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


		산추련

		[63호] 내가 생각하는 노동운동의 혁신

변해보자고.

카스코 지회 심소보

이제는 정부와 자본이 아무리 노동자들을 못살게 하더라도, 지도부가 싸우려고 해도, 조직이 되지 않아서 투쟁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준비된 싸움을 통해서 승리하는 투쟁을 하자고 하던 민주노총지도부들은 아직도 준비되지 못한 것 같다.
민주노총이 총 파업을 선언해도 지침을 받아서 투쟁하는 곳은 금속 노동자 일부와 기타 아주 일부분만이 참여한 투쟁이 되었다.
그래서 인지 정부나 자본은 민주노총이나 노동조합을 아주 우습게보고 제 멋대로 하고 있다.
우리가 정부나 자본의 거센 피바람을 막고자 했던 것들 중에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노동조합 단협을 보면 유지, 발전이라는 문구가 있다.
물론 사문서로 변해버린 곳이 너무나 많지만은 이전에는 이 문구하나를 따고 지키기 위해 얼마나 투쟁을 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현장조직을 복원하고, 간부들의 역량을 키우지 않고 방치한 결과가 지금에서는 회생 할 수 없는 투쟁조직 상태로 까지 왔다.
이제 와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새로 조직을 복원해보자 하는 의견들이 있다니 반갑기는 한데 과연 자신들의 썩은 살을 돌려내고 새살이 돋아나도록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옛말에 물이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고 한다.
현장에서도 더 이상 새로운 사람들이 없다. 들어왔어야 할 사람들은 모두 비정규직이고 도급이나 하도급에서 일을 하고 있다.
오래전에 한둘씩 인정한 비정규직이 지금에 와서는 60%가 넘는 결과로 만든 것이다.
지금도 이야기한다. 모두들 개별화가 되었다고 동료도 없고 친구도 없고 단지 기계 따라 도는 시간만 길어지면 내 가정이 지켜진다고. 점점 더 수렁에 빠진다는 사실을 잊은 채 말이다. 이런 사태의 문제나 해결책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모두들 개인 욕심을 버리고 모두를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이전에 우리 노동자들이 정부나 자본으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고 일했는지.
우리가 왜 노동조합을 만들었는지.
우리가 왜 마창노련을 만들었는지.
우리가 왜 전노협을 만들었는지.
우리가 왜 민주노총을 만들었는지.
아는 지도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니면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이지.
현장에서도 그때 우리가 왜 그렇게 모질게 싸웠는지 잊어버린 것 같다.

이제 변해야 된다고. 투쟁 할 조직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처음 가졌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내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제로 생각하고, 나를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전체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다가 아니라 동지가 우리 지도자가 되어달라고 한마음으로 밀었다.
그래서 힘도 있었고 대중이 따랐다.
그때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내가 아니라 우리 함께 라는 것을................

노동운동이 뿌리치고 극복해야 할 것들

마창 지역금속지회 사무장 이김춘택

노동운동의 위기와, 혁신이 이야기되어 온 것도 꽤 오래되었다. 특히 지금과 같이 굵직굵직한 선거가 연이어 있는 시기에는 더더욱 ‘혁신’의 목소리가 높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주어진 일상의 투쟁에 파묻혀 살다보면, 조합원 몇 명 되지 않는 중소사업장에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해 싸움질을 하다 보면, 내 자신의 활동 속에서 ‘혁신’이란 말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내가 있는 현장을, 지역을 혁신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또한 떠오르는 생각들도 이미 많이 이야기되어온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민주노총의 분열은 작년 말 총파업 투쟁에 대한 평가에서,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임원선거를 통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한 분열이 민주노총에 커다란 상처를 입히는 방식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선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나는 ‘사회적 교섭’ 혹은 ‘사회적 합의주의’가 현재의 노동운동이 뿌리치고 극복해야할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노동운동이 힘든 상황인 것은 힘과 실력에서 자본에 밀리고 있어서이기 때문이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그 위축된 힘과 실력마저 자본에 포섭되어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사회적 합의주의의 손길을 뿌리지지 못하는 한, 우리는 우리가 가진 힘과 능력으로 지킬 수 있는 것들마저도 다 내어주게 되거나 힘 관계의 역전을 이루어낼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

‘관료주의’란 말이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그 뜻을 명확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관료주의의 뜻이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관료주의가 생겨나는지는 명확히 얘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는 분명히 알 것 같다. 관료주의는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의지 또는 그 가능성을 왜곡하거나 가로막는다. 비정규직 투쟁을 봐도 그렇다. 사실 대부분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현실과 그 투쟁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비정규직 투쟁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발생할 경우에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은 원칙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연대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연대투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마음과 가능성은 제대로 된 연대투쟁으로 현실화되지 못하는데, 그 가능성과 현실성 사이에 관료주의가 존재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작년 말 진행된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나는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비정규직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을 막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면서도, 그 중요성을 조합원들에게 누누이 이야기해왔으면서도, 주 1회 파업투쟁이 집중되는 수요일만 그것도 조합원을 반반씩 나누어 번갈아 참가하는 일종의 편법을 썼다. 그러다보니 누가 무엇을 잘못했네 따지고 들기엔 자격 미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 이면에는 현실적 타협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화가 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특히 ‘9.11 야합’이라고 말하며 목소리 높여 비난했던 한국노총에게까지 찾아가 아쉬운 소리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민주노총이 그리고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물론 우리의 힘이 부족하고 투쟁이 미약해 비정규직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이 통과된 것이지만, 작년 말 파업투쟁이 그렇게 맥빠진 모습으로 흐지부지 끝나게 된 것은 이와 같은 분통터지고 부끄러운 모습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산추련 소식지가 노동운동의 혁신에 대한 기획을 한 이유를 모르지는 않지만, 사실 이런 거창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것은 좀 버거운 일이다. 회사의 탄압으로 조합원은 달랑 3명 남았고, 해고에, 잔업 특근 통제에, 고소에, 손해배상 청구에, 가압류에, 그동안 함께 일하던 동료들의 왕따에...... ‘노동조합’을 선택한 이후 닥쳐온 이 모든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오늘도 컨네이너에서 추운 겨울밤을 보내고 있는 새내기 조합원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있어 승리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노동운동의 ‘혁신’이 아닐까?

버려야 할 것, 다시 찾아야 할 것

문상환(금속노조 경남지부 교육선전부장)

누구나 노동운동의 위기를 말합니다. 그리고 저마다 처방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  처방에는 맞는 것도 있을 것이고, 동떨어진 내용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현재 지역 대중조직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바라본 저 나름의 문제와 그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허위의식’을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지역의 노동조합 대부분은 87년 대투쟁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가장 강력한 구호는 ‘배고파서 못살겠다’ ‘인간답게 살아보자’였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습니다. 89년 당시 20%에 육박하던 조직율은 10%로 떨어졌습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 정규직, 남성중심’의 노동조합 운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사이 변한 것이 있었습니다. 87년 당시만 하더라도 노동자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많지는 않지만 ‘잃을 것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연대의식의 소멸’로 나타납니다.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하는 파업과 하반기에 진행되는 파업투쟁의 참여정도가 눈에 띄게 다르게 드러납니다. ‘정치파업’이라는 이름을 달고, 하반기로 갈수록 파업 참여율은 떨어집니다. 바로 성과급이 우리 목줄을 죄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업을 하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을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수준(?)을 유지하고자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간부들은 조합원들이 가지는 의식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한 체 투쟁을 멈칫거리게 됩니다. 그 과정에 전체 노동자의 연대는 점점 엷어져 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업이 안되는 이유를 알고 있으면서 극복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애써 외면하거나 모른체 해 버립니다. 그리고 그것이 점점 만성화되어 갑니다.
조합원들 중 많은 수가 ‘노동자’로서의 의식이 아니라 ‘중산층’으로의 의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공장 울타리를 벗어나면 노동자의식은 사라집니다.) 이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일상적인 교육과 실천의 부재로 인해 단위사업장으로 가면 노동조합 간부 할 사람이 없어서 절절매고 있는데, 중앙과 지역단위는 서로가 대장을 하겠다고 박터지게 싸우고 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바뀌더라도 변하는 것은 없다’는 말이 많은 활동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일면에 지나지 않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우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노동자의식이 아닌 ‘허위의식’에 지배당해 있고, 간부들은 이러한 조합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투쟁을 만들기보다는, ‘조합원과 함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시켜 나갑니다. 그 사이 회사는 현장에서 이데올로기를 장악해버립니다. “‘일류회사’에 다니는 당신은 선택받은 사람이다.”

노동조합이 힘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이제 그것을 극복해나가야 합니다. 조합원부터 간부들까지 다시 교육을 조직하고, 실천을 통한 연대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교육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임단협교육’보다 ‘노동자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교육’이 진행되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조합원에게 새로운 교육을 요구하려면 간부 스스로가 학습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스스로 학습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으면서 ‘내탓’만을 할 수 없겠지요.
이런 풍토를 만들어가야 조금이라도 변화를 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의식의 혁신과 쌍방향 사업

김 정 호 / 사) 미래를 준비하는 노동사회교육원 소장

“한국의 노사관계 역시 매우 불균형합니다. 노사간 불균형으로 인해 노동운동이 투쟁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죠. 하지만 노동계급 속에서 이 불균형한 구조를 낳은 사회체제, 구조에 대한 학습이 태부족합니다. 일면으로 투쟁성이 강조되지만 투쟁의 추진 동력은 따라붙지 못하는데서 오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실은 노사간 불균형이 엄청나지만 그런 구조를 낳은 현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학습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이것이 결국 대중성 확보를 못하고 고립되는 것이고요.”
홍세화 선생이 레디앙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나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절실히 갖고 있다. 자본의 지배력은 사업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일상생활과 소비, 문화 등 전방위로 침투하고 있다. 그 결과 노조간부와 열성 조합원들조차 경륜과 주식 · 부동산 투기, 노래주점 등 개인주의적인 생활양식과 대중 소비문화에 내몰려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누구나 쉽게 ‘신자유주의 반대’를 이야기하지만, 노동자들의 일상을 파고들면 너무도 자본주의적 생활 방식과 가치관에 젖어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 없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로서의 계급적 정체성은 사업장을 벗어나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생각해보자. 우리 사회의 형식적, 절차적 민주화가 신장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약하지만 노동계급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하는 정당도 있다. 군사독재 시절처럼 부정선거가 판치는 것도 아니다. 선거만으로 세상이 바뀌어지진 않겠지만 우리가 뜻을 모으기만 해도 작지 않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현실은 어떤가.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한 자리 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문제점을 감안하더라도 87년 이후 20년에 걸친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생각하면 쉽사리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답은 하나다. 홍세화 선생의 표현을 빌면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이 만연한 까닭이다.
노동운동의 중심이 산별과 비정규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현재 민주노조운동이 포괄하고 있는 조직노동자들의 의식과 활동 관행의 변화가 없이는 공염불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의 혁신을 위해서는 간부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조합원 교육도 지금과 같은 ‘투쟁 방침’ 일변도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사회구조와 노동자로서의 가치관, 세계관을 함양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노조활동이 간부 위주가 아니라 조합원 중심으로 되기 위해서는 사업 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쌍방향의 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정보 통신 수단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의사소통의 통로는 되레 좁아지고 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간부와 조합원, 그리고 조합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 토론'을 복원해야 한다. 부서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가능한 데서부터 모범을 만들어내고,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나아가 현장 여건에 맞게 대의원이나 소위원이 주도하는 모임을 정례화 하여 현장 활동의 기초 단위를 튼튼하게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장 활동도 조합원에게만 한정된 활동이 아니라 비정규직까지 포괄하는 활동이 되도록 폭을 넓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산별시대 현장 조직 활동 체계 구축 사업과 맞물려 진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