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산재노동자 2명이 투신 자살을 했다. 2001년 2월 산재노동자 최재일씨가, 3월에는 최신호씨가 그랬다. 이들은 재해 이전에는 매우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분들이었으나 재해 발생 후 요양과정 중에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이 추가로 발생하여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자살이 아니었다.
2월 3일 자살한 최재일 씨의 경우 남동 공단 대동스틸이라는 회사에서 작업 중 발목을 다쳐 산재 요양을 시작하였는데, 담당 의사에 따르면 경제적인 문제와 앞으로의 작업복귀 등의 문제로 괴로워하면서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고, 이로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경우였다.
3월 6일 자살한 최신호 씨의 경우 94년 5월 경진정밀에서 일하던 중 추락사고로 재해를 당하여 여러 병원을 거쳐 현재의 인천 중앙병원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유가족에 따르면 이 분의 경우 대전중앙병원에서 요양 받을 당시부터 정신질환이 합병하여 치료를 받았는데, 주소지가 수원이라는 관계로 정신과 치료가 되지 않는 인천 중앙병원에서 요양을 하던 중, 증가하는 경제적 부담과 이로부터 강박증세가 심각해져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는 이 두 번의 사건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산재 노동자들의 자살 중의 단지 일부일 것으로생각한다. 왜냐하면 1999년 이상관 노동자의 자살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산재를 당한 노동자가 자살외에 살아갈 수단을 이 사회는 전혀 제공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산재를 당한 노동자는 산재를 인정받는 것 자체가 가장 어려운 투쟁이 되곤 하며, 더군다나 휴업급여로 받는 몇 푼 안 되는 돈을 요양에 필요한 본인부담금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가정이 해체되고 살아갈 길이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산재요양이 끝난다고 하여도 직장으로 복귀한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미쳐버리지 않고 살아갈 재간이 있는 노동자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최신호씨의 경우에도 120만원의 휴업급여 중 80만원을 한방 치료비로 부담해야 했다는 사실에서 그 노동자가 재해로 육신의 건강함을 잃는 그 순간 살아갈 모든 수단을 이 사회가 뺏어 버렸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건강하던 육신이 다리가 잘리고 팔이 잘리고 하지가 마비되는 상황, 그 자체가 정신의 건강을 상실케 하는 가장 커다란 충격이 되며, 여기에 덧붙여 요양 중의 막대한 경제적 부담, 그리고 영원히 직장에 복귀할 수 없는 우리의 구조적 현실이 어떤 산재 노동자도 자살하지 않고는 이 사회에서 살아 갈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이상관 공대위에서 산재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1999)에 의하면 산재 노동자들은 일반노동자나 교통사고 환자들에 비하여 삶의 질이 낮다고 느끼고 있으며, 자살에 대한 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무복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결혼을 한, 작업경력이 오래된 노동자일수록 그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요양을 담당해 온 산재의료원과 근로복지공단을 강력히 규탄한다. 산재의료원은 환자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그 자신의 일차적 소임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명 꼴로 환자가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근로복지 공단은 요양관리비를 줄이기 위하여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산재 인정을 기피하여 왔으며, 이 과정 자체가 산재 노동자의 고통을 이중 삼중 강화시키고 정신적 건강을 해치게 하는 범죄행위였다. 따라서 산재의료원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아닌 공단 자신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은 김대중 정부가 산재보상보험 운영에 있어 반노동자적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이다.
산재노동자의 자살 뒤에는 김대중 정권의 획책해 온 조직적 범죄 행위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모든 책임은 김대중 정부가 져야 한다.
우리는 당당히 요구한다. 1. 모든 산재노동자에게 추가 상병 인정 과정없이 정신 요양 서비스를 전면 보장하라 2. 산재보험의 본인 부담금을 완전 철폐하라 3. 산재인정 심의과정에서 자문의 제도를 철폐하라 4. 모든 산재노동자에게 직업재활의 기회를 높이고 평생 고용을 보장하라 5. 산재의료원 인천 중앙병원장을 즉각 구속 수사하고 근로복지공 단 이사장을 즉각 해임하라 6.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산재보상보험법과 요양관리제도를 전면 개정하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