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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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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노동부 업무를 지방 정부로 이양하고자 하는 의도와 문제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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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최근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서는 중앙 정부의 노동관련 업무 중 상당수에 대하여 지방정부로 그 업무를 이양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추진해 나갔다. 처음에는 12개 기능 69개 단위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갑자기 19개 기능 126개 사무로 지방이양을 하겠다고 하여 대폭 확대시켜, 노동관련 업무의 상당수를 중앙정부의 권한이 아닌 지방정부의 권한으로 이양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정부가 노동관련 사무 중 상당수를 지방정부로 이양하고자 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사실상 중앙정부의 업무를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방자치제도 도입은 필연적으로 중앙정부의 권한과 지방정부의 권한이 충돌하게 되므로 중앙권력 중 일부를 지방권력에 이양하는 일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지방자치제도 자체가 역사적으로는 과도한 중앙권력에 대한 저항적 산물로서 지방분권이라는 성격이 있고, 국가 권력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이념 실현 및 정국 안정화 도모와 지역실정에 맞는 행정 실현 및 지역 안의 종합 행정 등을 실현하여 구체적인 국가권력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이라는 목적에 비추어볼 때 중앙정부의 기능의 상당수는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는 것이다. 지방이양문제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과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위해 이양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다수의 중앙정부 기능을 지자체로 이양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중앙 對 지방의 국가사무 배분 비율이 71:29로 아직까지 낮은 수준에 놓여 있다.
2. 노동 관련 지방이양의 내용과 의도
- 이번에 노동관련업무를 지방정부로 이관하겠다고 하는 내용은 크게 보면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노사관계 및 안전보건 관련한 내용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노동자의 근로환경, 복지등은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고, 국가 정책 사업으로 수행하는 현실에서 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인데, 이것을 지방정부로 이양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상 사무의 대부분이 인허가 관리감독 및 처벌규정들로서 사실상 중앙정부의 총체적인 규율이 필요한 것들로서, 이러한 사무는 일률적 통일성 없이는 제대로 처리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다시말하면 이러한 기능은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생명권이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관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 및 처벌규정들을 지방정부로 이양하고자 하는 것은 자본의 끊임없는 규제완화 요구를 수용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현재 정권은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던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면서 현지성이 강한 사무는 주민을 직접 상대하고 주민과 가까이 있는 지자체가 수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밝혀왔다. 외형적으로 보면 중앙정부의 사무 중 많은 업무가 지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면 타당한 듯 보인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각 지방정부의 수는 노동부 지방청의 수보다 많다는 점과 인허가 관리감독 처벌 규정 역시 쉽게 현지의 사정에 맞춰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행정기능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지역발전이라는 과제를 앞세워 기업살리기에 매달리고 있어 노동관련 업무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현안과 관련된 기능과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려하고 있다.
3. 무엇이 문제인가?
국가의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있으며 국민은 건강하게 생활할 권리가 있다.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와 건강하게 노동할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며 이는 국가의 의무이자 그 존재 이유가 된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을 할 때 근로기준 및 노조법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업무의 지방이양문제는 노동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자의 권리와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하여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 및 건강하게 노동할 권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는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국가가 마땅히 수행해야 하는 노동기본권을 지자체에 맡기는 것인데, 이에 대하여 효율성을 위하여 지방정부로 이양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노동기본권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이유가 효율성이라면 과연 그 효율성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목적의 다른 표현이다. 만약 노동기본권을 확장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면 국가의 사무와 지방정부의 사무가 하나의 기준하에 일괄적으로 집행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노동관련 사무의 지방이양이 아니라 노동관련 사무의 지방 사무 확대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삼성백혈병과 발암물질 문제가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 이처럼 사회적으로 확대된 것은 작업현장의 안전보건상의 책임이 사업주에게 지워져 있으며 이를 지도 감독 하는 기관이 노동부이기 때문이다. 또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국가에 대해 삼성에 대해 안전보건상의 규제를 요구하고와 쌍용자동차 부당정리해고 철회를 요구 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유해위험물질 및 노조법 및 근로기준에 대한 규제가 중앙정부인 노동부의 책임에서 벗어나 지자체로 이양되어 버린다면 그 지도 감독의 주체는 지자체가 되는 것이고, 이때 지자체는 행정처분 권한밖에 가진 것이 없어 기본권에 대한 책임을 배제하려 할 것이 너무나 확연하다. 더구나 지자체마다 그 지역의 이익균형을 먼저 고려하기 때문에 처분기준이 달라지게 되고, 그에 따른 처분행위도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중앙정부는 더 이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며, 국가적 책임에 대하여 더 이상 나서지도 않을 것이다. 기껏 국가가 나선다면 중재자의 역할일 것이다. 만약 기업이 삼성백혈병과 쌍용자동차와 같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중앙정부는 책임자가 아닌 중재자로서의 역할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이 더욱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작업을 하거나, 부당한 정리해고를 당하더라도 국가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 특수성에 따라 처리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삼성백혈병문제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과정에서 보인 중앙정부의 태도로 보아 지자체가 자본과 부딪치는 노동관련 업무를 맡았을 때 얼마나 소극적으로 중재할 것인지도 뻔히 예상되는 것이다. 결국 근로기준법 상 정리해고의 기능이 지자체로 이양되는 순간 그 행위는 국가 차원의 노동관련 문제가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의 노동관련 문제로 그 범위가 협소하게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노동자들은 노동관련 현안에 대해 직접적으로 중앙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사실상 사라질 것이고, 지방정부만을 대상으로 하여 노동관련 현안의 해결을 요구할 때 지방정부의 태도는 어려운 현실을 내세울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확연하다. 결국 노동자들의 공통요구는 사라지게 되고 각 지역별로 서로 다른 요구들이 만들어 질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노동자들의 공동의 이해 관계를 단절 시키는 것 뿐만아니라 지역적 대립까지 불러올 수 있다. 정리하여 보면, 이번 지방이양문제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자본과 중앙정부이며, 노동자들은 중앙정부에 대해서 권리 요구 투쟁이 아닌 사실상 청원만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노동자들의 단결력은 훼손되고 자본은 투자유치를 빌미로 지방정부에 대한 규제완화 요구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다.
오늘날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재정 안정화를 위해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각종 규제완화를 먼저 해주고 있으며 기업 사랑이 너무 지나쳐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현실에 비추어 보면, 지자체의 사업주에 대한 지도 감독은 사실상 기대할 수조차 없다. 여기에 더욱 우려스러운 사실은 사업주 봐주기를 댓가로 지자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부정부패가 직접적으로 노동자들의 건강을 더욱 위협하는 결과까지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민선 4기의 230개 기초단체장 중, 임기 중 각종 범죄행위로 기소된 단체장은 전체의 41%인 94명이며,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도 29명이나 되어 이러한 우려가 과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 지자체의 기업사랑이 지나친 현실을 견주어 볼 때 지자체의 사업주 지도 감독은 허술할 수 밖에 없고, 그와 함께 부정부패 그리고 전문성 결여로 인해 나타날 노동현장의 상황은 최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룰 것이다.
4. 마무리 하며..
이번 촉진위원회에서 발표된 노동관련 업무 내용 이양은 일반 행정 사무의 지방이양과는 그 목적을 전혀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기본권에 대한 정앙정부의 책임을 그 개념이 전혀 다른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노동관련 업무의 중요부분을 지방정부로 이전하고, 지방정부는 노동기본권과는 전혀 다른 지역살리기라는 개념으로 노동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반노동자적 목적이 거의 유일한 이유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노동관련 업무의 지방이양에 대한 반대 의견 중 촉진위원회의 일방적 처리 방식을 지적하거나, 아직까지 지자체가 전문성이 부족하므로 시기상조라는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자칫 소모적일 뿐만아니라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게 된다. 우리는 국가의 책무를 회피하는 현 정부에 대해 명백한 입장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 노동기본권의 문제를 국가적인 책무로 보지 않는 현 정부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을 나타내야 한다. 특히 이번 노동관련 업무를 지방이양하는 목적에는 사실상 자본의 노동시장 전략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의도가 숨어 있어 그 본질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향후 노동기본권이라는 개념까지 소멸할 수 있다. 즉,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지자체의 전문성 문제와 소통 부재의 문제를 쟁점으로 삼다보면 전문성 강화와 충분한 토론을 하는 것이 지방이양의 전제조건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국가권력이 노동자의 생존권과 생명권을 포기하는 것에 맞서 우리는 그 사실을 폭로해야 하며, 조직적으로 저항해야 한다. 이미 국가 권력은 2007년 11월 23일 산재법 개악을 하면서 노동건강권을 자본에게 팔아치운 바 있다. 지방이양을 기점으로 우리는 더욱 공세적으로 저항하여 현재 침해당하고 있는 노동권의 문제를 더욱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제대로 파악하여 현장에서 공세적 노동기본권 투쟁을 벌여나가야 할 필요가 강도 높게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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