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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도 어김없이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김해시에 있는 합성피혁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36세의 김모씨가 2007. 4. 11. DMF 취급 작업을 해온지 5개월에 독성간염으로 사망했다. 더구나 김씨는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사람이 간질환으로 퇴직하여 그 자리에 취업하게 된 것인데, 이렇게 갑작스런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노동자의 건강문제는 뒷전이고,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유독물질을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에 유족들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회사의 비인간적인 경영형태에 타격을 가하고 세상에 폭로하여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이 생명권을 담보로 임금을 받는 부당한 현실을 타파하자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김씨의 주검 앞에서 심각하게 떠오른 문제는 이 회사의 지불능력이었다. 이 회사는 자산이라고는 하나 없는 빈껍데기였고, 그나마 가지고 있는 사장의 아파트는 이미 수많은 담보가 잡힌 채 부인의 명의로 등기되어 있었다.
유족들은 회사가 노동자의 건강권쯤은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생산만 늘리려는 비인간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에는 분노를 느끼지만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회사가 문을 닫은채 도주해 버리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걱정들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머슴을 살아도 부잣집 머슴을 살아야 밥을 먹는다”는 말이 생겨났는가 보다. 도대체 지불능력이라고는 없는 회사를 상대로 유족들이 현행법의 태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면 그만이고, 유족들은 산재로 유족보상을 받으면 그만인 것이 현실이다.
사람들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애 가르칠 돈도 없는데 부잣집 머슴 만들 일이 있나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부잣집 머슴 만들기 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이제는 지불능력 있는 큰 기업에는 취업조차 힘들어 뒷돈까지 주어야 취업되는 현실이고, 지불능력 없는 영세기업은 돈벌이에는 관심이 있으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모두 재산도피를 해두고 있으니 부잣집 머슴인들 될 수도 없다. 지역마다 기업하기 좋은 곳이라며 기업모시기에만 전전긍긍하고 있고, 노동자의 건강권,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더구나 신자유주의는 불평등을 국가발전에 필요한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는 수용해야 한다고 하는 사회이고, 양극화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것이며, 경쟁력이 없는 것, 약한 것, 비효율적인 것은 국가발전의 장애물로 까지 인식하고 있는 처지이니, 지불능력 없는 회사, 가난한 집에 취업하는 사람 자신이 “못난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가 부잣집 머슴이 되는 것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못난 사람”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미FTA를 인정하고, 정보통신, 금융서비스 등 첨단 분야의 전문가가 되지 못한 것을 스스로 자책하며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적 연대와 공공성, 정의와 평등이 하찮은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의 투쟁, 우리들의 길임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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