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감시, 조합원들만의 별도 라인 배치 등으로 만성 적응장애의 발병은 업무상 재해이다
(2008.3.26 서울행법 2005구단11619)
공인노무사 최영주
1. 경위
최근 아동 성범죄 사건 이후 CCTV가 범죄 예방에 효율적인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CCTV설치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나친 CCTV 설치로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에 걸릴 정도라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하이텍알씨디코리아라는 전자부품 회사의 여성 근로자 13명이 ‘회사의 감시, 통제로 만성 적응장애가 발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 씨 등이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지목한 것은 다름아닌 ‘CCTV‘이고, 회사 측이 임금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겪은 뒤 6대였던 CCTV를 10대로 늘려 생산현장과 옥상 등 곳곳에 설치했으며 이에, 감시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느낀 정 씨 등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불안감, 불면증 등 만성 적응장애를 겪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은 “CCTV에 의한 감시와 통제,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대우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정신질환이 발병한 이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2. 판결 요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원고들의 이 사건 상병은 노동쟁의 행위 과정에서 나타난 사업주와의 갈등 및 노동쟁의 행위가 종료된 이후에 있었던 CCTV 설치 등의 감시와 통제, 별도라인 배치 등 조합원에 대한 차별, 부당 해고와 이에 따른 쟁송 과정(이 부분은 해고된 원고 B, D, E, F, K에게만 해당됨) 등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용자와 대립관계가 되는 쟁의 단계에 들어간 이후의 조합원들의 활동은 회사의 업무라고 볼 수는 없어, 쟁의행위 과정에서 나타난 사업주와의 갈등은 업무과 관련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인정한 쟁의행위 후에 있었던 일련의 행위들, 즉 소외 회사의 위 원고들에 대한 CCTV 설치를 통한 감시와 통제 및 조합원들만의 별도 라인 배치 등을 통한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 등의 수단과 방법, 그 기간, 그에 대한 조합원들의 이의 과정, 해고된 위 5명의 원고들의 구제신청 및 행정소송 과정 및 부당해고구제 이유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쟁의 행위 종료 후에 있었던 소외 회사의 일련의 행위들로 인하여 위 원고들이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바, 이와 같이 질병의 발생원인 중 일부가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노동쟁의 행위 중에 일어났더라도 노동쟁의 행위가 종료된 이후에 받은 업무상의 스트레스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러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하였다면, 이사건 상병은 위 원고들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함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CCTV 설치와 관련하여, 원고 D의 경우 노조전임자이기 때문에 감시받은 일이 없었고 나머지 징계해고된 원고 중 4명도 해당이 없다고 주장하나, 설령 피고 주장과 같이 원고 D이 노조위원장으로서 직접 CCTV 설치에 따른 감시 대상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조합원들이 CCTV 설치로 인하여 고통을 받았다면 조합장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징계해고된 원고 중 4명은 징계해고가 된 2003. 2. 4.까지는 CCTV 설치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또, 별도라인 배치와 관련하여, 그것이 조합과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위 원고들의 스트레스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별도라인 배치가 조합과 합의하에 이루어졌다고 하여 배치된 조합원들의 스트레스가 없어진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피고는 다음으로, 해고와 이에 따른 쟁송과 관련하여, 위 쟁송은 노동쟁의 등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부당한 징계에 대응하여 쟁송을 하는 행위는 근로자의 법적 지위 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것으로서 근로자들인 위 원고들의 업무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이 위 원고들의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위 원고들의 요양신청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들은 부적법하다.”
3. 판결의 의미
하이텍알씨디 코리아노조(지회)는 2002년부터 회사 측과의 임금 교섭이 결렬되자 단식투쟁과 부분파업 등 쟁의행위를 벌이며 회사와 심한 갈등을 빚어왔던 회사이다. 직장폐쇄, 고소고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2003년 노조위원장등 노조간부 해고, 노동위원회 복직명령 거부하고 회사가 법원에 소송제기, 행정법원도 부당해고 인정, 그 과정에 CCTV설치 및 조합원만 라인별도 설치, 조합원 차별등이 회사측이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모든 행위를 해온 곳이다. 이에 노조원 13명이 감시와 통제로 인한 우울증으로 적응장애 발생하게 되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냈지만 불승인되어,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었다.
2003년에도 청구성심병원 노조원들이 병원측의 용역직원 동원한 식칼테러와 오물투척 등 노조탄압에 시달리다가 노동자 8명이 ‘우울과 불안을 동반한 적응장애’를 이유로 집단 산재를 인정받은 적이 있고, 그 중 1명은 올해 3월 또다시 자살을 기도하게되어 인권단체가 진상조사에 나서기도 하였다. 병원측에서 계속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따돌림 등 전근대적 노무관리를 하게 되면서 참지못한 여성노동자가 자살시도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조활동을 탄압하기 위하여 지나친 감시와 통제, 직장내 따돌림 등은 노조활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질병으로 이어지거나 심하게는 자살기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나, 이렇게 업무와 인과관계 있는 상병으로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서글픈 현실이다. 특히 이와 같은 인간의 극한상태까지 가는 상황은 아무래도 비정규직 노조 혹은 매우 소규모 노조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도 안타깝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 부당한 징계에 대응하여 쟁송을 하는 행위는 근로자의 법적 지위 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것으로서 근로자들인 위 원고들의 업무에 포함된다’며 이런 쟁송이 노동자들의 업무상 스트레스 범위에 해당한다고 밝힌 부분도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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