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수출자유지역의 기억이 되살아 난다
- 경제자유구역법 국회 통과 -
11월 5일 민주노총 총파업이 진행되었다. 근로기준법 개악반대, 경제특구법 반대, 공무원 노조 인정 이라는 요구를 걸고 총파업을 진행했다.
결국 이 파업으로 인해 근로기준법 개악이 유보되고 7일 경제특구법을 의결하려고 했으나 부담을 느낀 정치권은 14일로 미루었다. 총파업의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기어이 11월 14일 전태일 열사의 분신이 있은 그날 ‘경제 자유 구역 법’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되었다.
노동사회시민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정치권이 통과시키려고 하는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 ‘경제 자유 구역 법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 사실상 국내 모든 기업에 해당되며, 전지역을 경제자유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전체 주식의 10%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한 기업과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원자재 또는 제품을 납품하거나 구매하는 계약, 혹은 기술의 제공·도입 또는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은 기업은 모두 외자기업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미 국내 상장 기업 주식의 35%이상이 외국인 소유로 넘어간 상태임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기업이 이 법안에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인정받게 되어 국내기업이 외국인투자기업이라는 간판만 달고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여 노동착취, 조세회피, 환경세 감면 등의 특혜를 누릴 것이다.
정치권은 국제공항과 국제항만으로 지정기준을 강화하여 해당지역을 제한하였다고 하였지만, 그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국제공항과 국제항만은 대부분 주요도시를 다 포괄하고 있으며, 또한 국제공항과 국제항만이 포괄하는 지역의 범위가 불분명하여 항만지역, 인근지역, 연계지역 등이 언급되어 경제자유구역의 확대는 무한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 결국 재경부장관의 판단에 따라서 어느 지역이든지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 노동자의 기본권리를 침해하며 헌법을 초월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구역 내 노동자와 타 지역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다르게 함으로써 노동기본권을 부정하고 있으며,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법안을 살펴보면 외자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의 월차휴가 폐지와 주휴·생리휴가 무급화가 포함되어 남성노동자들의 경우 무려 18%의 임금삭감을 초래하며,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생리휴가마저 무급화 되어 20% 이상의 임금삭감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파견제 확대를 허용하고 있으며, 단체 행동권을 제약하고 있어 이는 경제자유구역안에서의 노동조합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고령자 의무 고용을 회피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 교육, 의료의 공공성을 해치며 환경을 파괴한다. 교육과 의료의 시장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외국학교법인이 경제자유구역내에 초중등 및 대학(원)의 설립을 허용하고 있고, 내국인의 입학마저 허용됨으로써 사실상 내국인을 상대로 하는 상업교육기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 결국 우리 나라 공교육을 더욱더 악화시키며 교육의 시장화를 증폭시킬 것이다.
또한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에서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에 의한 요양기관으로 간주되지 않고 있어 완전 상업의료체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될 개연성이 높으며,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운영한다지만 우리나라 의료관행을 볼 때 고소득 내국인의 의료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기업이 개발사업을 시행할 경우 개발사업실시계획을 작성하여 재경부장관의 승인을 얻는 것으로 모든 인허가를 생략해 주고 있어, 주요 환경 관련 법안이 무력화되며, 모든 각종 세금이 면제된다. ■ 외국의 사례 이러한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에서도 문제가 되어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의 자유무역지대인 마낄라도라의 경우, 자본가에게는 마낄라도라가 ‘기업의 천국’으로 불려지고 있으나, 국제 노동계에서는 환경규제가 전무하고, 노동기준이 매우 열악해 극한의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투자협정·WTO국민행동에 따르면 이 지역 노동자는 대부분 여성인데 하루 1달러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으로 연명하고 있으며,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은 사실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마낄라도라에서는 법에 명시된 안전시설 확충, 임금인상, 노조결성권을 요구해 작업을 거부한 노동자를 해고하고 구사대를 투입해도 주정부는 이를 묵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환경문제 역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멕시코에 진출한 제너럴모터즈, 스테판케미컬, 에이티앤티(AT&T) 등 미국기업들은 식수로 쓰는 강물에 형형색색의 유독물질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 탓에 경제자유구역법이 국회를 통과한 11월14일께 국제자유노련(ICFTU)은 한국정부에 서한을 보내 “경제특구법이 한국 노동자의 국내법상 권리를 침해하고 노동조건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특별경제구역과 수출자유지역에서 많은 문제와 권리침해를 야기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이들 특별구역에서도 국내 노동법이 철저히 존중돼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미 마산수출자유지역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폐해들을 알 수 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이 불을 붙을 때 마산수출자유지역 노동자들의 투쟁이 거세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이라도 지키려는 노동자들에게 외자 기업과 정권이 한 짓이라곤 자본철수의 위협과 무지막지한 탄압이었다.
현재에도 최소한의 노동권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곳이 바로 마산수출자유지역인 것이다. 현재 이 지역의 노동자들은 아파도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있으며, 최소한의 노동권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제 이 경제자유구역에서 노동을 하게 될 노동자들은 30년전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지금 외쳐야 될 기막힌 상황에까지 와 있다. 아니 이건 시작에 불과한지 모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