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호]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여는 생각]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0-02-28 17:16
조회
5132
게시글 썸네일
작업환경측정은 노동자가 사용하는 유해인자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측정 평가하여 노동자의 건강상의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으며, 물질안전보건자료 제도는 노동자가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이 제도는 예방적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두 자료는 노동자가 직업병에 걸렸을 때도 사용되게 된다. 직업병은 특정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사용한 물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노출량은 얼마나 되는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여 이들 자료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노동자는 당연히도 자신이 일을 했던 공정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고 이를 근거로 해서 직업병으로 인정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이나 법원에서는 직업병 인정 여부에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역학조사를 하는 전문가들도 이러한 자료 없이는 노동자의 질병이 업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산재 인정 투쟁 과정에서 이들이 사용한 물질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이런 기초 자료 조차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던 노동자들은 결국 소송 끝에 작업환경측정 자료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삼성 측은 핵심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며 산업통자원부에 국가 핵심 기술로 포함시킬 것을 요청하였고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국가 핵심 기술에 포함되었다.
얼마 후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발생하고 반도체 분야의 핵심 소재들이 수입이 어려움에 겪게 되었다. 이러한 기회를 틈타 산업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2019년 8월 2일 210명이 참석하여 찬성 206, 반대 0, 기권 4로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악하였다.
국가 핵심 기술을 보호하는데 동의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문제는 안전과 관련된 정보조차조도 비공개 대상으로 되었고, 문제가 되는 것을 문제가 된다고 이야기 하는 양심의 자유조차도 허락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기업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까 싶지만 중요한 것은 이 법이 개악될 때 제대로 된 논의와 토론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진보 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진보 정당들의 행보는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진보 정당 역시 일본과의 무역 분쟁에 최소한의 이성적 태도를 저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최근 잘못을 인정하고 있지만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산업 기술을 보호하는 이유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이지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가 아니다.
기업 입맛에 맞는 무분별한 비공개 원칙으로 인해 결국 그 피해를 노동자들이 입게 생겼다.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국민인지 아니면 대기업인지를 명확히 한 이번 산업기술보호법 개악은 다시 한 번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한 기업의 이익이 우선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전체 421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여는 생각] [132호]피 흘리는 현실 앞에, 치료마저 외면당한 노동자들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753
2025.06.02 0 753
33
[여는 생각] [131호]2024년 생명안전 경남지역의 주요 이슈
mklabor | 2025.02.06 | 추천 0 | 조회 3129
2025.02.06 0 3129
32
[여는 생각] [130호]폭염 대책 작업 시간을 제한해야
mklabor | 2024.10.15 | 추천 0 | 조회 3754
2024.10.15 0 3754
31
[여는 생각] [129호]실패한 조선업 중대재해 대책을 반복적으로 내 놓은 고용노동부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3809
2024.07.05 0 3809
30
[여는 생각] [128호]가짜 뉴스로 시작된 고용노동부 특정 감사와 산재보험 60주년
mklabo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6422
2024.04.11 0 6422
29
[여는 생각] [127호]50인(억)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하라
mklabor | 2024.01.18 | 추천 0 | 조회 3860
2024.01.18 0 3860
28
[여는 생각] [126호]지자체 발주공사 중대 재해에 대한 책임
mklabor | 2023.10.21 | 추천 0 | 조회 8770
2023.10.21 0 8770
27
[여는 생각] [125호]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20년
mklabor | 2023.07.21 | 추천 0 | 조회 3130
2023.07.21 0 3130
26
[여는 생각] [124호]먹통이 된 고용노동부 위험상황신고(1588-3088) 전화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4197
2023.05.15 0 4197
25
[여는 생각] [123호]인권적인 요구와 연대를 넘어서 현장 활동을 강화, 자본과 정권의 음모에 대응해야
mklabor | 2023.03.09 | 추천 0 | 조회 4138
2023.03.09 0 4138
24
[여는 생각] [122호]아직 살아 있는 우리는
mklabor | 2022.11.04 | 추천 0 | 조회 3124
2022.11.04 0 3124
23
[여는 생각] [121호]기로에 선 중대재해처벌법
mklabor | 2022.07.27 | 추천 0 | 조회 4125
2022.07.27 0 4125
22
[여는 생각] [120호]2022년 5월 10일
mklabor | 2022.04.21 | 추천 0 | 조회 4538
2022.04.21 0 4538
21
[여는 생각] [119호]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
mklabor | 2022.01.22 | 추천 0 | 조회 4321
2022.01.22 0 4321
20
[여는 생각] [118호]노동이 존중받는 평등사회냐! 불안정한 노동이 절대다수인 불평등사회냐!
mklabor | 2021.10.11 | 추천 0 | 조회 3600
2021.10.11 0 3600
19
[여는 생각] [117호]노동환경개선단을 제안한다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4484
2021.07.08 0 4484
18
[여는 생각] [116호]김종하 활동가를 응원한다.
mklabor | 2021.04.02 | 추천 0 | 조회 4032
2021.04.02 0 4032
17
[여는 생각] [115호]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이후를 생각한다
mklabor | 2021.01.12 | 추천 0 | 조회 5167
2021.01.12 0 5167
16
[여는 생각] [114호]연대
mklabor | 2020.08.27 | 추천 1 | 조회 6193
2020.08.27 1 6193
15
[여는 생각] [113호]과거의 악몽이 다시 살아났다. (1)
mklabor | 2020.05.22 | 추천 0 | 조회 4130
2020.05.22 0 4130
14
[여는 생각] [112호]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mklabor | 2020.02.28 | 추천 0 | 조회 5132
2020.02.28 0 5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