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


		산추련

		[66호]비정규법이 만들어 낸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외주화 저지 투쟁!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부본부장
권미정

3년간의 투쟁, 패배

투쟁의 기간으로 본다면 참 질기게 싸웠다. 해가 3번 바뀌는 동안 우리는 ‘비정규법안’에 맞서 싸웠고 국회로 모여들었다. 투쟁의 수위가 어떠하든 기간제법을 제정하고 파견법을 개악하려는 정권에 맞서 투쟁은 계속되었다. 1998년 파견법이 만들어질 때 우리는 ‘파견근로자 보호등에 관련한 법률’이라는 이름과 달리 그 법이 파견노동자들을 더욱 양산하고 합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얘기는 현실로 드러났다. 다시 우리는 ‘파견법 철폐’를 외쳤다.
2년간 근무하면 정규직화 해야 한다는 파견법의 규정을 피하기 위해 많은 사업장에서는 2년을 주기로 파견업체를 변경하고 파견노동자를 바꿨다. 파견이 불가능한 업종에서는 도급이라는 형식을 빌려 파견노동자를 사용했다. 불법파견이 합법도급처럼 존재했다.

파견법이 만든 현실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안은 ‘파견법 철폐’였지만, 자본과 정권의 대안은 ‘파견법 개정’이었고,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하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 있어서 오히려 권리를 보호받지 못한다면서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을 만들자고 했다.

비정규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새로운 법을 만든다는 건 정규직과 다른 조건의 ‘비정규직’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또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철폐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면 보완하면서 인정되어야 할 것이라는 걸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 사회적 투쟁에서 우리는 밀렸고 2006년 11월 파견법은 적용대상을 확대하면서 개악되었고 기간제법은 새롭게 탄생되었다.

비정규법안의 진실을 폭로한 뉴코아-홈에버 투쟁

자본의 환호로 시작한 2007년. 뉴코아에서는 정규직들에 대한 전환배치가 시작되었다. 현금PDA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나서 정규직 업무에 대한 재배치를 하게 된 것이다. 계산대마다 정해진 인원이 노사합의로 있었음에도 신기술도입이라는 이유로 마구잡이 전환배치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뉴코아노조는 투쟁을 시작했다. 전국 매장을 휴가를 내고 간부 대의원들이 버스로 돌면서 현장투쟁을 시작했다. 사측은 고소고발, 업무방해, 징계로 맞섰다.
매장 앞에 천막을 치고 투쟁의 구심을 마련하면서 비정규직 조직화에 나섰다.
사측은 비정규직을 불러서 계약서를 새로 체결하라고 강요하거나 자기들 마음대로 계약서 내용을 바꿨다. 아예 계약기간이 적혀있지 않은 백지계약서도 작성되었고, 12월로 되어 있는 계약기간이 '사측의 화이트'에 의해 5월로 바뀌어 있었다.
직접채용되어 계산업무에 배치되어 있는 350여명의 비정규직 중 15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정규직의 전환배치와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이 동시에 나타났다.
여기에 사측은 마침표를 찍었고, 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시작했다.
뉴코아사측은 계약서를 바꾼 후 킴스클럽의 계산업무를 외주화하겠다고 발표했고 강제로 용역업체로 옮겨갈 것을 요구했다. 사탕발림도 있었다. 장기간 근무한 비정규직들에게 조장자리를 주겠다고도 했고 뉴코아에서는 비정규직이지만 용역업체로 가면 용역업체 정규직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용역업체로 가면 지금보다 월급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뻔한 거짓말로 자본은 너무도 진지하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압박했다.
노동자들은 투쟁으로 화답했다.
조합원들이 일을 해야 하는 계산대에 어느 날 갑자기 용역업체 직원들이 계산업무를 하겠다고 나타났고 매장은 전쟁터가 되었다. 용역업체 직원들과 용역경비들이 지키고 서 있는 계산대를 중심으로 6월 한 달 간 싸움이 진행되었다.

그 시기 홈에버 비정규직들이 소리 소문없이 내쫓기고 있었다.
이미 외주화되어 있던 노동자들마저 비용을 줄인다는 이유로 홈에버를 떠나야했다.
비정규직들은 불안했고 노조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기독교기업인 이랜드가 인수한다고 할 때 까르푸시절보다 나아질 거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지만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시작한 뉴코아노조와 이랜드일반노조의 투쟁은 이랜드그룹이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로 함께 나아가고 있다. 매장점거, 서울노동청점거, 고공농성으로 이어지는 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힘들지만 조합원들이 버티는 것은 저런 자본에 무릎꿇고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자존감이며, 130여일을 함께 싸워온 동지들을 버리고 혼자 살기 위해 자본에 줄 서지 않겠다는 의리이며, 여기서 쓰러지면 노조를 지키지도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며, 이랜드 자본에게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런 조합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같이 일했던 직원들이 어느 날 구사대가 되어 하얀 티에 청바지를 입고 나와 물병을 던지고 달걀을 던지는 모습. 점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정말 조합원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도끼를 휘두르고 각목과 의자를 집어던지는 모습.
전경들의 날선 방패가 눈앞에서 휙휙거릴 때, 경찰들의 물대포가 우리의 맨몸을 향해 퍼부을 때.
용역깡패들이 죽여버린다고 주먹을 휘두르고 소화기를 뿌려댈 때...
분노와 공포는 함께 나타났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조합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생계문제와 동지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파업투쟁을 한 지 4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약속한 투쟁지원금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데 투쟁시간 때문에 맘대로 안되니까 조합원들은 집회시간을 정해달라고도 말한다. 나머지 시간에 아르바이트라도 하겠다고...
차비조차 없어서 집회를 나오지 못하고, 돈을 내지 못해서 핸드폰 끊어지고 물이 끊어지는 일도 다반사도, 쌀은 없고 달랑 라면 두 개 밖에 없어서 그걸로 이틀을 떼운 조합원들도 있다.
암투병하는 남편 병간호를 하면서도 점거투쟁에 들어가야 했던 조합원도 있었다.
생계의 어려움은 투쟁대오에서의 이탈을 가져오고 있고, 투쟁대오에서의 이탈은 또 다른 조합원들의 기운을 뺏고 있다. 배신감과 허탈함이다.

이 모든 걸 뉴코아노조,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은 버티고 나가고 있다.

자본의 외주화에 맞선 물러날 수 없는 싸움

뉴코아-이랜드투쟁이 벌어진 이후 많은 자본이 외주화 계획을 미뤘다고 한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으니 자신들은 그렇게 문제 기업으로 찍혀서 지탄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고, 노동자들의 반발도 두렵기 때문이다.
자본은 인력운영의 탄력성을 말하면서 외주화를 시도한다. 기간제도, 파견도 어떤 식으로든 원청업체와 연관관계가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책임을 묻게 된다. 그러나 외주화나 도급은 원청업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으면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자본의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는, 그래서 언제든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인력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해주기 때문이다.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싸움은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이다. 정규직의 전환배치, 비정규직의 용역전환은 대상에 따라 구조조정의 양상이 다를 뿐 '업무의 외주화'로 귀결되는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업무의 외주화를 통한 인력 유연성 확보라는 자본의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움직임에 맞선 투쟁이다. 그래서 우리는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싸움을 이랜드 그룹에 맞선 단위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이 투쟁을 통해 자본이 비정규법을 활용하여 인력 유연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에 정면으로 맞선 전선을 쳐야 한다. 시민들의 호응도 어느 투쟁보다 높고, 연대대오의 결합도 어느 투쟁보다 많은 사회적 지지를 받는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측면이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의 의미가 부각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다가오는 대선공간에서도 이 투쟁에 좀 더 다양한 방식의 연대활동이 이뤄지길 바란다.

투쟁 의미를 살리고, 투쟁 대상을 명확히 하면서 연대할 때, 뉴코아노조-이랜드일반노조의 투쟁을 통해 우리는 비정규투쟁의 한 단계를 넘어서는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