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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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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 ‘친환경 무상급식’ 우리 사회의 인본주의 가치 척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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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던 시절이었다. 봄 소풍 날, 사이다 한 병에 삶은 계란 그리고 김밥을 ‘륙색’에 넣어서 산으로 들로 떠났다. 즐거웠었어야 할 추억이지만 결코 그날이 온통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도시락 때문이다. 그 즐거운 소풍날임에도 우리 반에는 김밥, 아니 도시락도 싸오지 못한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자상한 담임선생님은 형편이 좀 나은 아이에게 도시락을 하나 더 장만해 오도록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소풍 날 그야말로 ‘십시일반’으로 도시락을 하나 만들어 내, 한 끼를 함께 나누었다. 어찌 되었던 그 날의 점심은 해결되었다. 그들에게 소풍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하더라도, 매일이 그렇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친구들은 평소에도 점심을 굶었을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봉석이, 미자, ...는 교실 밖으로 나가 자기네끼리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늘 기죽은 모습과 깡마르고 기름기 없는 얼굴, 어린 시절을 ‘눈칫밥’을 먹으며 지내야 했던 그 친구들의 모습을 새삼 떠 올려 보니 마음이 영 불편하다. 그 짠한 기억은 아직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옛 일이다. 지금은 모두들 잘 살고 있겠지만....
요즘은 도시락을 싸 들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없다. 점심을 굶는 아이들도 없다. 그러나 이 ‘눈칫밥’만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동심을 멍들이고 있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된 것인지 30년이 훨씬 지났지만 세상은 결코 좋아지지 않은 것이다. 옛날에는 도시락을 못 싸오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급식비를 못내는 아이들이 있다. 급식비를 못 내고 있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잘 없다. 하지만 현실은 심각하다. 2006년에서 2008년 사이 2년 동안 급식비 미납자는 무려 1.9배나 증가하고 있으며 연간 32,000명에 미납액은 39억 원에 달한다. 기초생활 수급자나 한 부모 가정 등 급식비를 지원받는 아동 약 73만 명을 포함하면 21세기 한국의 사실상 ‘결식아동’의 실태가 파악된다. 급식비를 못 내거나 안 내더라도 밥은 주지만, 여전히 76만 여 명의 아이들은 ‘눈칫밥’을 먹고 있는 것이다.
‘무상급식 추진운동’은 적어도 나라 안에서 ‘눈칫밥’ 먹는 아이들은 없도록 하자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는 거창한 교육철학이나 이념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가난한 시절에 우리가 겪었던, ‘먹는 일’로 가슴 아팠던 기억만큼은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이 겪지 않게 하자는 순수한 휴머니즘인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이 이념적인 정책이니, 포퓰리즘이니 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어린 시절 ‘눈물 젖은 빵’과 관련한 고통스런 추억 하나 쯤은 겪어 본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도대체 먹는 일에, 그것도 우리 자녀들의 먹는 문제에 대해 왜 정치적인 견해를 내세운단 말인가? 그들의 비이성적이고 반인간적인 주장을 여기서 논란할 필요는 없다. 이미 경남의 교육감 예비후보들만 하더라도 전원 ‘무상급식’에 찬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보다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고, 더 좋은 밥을 아이들에게 먹일 것인지를 고민할 때라고 생각한다.
‘눈칫밥’ 먹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전 학생 무상급식’이다. 학교급식을 무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당장 약 2조 9000억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급식을 무상으로 할 경우 약 57% 정도의 학부모 부담이 경감된다. 이 예산은 4대강 예산을 10% 만 절용해도 만들어 지고, 부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세금 징수만이라도 이루어진다면 감당할 수 있다. 특히 농어촌과의 식자재 직거래 체제만 제대로 갖춘다면, 더 적은 예산으로도 양질의 급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무상급식’이 아닌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추진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아이들의 안전을 염려하는 생활의제임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 농촌경제 활성화 등과도 연계되는 복합적인 정책의제인 것이다.
누구나 똑 같은 밥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야말로 교육의 절대 가치인 평등을 교실에서 실천으로 보여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급식운영비와 식품비를 학부모가 내도록 한 학교급식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위헌심판 제청 신청사건을 최근 법원이 기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법원은 오로지 수업료 면제만을 의무교육의 범위로 보았던 것이다. 보수적인 법원은 판단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국민들은 ‘무상급식’에 대해 90%가 찬성하고 있다. 의무교육을 한다면 ‘무상급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무상급식’은 이미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21세기 우리 사회가 꼭 이루어 내야할 인본주의적 과제인 것이다. 30년 전에 비해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부는 수백 배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고르게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 축적된 재화는 많음에도 제대로 쓰여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먹을 것을 십시일반으로 부담지고 나누는 것은 공동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더구나 우리 아이들의 먹거리를 잘 장만하고 고르게 나누자는 것이다. 이 일만큼 중요하고 먼저 해야 할 일이 어디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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