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카풀제도에 따라 승용차의 사용관리권이 사업주에 속한다면 출근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2006.06.14, 서울행법 제6부 2006구합7966)
최영주 노무사
1. 경위
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부산시 외곽에 있는 공장에 3교대 야간 근무를 위하여 동료를 태우고 밤에 출근하다가 교통사고 발생하여 동료는 사망하고 본인은 경추 제4-5번 골절, 경추 제4-5번 탈골,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우측쇄골 골절, 우측 늑골 제2-7번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요양신청하였으나 불승인하였다.
2. 근로복지공단이 불승인한 이유
공단은 사업주가 제공한 출,퇴근시 교통수단이 아닌 자기 소유의 자가용으로 회사에 출근하던 중에 재해를 당했고, 사업주는 출,퇴근�수단, 방법 및 그 경로의 선택에 대하여 전혀 관계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또한 출,퇴근�과정에 대한 관리 이용권은 전적으로 노동자에게 유보되어 있다는 이유로 요양을 승인하지 않았다.
3. 출퇴근 상황 (행정법원 인정사실)
- 노동자는 1997.2.24 생산관리직으로 입사하여 부산 외각에 있는 공장에서 현장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3조 3교대로 제직업무 담당
- 부산시 외곽 지대는 주거단지 없어 대부분 차량 이용출퇴근
- 부산 시내에서 이 사건 공장 근처까지 버스가 매우 부족, 택시조차 안다님
- 직원들의 출,퇴근시 카풀이용18명, 자가용15명, 기숙사25명,버스3명, 도보3명
- 회사는 셔틀버스 운행하였으나 1999년경 통근버스 운행을 중단, 출퇴근 별다른 조치없음
- 처음 자발적으로 카풀 시작, 회사에서 카풀 권장, 카풀 시행 시 주유소티켓 발행
- 이 사건 노동자는 버스를 3회 갈아타야만 했고, 3교대 근무 C반이면 밤늦은 시각 출근을 해야해서 자신의 승용차로 최단거리의 도로를 이용하는 외에 다른 출근 수단이나 경로없음
- 이 노동자 차량이용한 카플이용자는 같은 근무조, 사고 당시 사망한 동료와는 계속 같이 출퇴근
- 이 노동자는 카풀에 참여, 유류대를 보조받고있어, 출퇴근 방법바꾸는 것 허용되지 않음
- 카풀 동료직원들과 같은 근무조에 편성되어 출,퇴근시�경로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없음
- 카풀 동료 근로자의 거주지, 3교대제에 따라 정해진 시간과 경로로 8년여간 출,퇴근�반복
- 사고 당일에도 22:00부터 하는 야간근무 위해 평소와 같은 시각에 출근 중
4. 서울행정법원 판단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 있는 통근과 관련하여 통근 중 사고 가운데 사용자가 제공한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한 근로자의 교통사고는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 있는 경우로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데 반해 불안전하고 불편한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통근하는 근로자의 교통사고는 그렇지 않은 경우로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
- 산업재해보상제도 사회보장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일정한 범위의 통근재해를 산업재해의 하나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 근로자의 통근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경우 그 보호범위가 문제될 수 있는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35조 제4항 제1호는 예시규정으로 볼 수 있고, 제2호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의 취지에 어긋나므로,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제14조와의 법체계, 공무원과 일반 근로자의 형평 등을 고려하여 적어도 근로자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하여 통근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
- 사고 당일에 야간근무를 위해 평소와 같은 시각에 이 노동자가 이용하는 주거와 회사간 최단거리 출,퇴근�경로를 따라 출근을 하던 길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이 사건 재해를 입었으므로,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한 통근재해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2) 출,퇴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 기존의 판례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재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승용차는 평상시에는 그 사용, 관리권이 노동자에게 귀속되어 있으나, 이 노동자가 자신의 승용차를 동료직원들의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것은 공장 직원들의 출,퇴근�편의를 위해 시행한 카풀권장책에 호응하기 위한 것이고, 유류대도 지원했고, 같은 근무조 편성하여 근로조건도 연계
- 이 노동자는 카풀제도에 따라 카풀에 참여하는 근로자와 같은 근무조에 편성됨으로써 매일 정해진 시간과 경로를 따라 동료 근로자들을 출,퇴근하게 했기 때문에 마음대로 그 출,퇴근시에는�경로를 선택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 노동자 승용차는 적어도 출,퇴근시에는 사업주에 의하여 근로자들의 출,퇴근시 제공된 차량에 준하는 교통수단으로서 출,퇴근시 승용차에 대한 사용, 관리권은 이 노동자에게 전속된 것이 아니라 사업주인 회사에 속해 있었으므로, 이 노동자의 출,퇴근은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 있었다고 볼 수있어 출근과정에서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입은 부상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5. 의견
출퇴근 재해, 통근재해에 대해 산재법상 시행규칙 제35조 제4항을 들어 대부분 불승인처분되어 왔다.
이번 판결에서는 시행규칙 제35조 4항을 경직되이 해석하지도 않앗고, 오히려 4항 2호(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에 대한 관리, 이용권이 근로자측에 전담되어 있지 아니할것)산재법 제4조 제1호(업무상 재해 규정)취지에 어긋난다고 보았다.
이에 공무원의 공무상 재해와의 형평까지 고려하여 ‘근로자가 통상적 경로와 방법에 의하여 통근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는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고 한 점은 상당히 의미있다.
또한 이 사건 재해에서 출퇴근, 통근 재해에 대해 ‘교통수단’ 문제가 아니라 ‘출퇴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지 여부’를 판단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점 또한 출퇴근 재해 사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공단에서는 통근중 재해에 대해 비용문제등을 내심 근거로 하여 불승인처분이 되어온 점도 있는데 이것 역시 산재법 취지에 맞지않고, 구상권청구 가능한 점등을 들어 공단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출퇴근 재해는 사업주의 통근정책에 따라 좌우될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출퇴근 시 통상적 경로와 방법에 의하여 출퇴근 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 판결이 출퇴근 재해에 대한 새로운 준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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