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호]화학물질 중대 재해 발생 이후 무책임한 사측! 안일한 태도의 노동부와 검찰!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11-04 13:41
조회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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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대흥알엔티지회 노안부장


 

지난 3월 3일 대흥알앤티에서 급성 독성 간질환 직업성질병 13명의 재해자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로 인정하며 조사에 나섰다. 첫 재해자가 발생한지 약 1달이 넘어서 중대재해가 인정되고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중대재해 발생 이후 내가 속한 대흥알앤티지회는 투쟁을 전개해왔고, 지금도 투쟁 중에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투쟁을 전개 해오면서 겪은 회사의 대응과 노동부·검찰 조사에 관한 문제점, 그리고 투쟁 속에서 나와 대흥알앤티지회 동지들이 느낀점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이후 지회는 금속노조와 함께 재해가 발생한 곳에 대한 현장 조사와 보건진단 참여 등 중대재해의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것은 여전히 무책임하고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대흥알앤티 사측의 뻔뻔한 대응이었다.

지회 노안 담당자를 포함한 금속노조 노안부서의 현장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관리자들은 자신들의 몸을 던져 현장 출입을 막아섰다. 그 과정 속에서 관리자는 큰 물리적 충돌이 없었음에도 깁스를 하고 전치 2주 부상을 주장하며, 지회를 고소하겠다는 겁박을 하기도 했다.
재해 발생 이후 진행된 안전보건관리공단의 보건진단에서도 사측의 불통과 일방적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현장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참여가 보건진단에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사측은 산보위원들의 참여를 거부했다. 지회는 보건진단에 산보위원의 참여를 쟁취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쟁과 노동부에 대한 압박을 진행했다. 결국 산보위원의 보건진단 참여를 이뤄냈지만, 일부 인원 참여로 끝났다. (한국노총 소속 인원들에 대한 참여는 적극적으로 보장되었다)
노동부의 명령으로 진행한 안전진단 결과에 대해서도 사측은 몽니를 부렸다. 중간 결과서에서 존재했던 개선사항인 ‘작업장 내 안전통로 확보’가 최종 결과보고서에서는 사라졌다. 안전진단을 통해 제시된 개선사항중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사항들이 최종 결과보고서에서는 사라진 것이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돈을 중요시하는 대흥알앤티의 부도덕함은 안전진단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대흥알앤티지회는 중대재해 발생 이후 중대재해 원인을 제거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왔고, 사측에도 노사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사측의 불통, 일방적 태도로 인해 좌초되었고, 여전히 대흥알앤티 사측에 맞선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지만 나와 동지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던 것은 노동부와 검찰의 안일한 태도였다.
처음 사고원인 조사를 진행한 양산지청에서 성분분석을 통해 ‘트리클로로메탄’이 포함된 세척제가 사용된 것이 밝혀졌다. 이후 중대재해사고로 인정되어 부산청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청이 수사를 시작한 이후 마주한 모습은 마치 데자뷰 같았다. 양산지청이 2월 21일부터 3월 3일까지 11일에 걸쳐 진행했던 조사가 또 다시 반복된 것이다. 결국 압수수색이 이뤄지는데까지 20일이 넘는 시간이 소모되었다. 노동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원인조사와 개선대책이 빠르게 나와야 하지만 행정의 안일한 태도가 만든 이중적인 시간소모는 현장에 남아있는 노동자들을 더 긴시간 동안 위험에 노출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조치는 양산지청에서 중대재해수사는 부산청에서 진행하는 행정 분리로 인해 노동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도움을 필요로 했던 나와 동지들은 이 부서에서 저 부서로,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전화가 돌려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중대재해 수사나 행정 조치와 관련한 진행 사항에 대해 우리가 물어볼 수 있는 곳도, 우리에게 말해주는 곳도 명확하지 않은채 깜깜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가장 어처구니 없었던 것은 중대재해를 겪은 13명의 재해자들의 산업재해보상보험(약칭 ‘산재’) 신청을 할 때였다. 근로복지공단은 부산청에서 ‘사고조사결과보고서’가 나와야 산재신청이 가능하다는 법에도, 규정에도 없는 이야기를 하며, 재해자들의 산재신청을 미뤘다. 결국 산재승인은 첫 재해자가 발생한지 5개월이 지난 6월 13일에야 이루어질 수 있었다. 급성 독성 간질환으로 고통받았던 재해자들은 행정의 안일한 태도로 인해 생활고까지 겪게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대재해조사를 하기 위한 행정 인력 부족이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중대재해조사는 6개의 광역단위(서울, 중부, 부산, 대구, 광주, 대전)로 나눠 진행된다. 결국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조사기간이 길어지고, 재해자들 역시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가 보여준 안일한 태도들을 인력 부족이라는 변명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 이중적인 시간 소모나 행정조치와 수사의 불필요한 분리는 인력과 관계없는 문제이며, 중대재해를 방지하고, 수사를 진행할 노동부가 스스로 개선해야할 부분이다.

노동부로부터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도 우리에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검찰은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사측의 진술을 사실로 인정했다. 사측은 ‘노사’가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의견을 듣는 절차를 시행중이었고, 순차적으로 문제들을 개선하기로 논의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찰은 이것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하고 작업환경에 관한 근로자의견 청취, 노사 간 개선 절차를 논의하여 조치를 취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이 인정한 사측의 조치라는 것은 공정 내 수동 세척기에 설치된 국소배기장치 덕트의 ‘유량조절 댐퍼’를 개방하는 것. 즉 10초 안걸리는 밸브를 열었다는 것이다. 고작 이런 조치라고 볼수도 없는 조치를 두고 검찰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하지 않았고, 산업안전보건법으로만 기소를 했다. 13명의 재해자가 발생한 중독사고에 고작 10초도 안 걸리는 밸브를 열었다는 이유로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13명의 재해자와 대흥알앤티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검찰의 중대재해처벌법 불기소 이후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모든 걸 생각해보니 지금 현재 대흥알앤티는 김해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어있는 자본가이며, 회장은 전 김해상공회의소 명예회장, 현재 충효예대학 이사장과 한국고무산업협회의 회장이다. 아무리 죄를 지어도 “권력에는 어쩔 수 없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무혐의가 나기 전에는 회사가 자기들은 억울하다고 했다. 이제는 처지가 바뀌어 이렇게 확실한데 무혐의를 받게 되어 오히려 우리가 억울한 상황에 부닥쳤다.
사실상 정부는 중대재해 법을 없애려 하고 있다. 이 법이 실정법으로 존재하는 한, 우리는 외쳐야 한다. 노동자는 당연히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고, 노동자의 안전을 함부로 무시했다가는 엄한 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우리는 그런 법을 만들었고 이제 그 법의 집행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법 제정 당시 민중들의 지지를 받았고 지금도 그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법이 종잇조각이 되지 않게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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