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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을 때 보수언론은 한 목소리로 공권력이 무력하다며 강경진압을 외쳤다. 이에 정부는 불법점거이므로 강경대응 하겠다는 입장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고 하중근 열사가 공권력에 의해 살인을 당한 지금에 와서 보수언론 중 일부는 아예 보도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 하지만, 열사의 울분을 애써 감추고 있는 것은 언론만이 아니다. 바로 우리 노동자들 스스로가 함께 열사의 울분을 감추려 하지는 않은지 우려가 된다.
요즘은 우리가 연대투쟁의 의미를 구호로만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전태일 열사 투쟁에서, 그리고 청계피복노조 투쟁에서... 전노협을 건설하기 위한 선배들의 노력에서 항상 연대의 깃발은 각각의 투쟁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었다.
나만의 생존권이 너와의 삶이 되고 결국은 우리의 투쟁이 되는 것이 연대의 기본이다. 투쟁의 과정에서 훌륭한 협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나쁜지는 않지만, 연대투쟁도 하나의 협상전술로 전락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안타깝다.
자본과의 투쟁일선에서 가능한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저항해야 할 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논리로 집회 군중의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투쟁의 지도부도 있다. 가두시위는 어느새 걷기대회의 수준을 넘어서 마라톤 대회를 방불케 한다.
지도부의 수세적 대응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 적당히 선봉대를 조직하고 그들의 피를 보여주며 대오를 달래기도 한다. 우리의 불만은 집회가 비폭력 시위여서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비폭력 저항이지, 군중의 의견을 무시한 폭력적 타협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라는 영화의 말미에는 노무현 정권 들어 죽어간 열사의 사진들이 주욱 스쳐지나가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바싹 마른 눈매로 바라보기는 힘들다. 하중근 열사의 사진은 그 사진들 중 또 한 장의 사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중근 열사를 비롯한 선배열사들의 영혼을 다시금 살려낼 수 있는 길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많이 구부러져 있고, 바위투성이의 거친 길이지만, 우리가 걸어가야 할 미래를 쟁취하는 길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에서 말하는 관계의 최고형태가 입장의 동일함이라지만, 우리는 다시 실천적 연대부터 복원해야 하는 무더운 2006년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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