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종 선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부장
2007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누구나 새해엔 한가지쯤 스스로에 대한 약속과 다짐을 하곤 합니다. ‘담배,술을 끊겠다, 운동을 하겠다, 등산을 하겠다, 돈을 많이 벌겠다,....’ 소망하는 바는 각자 약간씩 구체적으로 다를 지라도 건강한 생활을 위한, 지금과는 다른 삶을 위한 꿈을 꾸고 그려봅니다. 여러분께서는 새해 마음가짐을 실천으로 이어오고 계시는지요. 작심 삼일, 삼십일이 아닌 작심 삼백육십오일이었음 합니다.
새해소망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바라는 것 중의 하나는 ‘건강’일 것입니다. 새해인사 중 가장 많이 하고 또 받게 되는 말이 ‘올해도 건강하십시오’ 일 것입니다. 다시금 건강에 대하여,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에 대하여,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자 건강권의 악화
- 년간 2,400시간에 달하는 노동시간은 세계 1위로 최장시간의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이 땅 노동자들의 현주소입니다. 이는 하루 8명씩 년간 3,000여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추정한 각국의 산재사고사망 노동자수 비교를 보더라도 한국은 10만명당 10명꼴로 선진국의 3배 수준입니다.
- 안전보건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사내하청을 비롯한 비정규직노동자, 이주노동자,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의 건강권 실태는 갈수록 훨씬 열악한 상태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전체 산재발생건수도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또한 계약해지와 징계, 해고의 위협 속에서 미조직 ·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자신의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강화되는 노동강도와 자본의 현장통제와 관리방식, 직무스트레스는 다수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건강과 목숨은 노동강도와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근골격계 · 뇌심혈관계 직업병으로부터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몇해전부터 골병을 해결하라고 외쳐 보았습니다. 나만 아픈 게 아니라고, 우리 사업장만 골병들어 있는 게 아니라고, 이러다간 다 쓰러진다고, 현장을 바꾸자고, 노동의 조건과 환경을 변화시키자고 주장하며 대책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무엇이었습니까? 2002년부터 2년여에 걸쳐 강력하게 전개된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전면적인 대책활동과 건강권 쟁취 투쟁에 당황한 사업주들은 처음엔 ‘일하다가 골병드는 건 당연하지, 근골격계가 무슨놈의 직업병이냐, 우리 사업장엔 근골격계 같은 건 없다’ 라고 하면서 탄압하더니만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자 ‘질병의 문제를 왜 다른 것과 연결시키려 하느냐, 치료받게 해 줄테니 그 이상 바라지 마라, 체력단련실 만들어줄테니 운동이나 열심히 해라, 왜 우리 사업장 문제를 밖에 나가서 떠드느냐,...’ 등등 본질을 비껴가는 술책을 부렸습니다.
-노동자의 건강과 목숨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거꾸로 입니다. 보수언론을 등에 업고서 ‘산재노동자의 도덕적 해이’ 운운하며 각종 직업병으로, 사고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른 한축으로는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을 앞세워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는 법과 안전보건 제도의 후퇴와 개악을 밀어 부쳐왔습니다. 자본의 무한한 돈벌이를 보장해 주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근골격계 인정기준 처리지침’ ‘근로복지공단 업무관리규정’ ‘집단민원 대응지침’ 등 3대 독소조항을 제도화하며 사업주들의 요구에 화답하였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2005년부터 추진해 오던 산재보험법 개악을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하여 올해 초 국회처리를 예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현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 건강권의 현실을 제대로 알기나 하는 것인지 분통이 터질 일입니다. 아니 어쩌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노동자를 돈벌어주는 기계쯤으로 여기는 그릇된 생각의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쓰다 망가지면 폐기처분하겠다는 가진 자들의 파렴치함은 반노동자적인 정부 정책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하고 싶다!!” 는 오래 전부터 우리 모두의 소박한 바램이자 절실한 요구였습니다. 그 바램과 요구, 외침이 묵살당하는 현실 앞에 우리는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절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건강과 목숨의 소중함을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산별노조 시대는 모두에게 희망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정체를 반복할 것인가?
많은 이들이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의 위기를 진단하면서 그 조직적 대안으로 산별노조를 말하여 왔습니다. 금속은 지난해 6월말 자동차 완성4사를 포함하여 대거 금속노조로의 조직형태변경이 이뤄지면서 15만 산별시대로 진입하였습니다. 미조직 비정규노동자와 연대하고,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를 포함하여 전체 노동자들의 삶의 가치를 지향하는, 근본적인 변혁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길은 우리 모두의 남겨진 과제이자 몫이 될 것입니다.
산별시대의 노동안전보건 운동과 건강권 투쟁 역시도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합니다.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서 최소한의 권리조차도 보장받고 있지 못한 소외된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에 대하여 사업과 투쟁을 확대하고 집중시켜 나가야 합니다. 노동자를 포함한 그 가족, 나아가 지역민들의 건강과 삶, 환경과 공공보건의 문제까지도 산별노조는 관심을 갖고 자기역할을 찾아 노동자적 대안을 찾아 구상하고 실천해 나아가야 합니다. 또한 안전보건 체계와 역량을 더욱 튼실히 하는 가운데 사회적 문제제기와 저항을 아래로부터 폭넓게 만들어 나아가야 합니다. 산별노조가 단결과 연대를 실현해 가는 조직적 무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우리 모두의 지혜와 결단, 행동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입니다.
작은 것부터 스스로 또 같이 목소리를 내고, 실천하는 2007년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갑시다. 건강하게 노동하기 위하여,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하여, 진정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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