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시대, 불안정한 일자리, 노동자들은 날카로운 칼날 위에서 힘겨운 노동과 삶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거제, 고성, 통영의 조선 노동자들은 물량 따라 오늘은 대우에서 다음날에는 또 다른 일터에서 똑같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기 시작하면서 전국의 많은 곳에서 인간임을 선언하는 몸부림이 있었습니다. 노동자의 기본 권리인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가차 없이 일자리에서 쫒겨나야 했고, 같은 일터에서 똑같이 일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차별받고 숨죽여 살아야 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목숨 줄을 결정하는 것도 자신이 아닌 타인의 몫이 되어버리는 것을 눈앞에서 보며 꺼이 꺼이 참아야 했습니다.
많은 곳에서 비정규노동자의 권리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함께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온전하게 당사자의 몫으로 당사자의 권리로 자리하지 못하고 기존의 노조운동의 한 켠을 내주는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실천으로 연대하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씨앗을 거제 고성 통영에서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이주라는 갈라치지만, 그것은 저들이 좀 더 많은 이윤을 얻고자 갈라치는 이름일 뿐입니다. 하여 여기에서 시작하는 우리는 정규직, 비정규직, 이주, 남성, 여성 구분없이 모든 노동자의 이름으로 함께 해갈 것입니다.
거제 고성 통영의 총 인구는 44만 여명에 이르고 이중 노동자는 통영 안정공단 거제 옥포국가산업단지, 죽도산업단지, 고성산업단지 및 농공단지로 구성된 대규모 공단으로 공식통계에 따르면 총 8만에 이릅니다. 남해안 조선벨트로 거제, 고성, 통영은 조선 산업을 통해 지역이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가족 중 1-2명은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내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분포도를 보면 경기지역 다음으로 경남지역이 높습니다. 경남지역에서는 김해 다음으로 거제, 통영에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주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국내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20%정도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것을 감안하다면 거제, 통영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훨씬 숫자가 많을 것입니다.
조선업종의 노동조건은 위험하기 그지 없습니다. 원청 사용자의 기성금 후려치기, 하청노동자의 급증 다단계하청과 물량 팀 증가까지 노동조건은 열악해져만 가고 최소한의 안전조치만 갖추어졌어도 살 수 있었던 허망한 죽음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윤만이 중심인 세상에서 하청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은 그저 파리 목숨일 뿐입니다.
전국단위의 노동 재해율을 보더라도 통영지청의 재해율은 전국평균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이 통계 또한 우리의 현실의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다단계하청구조에서는 다쳐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고, 심지어 사망하여도 사업주가 지불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등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수시로 휴 폐업이 일어나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시는 분, 물량팀이라 계약서 작성도 없이 일하다보니 임금을 떼여도 하소연할 때가 없는 분, 년차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 퇴직금을 분할 지급하는 등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였습니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긍긍하며 노동자의 기본권리 조차 박탈당하고 있고, 언제 어떻게 자신의 목숨과 생명을 빼앗길지 모른 채, 죽음의 작업장을 지키고 있는 거제 고성 통영의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우리가 꿈꾸는 희망을 우리 스스로 열어가기 위한 희망의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공간은 거제 고성 통영 노동자들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고, 고된 노동에 지친 몸을 잠시 쉬어도 갈수 있는 쉼터, 오순도순 모여앉아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친구가 갓 잡아온 횟감에 소주한잔 기울이며, 깔깔깔 웃고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자신의 권리를 알아가고, 함께 실천을 통해 권리를 확보하고 서로의 삶을 지지해주고 힘을 돋우어주는 배움의 공간, 실천의 공간, 연대의 공간, 나눔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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