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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동물을 먹는것에 질문을 던져보자

맛집 프로그램의 한 장면. 한가로운 시골집 마당에서 토종닭들이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가끔은 방송 리포터가 토종닭들을 뒤에서 쫓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 다음 장면에서, 밥상 위에는 토종닭으로 만든 요리들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방금 전에 토종닭과 같이 뛰놀던 리포터는 토종닭 요리들을 맛있게 먹으며 방송은 마무리된다.

이러한 장면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가축처럼 키우던 동물들이 요리가 되어 밥상에 올라오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맛있는 고기”를 향한 열망은 이에 대한 어떠한 질문이나 문제제기도 허락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잡식 가족의 딜레마>(황윤 감독, 2015년 개봉)는 “동물을 먹는 것”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구제역으로 돼지가 살처분되는 뉴스를 접하던 감독은 살아 있는 돼지를 직접 보기 위해 돼지농장을 찾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구제역으로 민감하던 때여서 돼지농장으로의 접근은 쉽지 않았다. 얼마 전 문을 닫았다는 축산농가를 수소문해서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목도한 것은 출입문도 봉쇄해놓은 어둡고 악취 나는 공간에 우글거리며 모여 있는 돼지들이었다.

우리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돼지고기의 99.9%는 공장식 축산 방식을 통해 길러진다고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장식 축산농가의 돼지들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공간에 갇혀 하루 종일 사료를 먹으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최대한 많은 수의 돼지를 만들어 내야 되기 때문에 어미돼지에게 임신과 출산은 반복되는 일상인데, 찬 시멘트 바닥의 좁은 공간에서 진통을 하면서 출산하는 어미돼지의 모습은 화면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 이런 공장식 축산농가에서는 좁은 공간에 많은 돼지들이 모여 있다 보니 각종 질병들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서 항생제가 많이 투여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99.9%의 공장식 축산이 아니라 0.1%인 친환경 농장의 모습은 어떨까? 전망이 탁 트인 산골에 자리 잡은 농장 안 축사는 널찍한 공간에 짚이 수북하게 깔려 있다. 농장 안 돼지들은 한 가족마다 하나씩 널찍한 우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어미돼지는 아기돼지들을 출산하고 젖도 먹이며 같이 생활하고 있다. 먹는 것도 사료가 아니라 밀이나 당근잎, 민들레 등 밭에서 채취한 것들이다. 어미돼지에게 일일이 이름을 붙여주고, 일생 동안 몇 번 임신을 하는지를 꼼꼼히 기록하고, 출산을 앞두고 진통을 느낀 어미돼지가 짚 속으로 파고들며 고통과 싸우고 있을 때 계속해서 짚을 덮어주며 지켜보는 주인아저씨의 모습은 공장식 축산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황윤 감독은 좁은 우리에 갇혀서 사육되는 돼지를 보고나서 도저히 이전처럼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 육식을 끊기로 선언한 감독은 과자나 젤리를 사달라는 아들과 마트에서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지만 더 큰 복병은 남편이었다. 남편은 야생동물 구조활동을 하는 수의사이지만 야생동물 구조와 고기를 먹는 일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황윤 감독이 육식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자 “음식을 선택할 권리”를 주장하며 계속해서 반발한다. 그 전에는 고기로 만든 음식으로 자신의 요리 실력을 뽐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요리도 안할뿐더러 채소로만 만든 음식에 아들보다 더 큰 거부감을 보인다. 감독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좁은 우리에 갇힌 돼지들을 보며 느낀 감상들을 나누려 하지만 이런 감상과는 상관없이 그저 “고기를 안 먹는 유별난 사람”으로 여겨질 뿐이다.  

다큐멘터리 뒷부분으로 가면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0.1% 친환경 농장의 돼지들은 공장식 축산의 돼지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윤택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다. 하지만 이 돼지들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똑같다. 바로 도살장이다. 같은 도살장으로

향하는 두 대의 트럭, 트럭의 크기는 차이가 나지만 목적지는 똑같다. 그리고 작은 트럭에는 “십순이”의 아들 “돈수”라고 이름 붙인 돼지도 포함돼 있다. 영화 속에서 출산 장면부터 계속 봐왔던 “돈수”의 마지막을 직접 목격해야 하는 건 심란한 일이다,
더 심란했던 건 농장에서 촬영을 마치면서 주인아저씨가 감독에게 준 선물이었다. “친환경” 마크가 찍힌 특상 등급의 돼지고기 세박스. 농장에서 돼지를 키우는 건 돼지를 팔아 수익을 얻기 위한 경제활동의 일환이고, 그렇기 때문에 주인아저씨 입장에서 질 좋은 고기는 가장 큰 선물일 수 있다. 이 모든 걸 이해한다고 해도 돼지들과 많은 교감을 나눈다고 생각한 친환경 농장에서 생산된 돼지고기 선물은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잡식 가족의 딜레마>가 던지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황윤 감독과 같이 “육식을 하지 않겠다”는 즉각적인 실천으로 옮기기는 정말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그렇게 따지면 먹을 게 뭐 있어?”, “그냥 되는 대로 먹어”라는 말로 이러한 질문들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게 더 쉬울 수 있다. 아니면 영화 속 남편처럼 “음식을 선택할 권리”를 주장하며 개인 취향의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게 더 속 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나의 취향이나 기호를 넘어서서 내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선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제기하는 공장식 축산 방식의 문제점에 일정 정도 공감한다면 적어도 지금의 육식 위주의 식생활에 대해 한 번쯤 돌아봤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맛있는 고기”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동물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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