 등에 대해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싫으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 이 노동자는 비정규직다.
노동자에게는 긴 과정이다. 재해를 당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을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과정, 그 사이에 개인적으로 치료를 하는 과정, 통증이 악화되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을 하는 과정, 산재 결정을 기다리는 과정. 산재 결정이 늦어지면서 회사 복귀를 결심하는 과정. 복귀 후 동일한 업무를 해야 하는 불안감 그리고 회사에 전환배치 등을 요구해야 하는 과정들이다.
이 시간동안 근로복지공단, 회사도 그리고 근골격계 부담 작업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도록 지도 감독해야 하는 고용노동부도 노동자에게는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 이 긴 과정에서 책임 있는 자들이 외면하는 사이에 노동자는 재해의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했고 회사의 매몰찬 태도에 절망했다. 절망끝에 노동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업주가 근골격계 부담을 호소한 이 노동자에게 의학적 조치와 해당 부서 작업환경 개선을 하고 노동자를 존중했더라면 이 노동자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상 근골격계 부담 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통증 및 기능 저하를 호소할 때 사업주는 의학적 조치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제대로 지도 감독했다면 이 노동자는 요양 신청하기 전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작업환갱 개선 등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지도 감독을 하였다면 노동자는 복귀 과정에서 불안감이 없었을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신청을 하였을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한다면  노동자들은 치료를 끝내지 않고 회사에 복귀할 마음을 가지지 않게될 것이다.
그리고 보건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에서 이 사업장에서 발생한 근골격계 문제에 대해 조언을 제대로 해 주었다면 역시 이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았고, 고용노동부는 감독하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은 늦고, 보건관리기관은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그래서 노동자는 그 선택을 했다. 아니 그 선택을 하도록 강요를 당했다. 이는 야만의 시대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그런 시대에 살고 있고, 한 노동자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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